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업계에서 렌탈채권 취급 규제 완화를 가장 적극 요구하는 곳은 업계 1위 현대캐피탈이다. 업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금융 자산을 보유한 만큼 규제가 완화될 경우 사업 확대 효과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리스 자산 규모를 바탕으로 현재도 규제 마지노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자동차 할부금융까지 본업자산으로 인정받게 되면 렌탈사업 확대 여력은 지금보다 3배 넘게 커진다.
◇자동차금융 부동의 1위 현대캐피탈이 쥔 렌탈 청사진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 캡티브 금융사로 자동차금융 중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현대캐피탈 자동차금융 규모는 총자산(40조8950억원)의 72.4% 수준인 29조6000억원이다. 이 중 리스자산은 8조8346억원이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에 묶인 현대캐피탈의 렌탈자산은 5조6334억원 규모다. 현행 1대 1 규제 하에서 리스자산(8조8346억원) 대비 렌탈자산 비중은 63.8%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규제 상한선인 100%까지는 아직 3조2000억원의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전환 및 차량 구독, 렌탈 수요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현행 규제는 신사업 확장 여력을 제한해 온 요인으로 꼽힌다.
캐피탈사 렌탈채권 규제 완화가 현실화할 경우 현대캐피탈이 확보할 수 있는 렌탈채권은 최대 10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금융당국에 두 가지 핵심 규제 완화 안을 요구하고 있다. 리스자산뿐 아니라 할부자산까지 본업자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안과 총자산의 30%까지 렌탈채권 취급 한도를 늘려 달라는 안이다.
먼저 업권에서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안인 리스와 할부를 본업자산으로 인정할 경우 현대캐피탈이 취급할 수 있는 법적 렌탈자산 한도는 기존 8조3000억원대에서 24조8000억원대까지 늘어난다. 현재 잔액을 제외하고도 19조2132억원의 법적 여력이 새로 열리는 셈이다.
법적 한도와 별개로 캐피탈사 레버리지 배율을 고려해도 최대 10조원 규모의 렌탈채권을 신규 취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여전사의 과도한 외형 확장을 막기 위해 레버리지 배율을 8배 이내로 관리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자본 확충이 없다고 가정할 시 직전 분기 총자본인 6조3940억원 수준에서 당국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현실적으로 늘릴 수 있는 렌탈채권 최대 규모는 10조257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현대캐피탈의 레버리지 배율이 6.4배로 관리되고 있기에 가능한 수치다. 현대캐피탈은 2021년 이후 주주배당을 하지 않고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는 무배당 기조를 지속하며 자본총계를 6조3940억원까지 다져왔다. 덕분에 별도 유상증자나 주주 장기 차입 없이도 현재 5조원대인 렌탈자산 규모를 3배에 달하는 16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 둔 셈이다.
또 다른 대안인 총자산 30% 한도 규제로 바뀔 경우를 가정하면 올 1분기 기준 총자산(40조8950억원)의 30%인 12조2685억원이 렌탈 한도가 된다. 이 경우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여지는 약 6조6351억원 수준이다.
◇단순 금융사 탈피…현대차그룹 초거대 '모빌리티 플랫폼' 선봉장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캐피탈 사업 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미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커넥티드 카 데이터와 정비 인프라를 연계할 수 있는 전속 금융사다.
렌탈 규제가 완화되면 현대캐피탈은 대형 리테일 조직과 고도화된 정산 플랫폼을 활용해 소비자가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이용하는 '현대 셀렉션' 등 차량 구독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렌탈자산 본업비율 제한 규제 때문에 현대캐피탈이 전면에 나서기 어려워 중소 렌터카 회사와 3자 제휴 방식을 우회적으로 썼다. 규제가 풀리면 현대캐피탈이 직접 렌탈채권 취급을 늘리며 사업 확대에 나설 수 있다.
올 초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자동차 원스톱 플랫폼 사업도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 차량 커넥티드 데이터를 분석해 충전부터 정비 및 세차, 중고차 매각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신청하고 결제까지 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내용이다. 렌탈 규제가 완화되면 이 플랫폼에 장기렌트와 구독 금융이 융합되면서 완성형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다.
한편 현대캐피탈 측은 정책당국이 논의 중인 사안인 만큼 향후 전략이나 입장 표명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