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024년 이후 발행한 채권 10조461억원 가운데 4분의 1을 신종자본증권(영구채)으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계열 17곳이 발행한 110건 가운데 영구채는 18건, 2조5750억원으로 전체의 25.6%를 차지했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는 대신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일정 시점의 콜옵션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 들어 영구채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상반기 롯데 계열의 채권 조달 35건 3조751억원 가운데 영구채가 7건 9200억원으로 29.9%를 차지했다. 대기업집단 비금융 계열사가 같은 기간 발행한 영구채 12건 2조1740억원 중 롯데 물량만 42.3%에 달했다. 롯데지주에서 시작된 영구채 조달이 건설·호텔·유통·엔터테인먼트 등 계열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롯데지주에서 계열사로 번진 영구채 롯데그룹의 영구채 발행이 본격화한 중심에는 롯데지주가 있다. 롯데지주는 2024년 이후 전체 채권 조달액 1조2850억원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이 8250억원으로 64.2%를 차지했다. 일반 회사채는 5개 종목 4600억원에 그쳤다.
롯데지주의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낮아졌다. 2024년 3월 500억원을 7.10%, 1500억원을 7.71%에 발행했지만 같은 해 9월에는 1500억원을 5.11%에 발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500억원의 금리가 4.72%까지 낮아졌다. 이어 지난해 12월 2750억원(5.35%·5.66%), 올해 3월 1500억원(5.00%·5.35%)을 추가했다. 2024년 이후 롯데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8개 종목, 8250억원에 이른다.
금리는 7%대에서 5%대로 내려왔지만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조달은 멈추지 않았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잡혀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는 대신 발행 후 일정 시점에 발행사가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과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 조항이 붙는 것이 일반적이다. 롯데 계열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18건에는 모두 콜옵션이 부여됐다. 이 가운데 2024년 3월 이후 발행된 17건은 모두 후순위 조건이다.
롯데지주에서 두드러졌던 신종자본증권 조달은 계열사로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롯데 계열사들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특정 시기에 물량이 집중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특히 올해 3월 30일에는 롯데지주가 1500억원(1000억원 5.00%·500억원 5.35%), 호텔롯데가 2200억원(5.79%), 롯데글로벌로지스가 500억원(6.28%), 롯데지알에스가 500억원(6.31%) 등 신종자본증권 5개 종목, 총 4700억원을 한꺼번에 발행했다. 상반기 롯데 계열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9200억원의 절반 이상이 하루에 몰린 셈이다.
앞서 1월 29일 롯데건설이 신종자본증권 3500억원을 5.8%에, 3월 27일 롯데컬처웍스가 1000억원을 5.85%에 발행했다. 지난해 12월에도 호텔롯데가 1800억원을, 롯데지주가 2750억원을, 롯데건설이 3500억원을 각각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했다.
계열사별로 보면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신종자본증권 3500억원씩, 총 7000억원을 5.8%에 발행했다. 호텔롯데도 지난해 12월 1800억원(5.3%), 올해 3월 2200억원(5.79%) 등 4000억원을 조달했다. 롯데컬처웍스는 2024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4500억원을 발행했다. 코리아세븐은 1000억원(6.3%), 롯데글로벌로지스는 500억원(6.28%), 롯데지알에스는 500억원(6.31%)의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발행했다.
롯데컬처웍스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을 콜 시점에 새로운 신종자본증권으로 대체하는 구조가 나타난다. 2021~2023년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6개 종목은 현재 잔액이 모두 0이다. 대신 2024년 2월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6.06%), 지난해 9월 1500억원(5.5%), 올해 3월 1000억원(5.85%)을 새로 발행했다.
◇영구채 밖에서도 높아진 조달금리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도 올해 롯데의 조달 여건은 다시 빡빡해졌다. 롯데 계열의 공모 회사채 평균 표면금리는 2024년 4.21%에서 지난해 3.25%로 낮아졌지만 올해 4.07%로 다시 올랐다.
사모채는 발행 건수가 늘어나는 대신 건당 규모가 작아졌다. 사모채 발행 건수는 2024년 5건에서 지난해 12건, 올해 상반기 12건으로 증가했다. 건당 발행액은 480억원에서 321억원, 233억원으로 줄었다. 평균 표면금리는 5.08%에서 4.33%로 내렸다가 올해 5.23%로 다시 올랐다. 대규모 공모채를 한 번에 발행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사모채를 나눠 조달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계열사별 조달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롯데칠성음료는 공모채만 8개 종목 9500억원을 평균 3.31%에 조달했고 롯데웰푸드는 7개 종목 8500억원을 평균 3.21%에 발행했다. 반면 롯데지알에스는 8건 1400억원을 전부 사모로 조달했고 평균 표면금리는 5.15%였다. 부산롯데호텔도 4건 850억원을 모두 사모로 5.09%에 조달했다.
조달 조건 뒤에는 계열사별 재무여건이 있다. 상장사 73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환리스크 자체 스크리닝에서 롯데 계열 11곳이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위험' 구간이 1곳, '경계'가 5곳이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9점으로 위험 구간 112위였고 롯데케미칼(8점·130위), 롯데지주(8점·132위), 롯데렌탈(7점·170위),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7점·173위), 롯데쇼핑(6점·210위)이 경계 구간에 들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성차입금이 보유 현금 및 금융상품보다 많은 계열사는 9곳이었다. 이들의 부족분을 합한 차환필요액은 8조4397억원이다.
◇2027~2028년 만기 집중 이 같은 조달 구조를 이해하려면 앞으로의 차환 부담도 함께 봐야 한다. 이 점수는 신용등급이 아니라 재무지표로 산출한 자체 척도다. 레버리지·이자상환력 각 3점, 유동성·만기집중·현금흐름 각 2점, 3개년 추세 1점 등 총 13점 만점이며 지표가 나쁠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무게중심은 롯데케미칼이다. 개별 기준 EBITDA는 2023년 2727억원에서 2024년 499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164억원으로 반등했다. 이자보상배율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으로는 지난해 매출 18조4830억원에 영업손실 9436억원을 내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지주의 신용도도 과거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신용평가 3사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모두 AA-에서 A+로 조정했다. 우량등급의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AA 구간에서 벗어나면서 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에도 변화가 생겼다.
만기 구조를 보면 차환 일정은 2027~2028년에 집중된다. 2021년 이후 발행분 가운데 잔액이 남은 롯데 계열 일반 회사채는 131개 종목 11조1501억원이다. 이 가운데 2027년에 41개 종목 3조3361억원, 2028년에 34개 종목 2조351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하반기 만기분도 9030억원에 이른다.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시점도 2027년 이후 몰려있다. 2027년에는 롯데지주, 롯데컬쳐웍스 등에 걸쳐 4000억원이 넘는 콜옵션 행사기간이 도래한다. 2028년에는 8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기간이 도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