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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조달지형 변화

삼성SDS, KKR에 이례적 이자 부담 CB 발행

④대기업 CB 제로금리 공식 깨고 안전장치도 제거…금리 대신 KKR과 6년 동행 선택

안정문 기자  2026-08-26 08:26:50

편집자주

기업의 조달금리가 오르고 있다. 청구서는 우량 대기업에도 예외 없이 날아들었다. 공모채 문이 좁아지자 대기업들은 영구채와 메자닌, 중소기업용 정책보증으로 옮겨 갔다. 조달 형태가 바뀐 자리마다 기업이 내준 대가가 다르다. THECFO는 2024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회사채 발행 8695건을 분석해 대기업 조달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삼성SDS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대상으로 기존 공식을 깨는 이례적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금리를 더 얹어주고 안전장치를 줄이는 선택을 했다. 대기업 CB는 대개 제로 금리로 책정되는데 2.5%의 높은 금리를 설정했다. 삼성SDS는 현금성 자산이 5조원이 넘는 우량 회사로 분류된다. 이같은 선택 뒤엔 금리를 손해보더라도 KKR과 장기 동행을 맺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 6건 1조8680억원 가운데 65%가 넘는 1조2200억원이 삼성SDS 한 건에서 나왔다. 순현금이 5조원을 넘고 차입 부담도 낮은 회사가 이자를 지급하는 CB를 택했다는 점에서 다른 대기업 메자닌과 성격이 다르다.

대기업 CB는 통상 이자를 낮추는 대신 투자자에게 풋옵션 등 안전장치를 주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삼성SDS는 반대였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을 모두 높게 설정했고 전환가액도 발행 당시 주가보다 18% 높게 잡았다.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면 풋옵션과 콜옵션도 부여되지 않았다. 대신 KKR은 6년간 CB와 전환주식을 팔 수 없다.

자금 조달보다는 KKR을 장기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데 무게를 둔 거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자 주고 풋옵션 뺐다

삼성SDS가 지난 4월30일 발행한 CB 규모는 1조2200억원이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연 2.5%다. 연간 이자부담은 약 300억원이다. 전환가액은 18만원으로 발행 당시 주가보다 18% 높았다. 주가가 18만원을 웃돌아야 KKR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메자닌은 발행사와 투자자가 서로 다른 권리를 주고받는 상품이다. 발행사는 전환권을 제공하는 대신 이자 부담을 낮추고 투자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전환 이익을 기대하는 한편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풋옵션으로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THE CFO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비금융 계열사를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을 집계한 결과 CB는 6건 1조868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4건은 표면금리가 0% 또는 무이자였다.

한국항공우주는 지난 3월 5000억원을 무이자로 발행하면서 풋옵션을 붙였다. 우정바이오는 350억원을 무이자로, 크레오에스지는 30억원을 무이자로 발행하며 각각 풋옵션을 부여했다. 풋옵션이 붙은 물량은 모두 5880억원이다. 지난해 최대 규모였던 SK이노베이션의 6000억원 CB도 표면금리는 0%였다.

이자를 지급한 CB는 두 건뿐이다. 삼성SDS가 연 2.5%, 동성제약이 500억원을 연 6.0%에 발행했다. 다만 동성제약 CB에는 풋옵션이 붙었다. 이자를 물면서 투자자에게 조기상환 권리를 주지 않은 CB는 삼성SDS가 유일하다.

