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재무 부담을 키우지 않으면서 헝가리 공장의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유럽 프리미엄급 전기차에 장착할 하이니켈 양극소재를 공급하기 위해 기존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라인을 NCM(니켈·코발트·망간) 라인으로 개조한다. 대규모 증설 대신 이미 구축한 설비를 활용하는 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투자 전략의 무게 중심을 외형 성장에서 효율성 개선에 옮긴 모습이다. 추가적인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연산 5만4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헝가리 공장의 활용도를 높여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가동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신규 증설 대신 공장 개조…5.4만톤 설비 활용
24일 에코프로비엠에 따르면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의 기존 NCA 양극재 생산라인을 NCM 양극재까지 생산할 수 있는 혼용라인으로 개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약 4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내년 4분기부터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에 니켈 함량 90% 이상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을 목표한다.
주진우 에코프로비엠 IR팀장이 에코프로비엠 제 2차 주주간담회에서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은 생산능력을 추가로 늘리진 않는다. 기존 NCA 설비에 NCM 생산 기능을 더해 제품과 고객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방식이다. 헝가리 공장은 이미 3개 라인을 통해 연산 5만4000톤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약 6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업계는 에코프로비엠 헝가리법인의 실적 부진이 투자 규모로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말 기준 헝가리법인은 31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지난해 매출 4억원 대비 성장한 데 반해 순손실 70억원을 기록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채도 지난해 말 9516억원 대비 늘어난 1조3417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번 투자를 통해 손익 구조 개선을 목표한다. 올 6월 1호 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9월 2호 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올해 연간 생산량은 약 1만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3만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라인 안정화와 운영 효율성 개선, 원가 절감을 통해 분기 단위 흑자 구조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경영대표는 "헝가리법인은 4분기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 체제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유럽 자동차 OEM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수익성 개선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차입금 2.9조 부담…수익성 개선 우선
에코프로비엠의 투자 전략은 재무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연결기준 올 상반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671억원으로 지난해 말 5185억원 대비 514억원 줄었다. 부채 증가 속도는 더 가팔랐다. 같은기간 부채총계는 2조8660억원에서 3조3349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도 142.2%에서 159.1%로 상승했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차입금 부담도 커졌다. 올 상반기 말 에코프로비엠의 총차입금은 2조89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2조4508억원 대비 4393억원 늘어난 액수다. 세부적으로 단기차입금은 1조812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은 6383억원, 장기차입금은 1조1706억원이다. 이에 순차입금도 2조423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창출력 역시 아직 재무 부담을 충분히 흡수하는 단계는 아니다. 올 2분기 에코프로비엠은 매출 5767억원과 영업이익 180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63.2% 줄어든 수치다. 유럽과 북미에서의 전기차 물량이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족한 현금은 외부 조달로 보완했다. 올 상반기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504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단기차입금 1조464억원과 장기차입금 2413억원을 새롭게 조달한 영향이 컸다. 해외 공장 투자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차입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 보강도 병행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 6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하지만 올 7월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았고, 같은달 24일 1차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달 유상증자 규모를 유지한 채 2차 정정 신고서도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은 이미 구축한 헝가리 생산설비를 활용해 제한적인 추가 투자로 제품군과 고객사를 확대하는 만큼 가동률을 높이고 투자자본의 회수 속도를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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