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떠받쳐야 할 철강은 현금을 버는 동시에 상당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그룹 철강사업의 중심인 포스코는 최근 3년간 영업활동으로 13조5000억원가량의 현금을 창출했지만 이 가운데 70%를 유형자산 취득에 다시 투입했다.
투자액이 그대로 자산 증가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3년간 감가상각비는 7조9000억원에 이르렀고 유형자산은 2023년 말 23조6000억원에서 2025년 말 24조7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존 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설비투자까지 이어가야 하는 철강사업의 자본집약적인 특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관건은 철강이 자체 투자 부담을 소화하고도 그룹 성장동력에 투입할 현금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3년 CAPEX 9.4조, 유형자산 순증은 1.1조 포스코는 2023~2025년 연결 기준 유형자산 취득에 모두 9조3600억원을 투입했다. 연도별로는 2023년 3조4900억원, 2024년 3조4100억원, 2025년 2조4600억원이다.
반면 재무상태표에 잡힌 유형자산 증가율은 4.6%에 그쳤다. 9조원이 넘는 신규 취득에도 장부상 순증액은 약 1조1000억원뿐이었다. 신규 취득이 이어지는 동안 기존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 등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실제 포스코의 연결 감가상각비는 2023년 2조3300억원, 2024년 2조7100억원, 2025년 2조8200억원으로 3년 합계 7조8600억원에 이른다.
철강에 들어가는 자본을 단순히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성장투자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기존 생산기반을 유지·보강하는 데 지속적으로 자본이 필요하고, 여기에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와 전기로·수소환원제철 등 생산체계 전환을 위한 투자도 더해진다.
이는 그룹 차원의 투자계획에서도 나타난다. 포스코그룹이 2026~2028년 집행할 29조1000억원 가운데 정비투자만 11조2000억원이다. 성장에 투입하는 자본과 별개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과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철강이 그룹의 핵심 현금창출원이라고 해도 벌어들인 돈을 전부 새로운 성장사업에 돌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자산을 유지하고 생산체계를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먼저 소화해야 한다.
◇번 현금 70% 재투입…차입금은 1.2조 줄였다 이를 감당하는 건 본업의 현금창출력이다. 포스코의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4조4700억원, 2024년 4조9600억원, 2025년 4조7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모두 13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액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의 69.3% 수준이다.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 10원 가운데 약 7원을 생산설비에 다시 투입하면서도 나머지 자금으로 배당과 재무구조 개선을 병행할 여력이 있었던 셈이다.
포스코는 자체 투자를 집행하는 동시에 배당을 통해 지주사에도 현금을 공급한다. 2023~2025년 별도 재무제표상 지급한 배당금은 약 1조7400억원이다. 철강사업에서 창출한 현금이 자체 설비투자에 그치지 않고 지주사의 재원으로도 이어지는 구조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배당을 병행하는 동안 차입금은 오히려 줄었다. 연결 재무상태표상 차입금은 2023년 말 10조9700억원에서 2025년 말 9조7800억원으로 2년간 약 1조1900억원 줄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같은 기간 2조43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순차입금도 약 8조5400억원에서 7조800억원으로 감소했다. 설비투자와 지주사 배당을 이어가면서도 차입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던 배경에 본업의 현금창출력이 자리 잡고 있다.
관건은 이 현금창출력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느냐다. 기존 설비 유지와 생산체계 전환을 위한 투자가 계속되는 데다 지주사 배당도 병행해야 한다. 연평균으로 보면 CAPEX와 배당을 합쳐 매년 3조7000억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2025년 영업활동현금흐름 4조700억원은 이 기준을 웃돌았다. 다만 전년보다는 약 8900억원 줄어든 수치였다. 감소 흐름은 2026년 들어 더 뚜렷해졌다. 2026년 상반기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96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527억원) 대비 약 69% 급감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차입을 다시 늘리지 않고 설비투자와 배당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 부담을 주시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7월 포스코홀딩스의 2026년 잉여현금흐름이 875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순차입금은 16조648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조7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 증가폭이 올해 두 배 이상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의 투자 전략 이행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본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룹 핵심사업인 철강의 수익성 회복을 기반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재편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병행해 현금창출력과 자본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