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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조달지형 변화

에코프로비엠, 공모채 막히자 정책보증 거쳐 증자로

⑩[에코프로비엠]2024년 이후 7건 5890억…2024년 3월 뒤로는 사모로만 조달

안정문 기자  2026-09-03 07:19:29

편집자주

기업의 조달금리가 오르고 있다. 청구서는 우량 대기업에도 예외 없이 날아들었다. 공모채 문이 좁아지자 대기업들은 영구채와 메자닌, 중소기업용 정책보증으로 옮겨 갔다. 조달 형태가 바뀐 자리마다 기업이 내준 대가가 다르다. THECFO는 2024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회사채 발행 8695건을 분석해 대기업 조달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에코프로비엠의 자금 조달 경로가 공모 회사채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정책보증부 채권을 거쳐 유상증자로 옮겨가고 있다. 2024년 초까지만 해도 A0 등급으로 공모채를 발행했지만 이후에는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찍었고 올해는 정책보증을 활용한 P-CBO로 1000억원을 조달했다.

다음 달에는 신종자본증권 2440억원의 조기상환 시점이 돌아온다. 회사는 이를 보유 현금과 금융기관 미사용 한도로 갚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원의 대부분은 미사용 한도다.
4분기부터 집행하는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차입금 상환에 쓰이는 자금은 없다. 절반이 넘는 7650억원은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에 투입된다.

◇공모채 A0에서 무등급 사모로…4%대 초반 정책보증

THE CFO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비금융 계열사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에코프로비엠은 202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회사채 7건, 5890억원을 발행했다.

에코프로비엠의 마지막 공모채는 2024년 3월 발행된 6회차 회사채다. 제6-1회 620억원의 표면금리는 4.334%, 제6-2회 910억원은 4.491%였다. 당시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0(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발행금리는 A0 등급민평보다 1.5년물은 0.10%포인트, 2년물은 0.02%포인트 낮았다.

이후 신용도와 실적은 악화됐다. 한국기업평가는 같은 해 12월 A0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연결 매출은 2023년 6조9009억원에서 2024년 2조7668억원으로 59.9% 감소했고 영업손실 341억원을 기록했다.

공모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뒤 선택한 것은 영구채였다. 에코프로비엠은 2024년 10월 신종자본증권 2건, 3360억원을 발행했다. 제7-1회 2440억원의 표면금리는 6.281%, 제7-2회 920억원은 6.638%였다. 모두 등급 표시가 없는 사모 방식이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자금조달 목적은 제7-1회가 채무상환자금 2200억원과 운영자금 240억원, 제7-2회가 운영자금 920억원이었다. 금리 부담도 컸다. 2024년 이후 대기업집단 비금융 계열사가 발행한 영구채 가운데 금리가 공시된 78건의 평균은 6.01%였다. 에코프로비엠의 두 영구채 금리는 모두 평균을 웃돌았다. 높은 순으로 6.638%가 16위, 6.281%가 30위권이다.

올해 에코프로비엠은 P-CBO로 방향을 틀었다. P-CBO는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를 소화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채권을 신용보증기금 보증으로 묶어 유동화하는 정책금융 수단이다. 에코프로비엠은 5월 473억원과 227억원을 각각 4.284%, 4.292%에 조달했고 6월 300억원을 4.259%에 추가로 발행했다.

에코프로비엠의 P-CBO 금리는 대기업집단 비금융 계열사가 2024년 이후 발행한 P-CBO 85건의 평균 4.68%보다는 낮아도 최저 수준은 아니다. 한솔제지가 2.92%, 삼표산업이 3.12%에 발행한 사례가 있다. 같은 6월 회차에 함께 편입된 엘앤에프 400억원의 금리는 4.96%였다.

◇다음 달 콜 도래하는 2440억…미사용 한도로 상환

10월부터는 상환 일정이 돌아온다. 제7-1회 영구채 2440억원은 발행 2년이 되는 다음 달 최초 조기상환권 행사일과 금리 재설정일을 맞는다.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에 가산금리 2.500%포인트와 스텝업 마진 2.000%포인트를 더한 값으로 다시 산정된다. 회사는 증권신고서에서 이를 '최초 2%포인트, 이후 매년 1%포인트 가산'으로 설명했다. 2027년 10월부터는 추가 마진 1.0%포인트가 재산정 횟수만큼 누적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조기상환을 택했다.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콜옵션 행사일에 상환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정했다. 재원은 신고서 제출일 기준 보유한 현금성자산 약 1440억원 중 440억원과 금융기관 약정 한도 가운데 미사용분 약 2000억원을 활용한다.

상환 뒤 현금성자산은 약 1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자본으로 분류됐던 2440억원 가운데 대부분을 차입으로 대체하는 셈이다. 제7-2회 920억원의 콜옵션 행사가능 시점은 내년 10월 시작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이에 대해 '콜옵션 시점 도래 시 행사 검토'라고 설명했다. 올해 발행한 P-CBO 3건에 대해서는 차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환사채도 남아 있다. 2023년 7월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는 4400억원 규모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0%다.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은 7월 처음 돌아왔지만 1차 청구기간에는 행사가 없었다. 청구 가능 기간은 2028년 4월까지 3개월마다 총 여덟 차례다. 앞으로 일곱 차례가 남아 있다. 전환가액은 세 차례 조정을 거쳐 27만5000원에서 21만4188원으로 내려갔다.

◇총차입금 2.9조로 증가…1.2조 증자에도 채무상환은 없다

차입금은 계속 늘고 있다. 연결 총차입금은 2023년 1조8253억원에서 2024년 1조9418억원, 지난해 2조4540억원, 올해 상반기 2조8960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30.1%에서 33.4%, 39.6%, 44.7%로 높아졌다.

반기 말 기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부채는 2조1948억원이다. 단기차입금 1조1022억원과 전환사채 4629억원 등이 포함됐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671억원에 그쳤다.
현금흐름도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18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4095억원보다 16.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13억원에서 390억원으로 24.0% 줄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61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에는 1617억원을 투입했다.

운전자본 부담도 커졌다.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602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919억원으로 1891억원 늘었다. 매출채권은 1515억원에서 299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구채 이자로는 상반기에 107억원을 지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하는 유상증자의 자금은 채무상환에 쓰이지 않는다. 에코프로비엠은 기명식 보통주 990만990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한다. 예정 발행가액은 12만1200원, 모집총액은 1조2000억원이다. 자금 용도는 타법인증권 취득 9150억원, 시설자금 1500억원, 운영자금 1350억원이다. 채무상환자금은 없다.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은 두 갈래다. 7650억원은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BNSI의 지분 취득 목적 특수목적법인(SPV)에, 1500억원은 헝가리 법인의 양산 운영자금과 잔여 투자비에 들어간다. 각각 5억1000만달러와 1억달러로 원·달러 1500원 기준 환산액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증자 이후 개선된 재무구조를 활용한 차환과 신규 차입, 자체 재원으로 기존 차입을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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