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신종자본증권 60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는 30년이지만 3년 뒤 금리가 9%대로 뛰는 스텝업 조건이 붙었다. 표면금리는 6.1%로 기존 영구채보다 1.2%p 낮아졌지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조달 비용이 크게 높아지는 구조다. 회사는 동시에 전환사채(CB) 발행한도까지 초기화하며 추가 메자닌 조달 여력도 확보했다.
이번 자금은 신규 투자보다 기존 채무를 갚는 데 쓰였다. 2024년 3월 연 7.3%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1400억원과 2021년 발행한 후순위 CB 가운데 2219억원 등을 상환하는 데 활용됐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를 다시 발행해 차입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만기가 돌아오는 메자닌을 새로운 메자닌으로 갈아타는 조달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CJ CGV는 영구채로 기존 영구채와 CB를 갚고 단기 CP로 영구채 발행 전 만기도래 자금을 메운 뒤 정관을 바꿔 CB 발행한도까지 새로 확보했다. 표면상 자본확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자금조달을 필요로 하는 구조다.
◇두 달 만에 영구채 6000억…기존 채무 차환에 투입 THE CFO는 202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회사채 발행 8695건을 전수 집계했다. 이 가운데 CJ CGV는 올해 4월 30일과 5월 28일 각각 3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두 건 모두 표면금리는 연 6.1%이고 만기는 2056년으로 30년물이다. 발행사의 조기상환이 가능한 콜옵션도 붙었다. 신용등급은 부여되지 않았다.
조달 구조에는 특수목적법인(SPC)이 들어갔다. SPC가 신종자본증권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설계됐고 CJ CGV가 원리금 재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지주사 CJ가 자금을 보충하는 약정이 체결됐다. CJ CGV의 자체 신용도만으로 6000억원을 소화한 것이 아니라 계열사 신용보강을 더해 조달한 셈이다.
영구채 발행 전에는 기업어음(CP) 4000억원을 브릿지 자금으로 끌어왔다. 이후 신종자본증권 발행 대금으로 CP를 상환했다. 장기 자금으로 단기 차입을 갈아타는 동시에 기존 메자닌까지 차환하는 구조다. 6000억원의 산종자본증권은 2021년 발행한 32회 전환사채 2219억원과 2024년 3월 발행한 38회 신종자본증권 200억원, 39회 신종자본증권 1200억원 등을 차환하는 데 쓰인다.
39회 영구채는 이번 조달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3월 15일 표면금리 7.3%로 발행된 이 채권은 법정 만기가 30년이지만 2년 뒤인 올해 3월 15일 콜옵션 시점이 돌아왔다. CJ CGV는 콜옵션을 행사해 전액 조기상환했다.
콜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금리는 크게 높아지는 구조였다. 국고채 2년물 금리에 발행 당시 스프레드를 더한 뒤 2%포인트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금리가 조정되고, 2027년부터는 매년 0.5%포인트씩 추가되는 단식 스텝업 조건이 붙어 있었다.
새로 발행한 6.1% 영구채 역시 스텝업을 달고 있다. 3년 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가 9%대로 올라간다. 법정 만기는 30년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3년 뒤 조기상환 여부를 확인하는 상품이고, 발행사 입장에서는 그 시점까지 새로운 차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채무에 가깝다.
계열사도 같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CJ 4DPLEX는 지난해 12월 영구채 500억원을 연 7.45%에 발행한 데 이어 올해 6월 10일 만기 6개월짜리 사모채 640억원을 연 5.5%에 조달했다. 만기는 오는 12월 10일이다.
◇영구채로 갈아타고 CB 한도까지 열어 CJ CGV는 2024년 이후 조달 수단을 잇달아 바꿔왔다. 2024년 3월 200억원과 1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7.3% 금리에 발행했다. 지난해 5월에는 공모 영구채 400억원을 6.1%에 발행했고, 7월에는 만기 1년6개월과 2년짜리 공모채 1000억원을 각각 5.45%, 5.60%에 찍었다.
