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의 글로벌 전략이 한층 과감해지고 있다. 현지 거점 확보를 넘어 해외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대규모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사업 체급을 키우는 사례가 잇따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수조원 단위의 해외 투자를 추진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다양한 진출 방식을 병행하는 보험사들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짚어본다.
한화손보가 한화생명의 전방위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LGI)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현지 손해보험업을 직접 경영하게 됐다. 한화생명이 생명보험과 은행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안 한화손보는 손해보험 사업을 맡아 그룹 내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다.
LGI 경영에서도 한화손보의 색깔이 짙어지고 있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 수익성을 회복한 사업 기반을 토대로 일반보험 언더라이팅과 디지털 역량을 접목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본사가 보유한 전문성을 현지에 이식해 LGI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게 핵심 과제다.
◇지분 이관으로 경영축 이동, 손해보험업 직접 맡아
한화손보는 지난해 12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이 보유하던 LGI 지분 46.6%를 약 823억원에 인수했다. 기존 보유 지분을 합친 지분율은 61.5%로 높아졌고 LGI는 한화손보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 2023년 공동 인수로 시작한 현지 손해보험업의 경영 주체가 한화손보로 이동한 셈이다.
한화손보 전경. 출처: 한화손보
한화손보가 LGI 지분 확보에 투입한 금액은 2023년 최초 취득분까지 합쳐 1000억원을 조금 웃돈다. 대형 해외 M&A와 비교하면 투자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전략적 의미는 작지 않다. 한화생명이 해외 금융 영토를 빠르게 넓히는 과정에서 손해보험 부문을 전문 계열사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한화손보가 현지 손해보험업을 맡으면서 한화생명의 글로벌 확장을 계열사 차원에서 받치는 역할도 한층 뚜렷해졌다.
한화손보와 LGI의 인연은 지난 2023년 시작됐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과 한화손보가 공동으로 지분을 확보하며 현지 손해보험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에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이 47.7%, 한화손보가 14.9%를 보유해 한화생명이 경영권 지분의 중심에 섰다.
한화생명의 해외 확장은 인도네시아에만 머물지 않는다. 동남아에서 보험·은행으로 사업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미국에서는 증권사 벨로시티를 인수해 자본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지역과 업권을 넘나드는 확장도 본격화됐다. 인도네시아는 생명보험에서 시작해 손해보험·은행·증권·자산운용까지 금융업 전반의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점에서 이런 청사진이 가장 구체적으로 구현된 시장이다.
LGI 지배구조 재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한화생명은 현지 생명보험과 노부은행에 역량을 집중하고 손해보험은 한화손보가 직접 맡는 구조로 역할을 나눴다. LGI가 노부은행과 방카슈랑스, 한화생명과 교차판매·공동 고객 발굴을 추진하는 만큼 보험·은행·증권·운용을 잇는 현지 금융망의 활용 여지도 커졌다.
◇현지 경영 맡은 한화손보, 본사 역량 이식
LGI는 한화그룹 편입 이후 적자 사업을 정비하면서 보험영업의 수익 기반을 다져왔다. 건강보험이 이익을 내는 사업으로 돌아선 데 이어 기업보험의 질적 성장을 이어가면서 고객과 판매 경로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화손보가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에는 현지에서 마련한 수익 기반에 본사의 손해보험 운영 역량을 더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한화손보가 더할 수 있는 강점은 위험을 선별하고 적정 조건을 정하는 손해보험 본연의 기능이다. 국내 일반보험 사업에서 축적한 언더라이팅 경험을 LGI의 현지 영업에 접목하고 디지털 보험 운영 경험도 활용할 수 있다. 현지 경영진이 구축한 사업 기반을 유지하면서 본사의 전문 기능을 보태는 방식이다.
최대주주 전환으로 한화손보의 역할도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에서 직접적인 경영 주체로 바뀌었다. 기존 LGI의 영업 기반을 활용하면서 상품 인수와 채널 운영 등 손해보험 사업 전반에서 한화손보가 보유한 경험을 적용할 여지가 커졌다. 현지 사업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확보한 기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한화손보의 역할은 LGI 자체 성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동원 부회장이 이끄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서 손해보험 전문 계열사로 한 축을 맡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화생명이 지역과 업권을 넘나들며 외연을 넓히는 만큼 한화손보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LGI를 통해 손해보험 전문성을 현지 금융망에 얼마나 안착시키느냐가 향후 시너지 효과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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