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가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한 지 1년을 넘기면서 시스템 통합 작업도 막바지에 들어섰다. 지난해 10월 법인을 먼저 합친 뒤 별도로 운영해 온 양사 IT 체계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통합 시스템을 열고 내년 2월까지 안정화 작업을 마치면 합병 이후 남아 있던 전산 이원화 체제도 사실상 종료된다.
이번 작업은 단순히 시스템을 한쪽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양사 시스템을 일원화하되 캐롯이 경쟁력을 가진 디지털 기능은 살리는 게 핵심이다. 여기엔 한화손보의 보험 운영 체계가 중심이 된다. 중복된 기능과 업무는 줄이고 각사가 보유한 강점을 결합해 통합 이후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인 먼저 합치고 전산은 단계적으로…32개 과제 막바지
한화손보는 지난해 10월 캐롯손보를 흡수합병한 뒤 IT 통합을 두 단계로 나눠 추진 중이다. 합병 직후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1단계에서는 대고객 서비스에 통합 CI를 적용하고 콜센터를 연계하는 한편 그룹웨어 등 업무 환경을 통일했다. 핵심 IT 시스템은 통합 리스크와 시스템 안정성을 고려해 양사가 각각 운영하는 방식을 유지했다.
한화손보는 동시에 본격적인 시스템 결합을 위한 설계 작업도 진행했다. 양사 시스템의 차이를 분석해 프로세스 일원화와 데이터 통합 방안을 마련하고 모두 32개의 통합 과제를 정했다. 올해 1월부터는 이 과제를 바탕으로 2단계 작업에 들어가 핵심 시스템을 하나씩 연결하고 있다.
통합 과정의 중심축은 한화손보가 기존에 운영해 온 핵심 보험 업무 시스템이다. 고객과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보상, 재무는 물론 신회계제도(IFRS17)와 지급여력제도(K-ICS) 관련 시스템까지 한화손보 체계를 기반으로 일원화한다. 보험계약과 고객정보, 보험금 지급, 재무 관리 등 보험사 운영의 핵심 기능을 한 체계 안에서 처리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한화손보는 오는 12월 통합 시스템을 정식으로 열 예정이다. 이후 약 2개월 동안 안정화 작업을 거친 뒤 내년 2월 전체 일정을 마무리하는 걸 목표로 세웠다. 법인 합병 이후에도 남아 있던 양사 전산 체계의 통합 작업도 이 시점을 기점으로 일단락되는 셈이다.
모든 기능을 한화손보 방식으로 단순 흡수하지는 않는다. 캐롯 모바일은 회사 공식 앱에서 CM 전용 판매·마케팅 채널로 역할을 바꾸고 계약 조회와 고객서비스 등 공통 기능은 한화손보 대표 앱으로 옮긴다. 퍼마일 자동차보험과 디지털 판매 기능처럼 캐롯이 강점을 가진 영역은 유지했다.
◇흩어진 고객정보 한곳으로…통합 효과 이제부터 검증 본격화
한화손보는 채널별로 흩어졌던 고객 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전산 재편의 핵심 과제로 정했다. 기존에는 한화손보와 캐롯이 서로 다른 고객군과 데이터 체계를 바탕으로 영업했다. 하지만 통합 고객정보 체계를 구축하면서 같은 고객정보를 여러 채널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양사가 각자 축적해 온 정보를 한데 모으면서 고객 분석과 상품 제안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도 넓어졌다.
한화손보는 통합 고객정보를 사이버마케팅(CM)과 텔레마케팅(TM), 대면 영업을 연결하는 기반으로 활용한다. 고객이 처음 유입된 채널에만 머무르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른 판매채널이나 상품으로 이어지도록 정보 활용 체계를 갖추는 방식이다. 실제 고객 이동과 판매 성과는 합병 이후 복합 고객과 CM 실적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자체 고객정보 활용이 늘어나면 외부 고객 DB 의존도를 낮춰 관련 비용과 사업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고객 특성과 가입 이력을 함께 분석해 타깃을 좁히는 방식으로 마케팅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외부 정보 활용을 줄이는 동시에 내부 데이터를 영업 자산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갖추는 셈이다.
캐롯이 보유했던 디지털 기능도 별도 영역에 머무르기보다 기존 사업 조직과의 결합을 확대하고 있다. 통합 초기 별도 조직에서 담당하던 데이터 분석과 앱 개발 기능 등을 필요한 현업 조직에 배치하면서 상품·영업 조직과의 접점을 넓히는 식이다. 별도 조직에 축적한 디지털 역량을 현업에 이식해 실제 업무와 연결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한화손보는 전산과 데이터 일원화를 바탕으로 디지털과 전통 보험 역량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사업 모델을 한층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합병 2년 차에는 지금까지 마련한 기반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작업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