9월에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용 정책보증 프로그램인 P-CBO를 통해 800억원을 5.82%에 조달했고 12월에는 사모채 100억원을 5.9%에 발행했다. 올해는 다시 영구채 6000억원으로 돌아왔다. 공모채·사모채·영구채·P-CBO 네 가지 조달 수단을 모두 활용한 대기업 계열사는 CJ CGV와 HL D&I한라 두 곳뿐이다.
추가로 CB 발행 여력까지 확보했다. CJ CGV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2억주에서 4억주로 늘리고 CB 발행한도 산정 방식도 정비했다.
정관 변경안에는 2025년 12월 31일 이전에 발행된 CB를 정관상 발행한도에서 차감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된 기준은 2026년 1월 1일 이후 발행하는 CB부터 새로 계산하도록 했다. 정관상 CB 발행한도는 액면총액 기준 5000억원이다. 과거 발행분을 한도 계산에서 제외하면서 사실상 CB 한도를 다시 초기화한 것이다.
CJ CGV가 CB 한도를 초기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4000억원 규모 후순위 CB를 발행할 당시에도 정관 부칙을 통해 발행한도를 한 차례 초기화했다. 당시 2021년 3000억원 CB와 2022년 4000억원 CB를 합쳐 실제 발행 물량은 7000억원이었지만, 한도에 반영되는 물량은 4000억원으로 줄었다.
현재 CJ CGV가 발행한 CB는 2021년 3000억원과 2022년 4000억원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발행잔액은 6211억원이다. 이들 CB에는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금리가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같은 시점부터 조기상환도 가능해지는 구조가 붙었다.
결국 이번 정관 변경은 이미 발행한 CB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CB를 한도 계산에서 제외해 최대 5000억원의 새로운 CB 발행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영구채 6000억원을 조달한 직후 다시 메자닌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조달의 선택지를 넓힌 조치로 볼 수 있다.
◇EBITDA는 반토막, 단기성차입금은 7배 조달 조건이 나빠진 배경에는 재무지표가 있다. 최근 3개년을 분석한 결과 CJ CGV의 개별 기준 EBITDA는 2023년 1375억원에서 2024년 1105억원, 지난해 650억원으로 줄었다. 2년 사이 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단기성차입금은 637억원에서 4907억원, 4520억원으로 늘었다. 2023년과 비교하면 7.1배다. 반면 보유 현금 및 금융상품은 1173억원에서 796억원, 654억원으로 줄었다. 현금이 단기성차입금의 1.8배였던 구조가 2년 만에 14% 수준으로 뒤집혔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을 뺀 차환필요액은 3866억원이다. 영구채 600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데 투입되는 이유다.
이자 부담도 영업이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은 2023년 0.20배에서 2024년 -0.14배, 지난해 -0.79배로 떨어졌다. 개별 기준 영업손익이 2024년 76억원 손실, 지난해 495억원 손실을 기록한 영향이다.
순차입금을 EBITDA로 나눈 배수는 6.01배에서 10.14배, 17.79배로 높아졌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에 비해 순차입금 부담이 빠르게 커진 것이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은 2조2754억원, 영업이익은 962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냈지만 순손실은 1434억원에 달했다. 자본총계는 6503억원, 부채총계는 3조4723억원이다.
자본 확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J CGV는 2023년 9월 4153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지난해 6월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약 4444억원으로 평가해 현물출자 받았다.
여기에 이번 영구채 6000억원까지 더하면 최근 3년 사이 자본으로 인식되는 방식으로 조달한 금액만 1조4000억원을 넘는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될 수 있어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사실상 콜옵션 시점마다 차환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음 차환 일정도 남아 있다. 2027년 7월에는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전환사채 4000억원이 있다. 올해 발행한 6000억원 영구채의 스텝업이 시작되는 시점과도 맞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