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올해 들어 사모채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겉으로는 현금성자산 감소와 단기성 차입금 증가로 유동성 부담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재무구조를 들여다보면 해석은 달라진다. 전체 차입금의 60% 이상이 리스부채로 구성돼 있고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단기 상환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연간 2000억원 후반대의 영업현금흐름과 1000억원 안팎의 잉여현금흐름을 꾸준히 창출하며 경상적 투자와 차입 관리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사모채 발행 확대 역시 유동성 위기에 따른 조치라기보다 만기 구조를 관리하는 재무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재무전략을 이끄는 인물은 5년차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권재범 상무다. 그가 재무 헤드를 맡은 이후 전체 차입금 규모는 1조6000억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만기구조 역시 장기물 위주로 관리되고 있다.
◇상환 압박 상쇄하는 두 축…리스부채·현금창출력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3일 100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차환이 아니라 운영자금에 쓰기 위한 발행이다 올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사모채 발행량을 늘리고 있다. 3월30일 500억원을 사모 신종자본증권, 4월30일 120억원을 사모 회사채로 발행했다.
2025년 200억원, 2024년 260억원 등 200억원대에 머물던 회사채 발행량은 올해 7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2022년 말 1539억원에서 줄곧 낮아졌다. 2023년 말 1185억원, 2024년 말 1710억원으로 등락하다 2025년 말 1013억원, 2026년 3월 말 91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순차입금은 2026년 3월 말 1조5494억원이다.
같은 시점 총차입금은 1조6407억원이다. 이 가운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차입금은 4441억원으로 전체의 27.1%를 차지한다. 단기차입금 486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 1500억원, 유동성 사채 800억원, 유동성 리스부채 1655억원으로 구성된다.
보유 현금과 단기성차입금을 단순 비교하면 유동성 부담이 커 보인다. 현금성자산 913억원으로는 단기성차입금의 21% 수준이다. 외형만 보면 유동성 압박이 적지 않은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유 현금성자산과 영업현금창출을 통해 단기성차입금에 일정 수준 대응이 가능하다.
차입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의 첫 번째 근거는 차입금의 성격이다. 총차입금 1조6407억원 가운데 리스부채가 1조72억원으로 61%를 차지한다. 임차계약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분할 상환되는 구조여서 일시 상환 압박이 크지 않다. 리스부채는 일반적인 회사채나 대출처럼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일시상환하는 구조가 아니다. 리스 계약 기간 동안 매월 또는 분기별로 지급하는 리스료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인식한 부채다.
두 번째 축은 영업현금창출력이다.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022년 2120억원, 2023년 2192억원, 2024년 3060억원, 2025년 2487억원으로 2000억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물류 서비스업 특성상 재고 매입 부담이 없고 우량 화주 비중이 높아 운전자본 부담이 적다.
관건은 이익창출력의 지속성이다. 인프라 경쟁력 유지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이 연 800억원 안팎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주 의류통합센터 건설과 자동화 투자 등이 예정돼 있다. 2025년 CAPEX는 786억원으로 OCF(2487억원)가 이를 세 배 이상 웃돈다. 1분기 기준으로도 EBITDA는 815억원에 OCF는 646억원, CAPEX는 170억원이다.
잉여현금흐름(FCF)도 2022년 727억원에서 2023년 1497억원, 2024년 2347억원, 2025년 1701억원, 2026년 1분기 476억원으로 여유가 있다. 현 수준의 창출력이라면 경상적 투자는 자체 현금으로 충당 가능한 셈이다.
◇차입 규모·만기 관리하는 권재범, 5년째 곳간지기 이처럼 안정적 유동성 구조는 차입금의 규모와 만기를 의도적으로 조율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사모채 발행을 늘린 것도 이런 차입 관리의 연장선일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재무전략을 이끄는 인물은 파이낸스(Finance)부문장인 권재범 상무다. 그는 2021년 11월 부문장을 맡은 이후 5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2026 정기인사를 통해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권 상무는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차입금의 만기구조를 관리하고 있다. 단기차입금은 지난해를 제외하면 500억원을 넘지 않았다. 만기 1년 미만 차입금 상당수는 과거 장기 차입금과 회사채가 유동성으로 재분류된 것이다. 그는 차입금의 규모 역시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결기준 차입금 규모는 그가 CFO에 오른 뒤인 2022년부터 1조6000~7000억원대로 유지되고 있다.
권 상무는 1973년생으로 경희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8월 롯데쇼핑 재무부문 회계팀에 입사해 6년 간 근무하다 2006년 2월 롯데쇼핑 IPO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다.
2014년까지 롯데그룹 롯데정책본부의 장학 및 복지를 담당하는 롯데재단에서 근무했다.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2016년 6월 현대로지스틱스 인수 후 통합 작업(PMI)을 맡았다. 그는 그해 12월 롯데글로벌로지스 회계팀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재무팀장과 회계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