삼성SDS의 CB는 다른 기업들의 메자닌과는 성격이 다르다. 풋옵션과 콜옵션도 없고 금리도 기준금리 수준이다. 만기는 2032년 4월 30일이고 전환비율은 100%다. 인수 주체는 KKR이 조성한 펀드인 스타테크(Startech AI L.P.)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CB 가운데 풋옵션이 없는 물량은 1조3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조2200억원이 삼성SDS 한 건이다. 1조2200억원이라는 규모는 2017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기존 대출금 재조정을 위해 발행한 1조2848억원 CB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삼성SDS는 2014년 기업공개(IPO) 이후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이력이 사실상 없다. 2024년 이후 회사채 발행 기록도 이번 CB가 유일하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계열사들은 1000억원 이상 공모채를 105건 발행했다. 평균 표면금리는 3.87%였다.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는 CB는 대기업이 선호하는 조달 수단도 아니다. 삼성SDS가 12년 만의 자본시장 조달 수단으로 CB를 골랐다는 것은 이번 거래가 단순한 자금 조달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무 상태를 보면 삼성SDS가 유동성이나 재무건전성 개선이 급하지 않다는 점은 더 분명해진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부채총계는 1조2480억원, 자본총계는 7조228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7.3%였다. 이번 CB를 전액 부채로 반영해도 부채비율은 30%대로 올라가는 수준이다. 재무건전성에 큰 부담을 줄 만한 규모는 아니다.

연결 기준으로도 재무건전성은 여유가 있다. 지난해 매출은 13조9299억원, 영업이익은 9571억원, 순이익은 7827억원이었다. 자산 13조4537억원에 부채는 3조190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1.1%다. 연결 기준 순현금은 5조5631억원이다. 이번 CB 조달액까지 감안하면 가용 현금성 여력은 6조7831억원으로 늘어난다. 연간 영업현금흐름도 1조2000억원을 웃돌고 차입금 의존도는 6% 수준이다.


◇6년 만기 붙인 이유, KKR의 역할

이번 거래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CB의 만기가 6년이라는 점이다. KKR은 CB를 전환할 경우 약 677만주를 확보하게 된다. 발행주식총수 기준 8%대다. 다만 6년간 CB와 전환주식의 매각이 제한된다.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KKR은 연 2.5%의 이자를 받으며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풋옵션도 없어 중간에 삼성SDS에 상환을 요구할 수도 없다.

사모펀드가 조 단위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면서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단순한 채권 투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거래에는 자금 외에 별도의 협력 관계가 붙었다. KKR은 향후 6년간 삼성SDS의 인수합병(M&A), 자본 활용, 글로벌 사업 기회 발굴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로 했다.

KKR은 일본 후지소프트와 미국 엔소노를 인수하고 독일 데이터그룹에 투자하는 등 IT 서비스 분야에서 투자 경험을 쌓아왔다. 삼성SDS가 현금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M&A와 사업 확장에 경험이 있는 투자자를 장기 파트너로 확보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계열사들이 메자닌을 활용한 이유는 대체로 같았다. 공모채 시장의 문턱이 높아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전환권을 내주는 대신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CB 10건 가운데 7건이 무이자 또는 표면금리 0%였던 배경이다.

삼성SDS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이자를 지급하고 전환가액을 발행 당시 주가보다 높게 설정했으며 투자자의 조기상환 권리도 두지 않았다. 대신 KKR의 투자금을 6년간 묶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협력 관계를 확보했다. 자금만 필요했다면 굳이 CB일 이유가 없었다. 삼성SDS의 재무 여력을 고려하면 일반 회사채로도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 거래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삼성SDS가 CB 발행 계획을 공개한 4월 15일 주가는 장중 20%가량 상승하며 전환가액인 18만원을 넘어섰다. 조 단위 CB는 통상 전환에 따른 지분 희석 우려가 주가의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당시 시장은 이를 글로벌 파트너십과 성장 투자 재원 확보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였다.

삼성SDS는 2031년까지 10조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AI인프라 부문 5조원, AI서비스와 AI 플랫폼 솔루션 부문 1조원, 인오가닉 성장 및 M&A 부문 4조원 등이다.

이준희 삼성 SDS 대표는 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KKR과 협력을 기점으로 자본을 적극적으로 성장에 배분할 것"이라며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아시아권 IT 서비스사 인수 등을 통한 거점 구축, 피지컬 AI와 디지털 자산 등 핵심 기술 보유 기업 등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이번 전략적 협력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축적된 KKR의 역량을 활용해 M&A를 포함한 성장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며 "협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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