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은 K-푸드 열풍을 타고 일본과 미국, 유럽으로 해외 확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왔다. 국내에서도 생수 사업 등 제품군을 넓히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볼트온도 단행하고 있다.
풀무원의 투자 행보에 함께 등장하는 재무적 파트너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하일랜드에쿼티파트너스(하일랜드EP)다. 하일랜드EP는 실적 턴어라운드를 목전에 둔 계열사들이 자금 부족으로 발목 잡히지 않도록 지원하며 성장궤도에 올라탈 수 있도록 우군 역할을 해왔다. 공동 투자 펀드 운영에 더해 영구채 투자자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협업 관계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일랜드EP와 풀무원은 200억원 안팎의 신규 투자처를 찾기 위해 주기적으로 미팅을 진행 중이다. 함께 결성한 블라인드펀드의 드라이파우더가 200억원가량 남아 있고 올해 투자 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소진율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차원에서다.
양사가 처음 손을 맞잡은 시기는 2021년이다. 풀무원그룹이 수십 년간 해외로 확장했지만 법인들의 수익성이 악화했고 실적 반등을 위한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신동철 하일랜드EP 대표는 풀무원 경영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동 투자 목적의 코파펀드 '글로벌ESG혁신성장사모투자합자회사'(글로벌ESG펀드)를 결성했다. 펀드 규모는 1344억원으로, 풀무원의 국내외 기업 인수와 자회사 투자를 핵심 콘셉트로 삼았다. 하일랜드EP에서는 샐러디와 다운타우너 버거 등을 인수한 송대환 상무, 풀무원은 CFO인 김종헌 경영기획실장이 전면에 나서 투자처를 발굴해 왔다.
첫 투자처는 미국법인 풀무원푸즈USA였다. 해당 법인은 풀무원그룹이 30여년간 현지 공장 설립과 유통망 구축을 통해 꾸준히 사업기반을 다져온 법인으로,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 2022년 미국 내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풀무원푸즈USA 미국 공장 증설 필요성이 커졌다.
하일랜드EP와 풀무원은 2022년 9월 풀무원푸즈USA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각각 400억원, 100억원을 투입했다. 해당 자금은 케펙스로 쓰였고, 이에 힘입어 미국법인의 지난해 두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2% 증가한 2242억원(1억5760만 달러)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풀무원샘물 투자로 협업을 이어갔다. 풀무원이 100% 지분을 보유한 먹는 샘물업체로, 2003년 풀무원에서 생수 사업을 분할해 설립한 계열사다. 네슬레워터스의 수질검사를 거쳐 고품질을 인정받았고, 국내 코스트코의 커클랜드(Kirkland) 브랜드에 독점 납품하고 있다.
출범 초기 풀무원샘물은 풀무원이 49%, 네슬레워터스가 51%를 보유한 합작회사였다. 풀무원은 2023년 네슬레워터스로부터 풀무원샘물 지분을 30% 추가 확보하면서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아울러 하일랜드EP와 함께 풀무원샘물에 총 500억원을 투입했다. 샘소슬 인수를 통해 영남권 내 제2수원지를 확보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었다. 실제 취수허용량 기준 국내 11위권이었던 풀무원샘물은 샘소슬 인수를 통해 4위로 올라섰다.
하일랜드EP와 풀무원은 일본법인 아사히코 투자로 또다시 손발을 맞췄다. 아사히코는 두부바와 디저트 등 두부를 활용한 프리미엄 간편식을 선보이며 현지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나친 인력 보유 등으로 고정비가 많이 들고 설비 가동률도 낮았던 탓에 두부바 흥행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일랜드와 풀무원이 2024년 9월 아사히코 유상증자에 참여해 257억원을 투자한 이유다. 이로써 아사히코는 유동성 확충과 동시에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 및 인력운영 효율화를 단행하며 현지 영업을 이어나갔다.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블라인드펀드를 중심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풀무원 자체적으로 차환 자금이 필요할 때 하일랜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풀무원은 2018년 RCPS 발행으로 조달한 864억원을 FI들의 조기 상환 요청에 따라 2023년 하반기 단번에 상환하면서 큰 출혈을 겪었다. 이에 하일랜드는 같은 해 9월 키움프라이빗에쿼티, 연합자산관리(유암코)를 공동 투자자로 확보하고 풀무원 영구 CB에 1000억원을 투자해 숨통을 틔웠다.
풀무원과 하일랜드의 파트너십 체계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코파펀드인 글로벌ESG 펀드의 투자 기간은 올해 끝나지만, 운용 기간은 2031년까지로 예정돼 있고, 풀무원의 영구 CB 조기 상환 역시 발행 이후 5년이 되는 날부터 가능하다. 아울러 풀무원이 해외 현지 유통망 확대와 신규 거래처 발굴 등 글로벌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양사 간 견고한 협업 관계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