렌탈자산 취급 규제가 완화될 경우 캐피탈사 자금조달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규제 완화로 확대되는 우량 렌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경우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최다 자동차금융 자산을 확보한 현대캐피탈의 경우 약 700억원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 1분기 현대캐피탈이 지출한 전체 이자비용의 4분의 1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현대캐피탈 본연의 우량한 유동성 방어력에 더해 고금리 장기화 속 조달 마진을 극대화할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차입 비중 30%대 유지…조달 원가율 낮출 돌파구는 현대캐피탈의 자금조달과 유동성 관리 능력은 현재 확보하고 있는 신용등급인 'AA+(안정적)' 수준을 상회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1분기 기준 현대캐피탈의 총 차입잔액은 32조5561억원이다. 이 중 기업어음(CP) 및 단기사채 잔액은 97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조달 구조에서 단기차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8%다.
통상 단기차입 비중을 30% 내외로 통제하는 것은 시중은행 계열의 최고 등급(AAA) 금융사 수준의 리스크 관리 지표다. 현대캐피탈이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도 단기 차환 압력에 유연하게 방어하며 본연의 신용등급보다 조달 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이다. 실제 올 1분기 현대캐피탈의 6개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123%)과 ALM(자산부채 종합관리) 비율(115%)은 가이드라인(100%)을 웃돌고 있다.
다만 1분기에 지출된 이자비용만 2848억원에 달하는 만큼 현재의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조달 원가율을 낮추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차량이라는 실물 담보를 갖춘 렌탈채권 기반 장기 ABS가 현대캐피탈의 ALM 체질을 개선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4년 여전사 조달 다변화를 위해 렌탈채권 기반의 ABS 발행을 허용했다. 그간 자금의 70~80%를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으로 조달하느라 경기 변동과 신용 경색에 노출됐던 캐피탈사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매달 고정적인 현금흐름이 보장되는 렌탈채권은 여전채보다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장기 조달할 수 있는 우량 자산이다.
그럼에도 현재 캐피탈사 ABS 시장은 여전히 자동차 할부금융과 리스채권 자산에 90% 이상 편중돼 있다. 유동화 처리해 장부에서 털어낸 렌탈자산이라 하더라도 기존 총량 규제 한도 환산 시에는 그대로 포함한다는 예외 조항을 달았기 때문이다. 유동화를 해도 한도 여력이 새로 생기지 않으니 캐피탈사로서는 굳이 렌탈 ABS를 발행할 유인이 없었다.
업계가 할부자산을 본업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렌탈채권 한도 총량 자체가 확대돼야 렌탈채권 ABS 발행이 캐피탈사 조달 다변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회사채-ABS 금리차 2.2%포인트…렌탈 ABS로 700억 이자비용 절감효과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배율 8배 이하 기준을 충족하면서 현대캐피탈이 늘릴 수 있는 렌탈자산은 기존 대비 10조2570억원 증가한 15조8904억원이다. 할부와 리스가 모두 본업으로 인정되면 렌탈자산을 확대해 이를 기초로 발행한 ABS 잔액이 규제상 렌탈자산으로 일부 잡히더라도 새롭게 확장된 총량 한도(23조7393억원)를 밑돌게 된다. 규제 저촉 위험 없이 우량한 렌탈채권을 유동화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대안 조달 경로가 열리는 셈이다.
올 1분기 기준 현대캐피탈이 보유한 할부금융 및 리스자산 대비 ABS 발행 잔액 비중은 20% 수준이다. 해당 비중을 규제 완화 시 확보할 수 있는 렌탈자산 규모에 반영하면 현대캐피탈은 최대 3조1781억원 규모 렌탈채권 기반 ABS를 신규 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현대캐피탈이 절감할 수 있는 이자비용은 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 1분기 기준 현대캐피탈 회사채 발행 금리는 3.4%로 ABS(1.2%)와의 금리차는 2.2%포인트다. 3조원이 넘는 시장성 여전채 물량을 2.2%포인트 저렴한 렌탈채권 ABS로 대체할 경우 이자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올 1분기 현대캐피탈 전체 이자비용(2848억원)의 24.6%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