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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보, 캐롯손보 합병에 적용한 몸값 전략

FI 지분 50%, 출자 지분 1/3 값에 확보…'디지털 내재화' 위한 정지작업

최은수 기자  2025-05-08 07:29:29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한화손해보험 이사회가 비상장 계열사 캐롯손해보험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의 기업가치(밸류)를 마지막 유상증자 당시 약 3분의 1 수준으로 책정해 흡수합병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표면적으론 마지막 유증으로 1200억원을 베팅했던 한화손보가 손해를 감내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추가 출자 부담을 덜고 자동차보험에서 규모의 경제도 달성하게 됐다. 또 장기보험에서 디지털 시장 매력도가 여전히 높아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도 이사회가 캐롯손보 매각이나 청산이 아닌 합병을 택한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손보, 캐롯 유증 1년 반 새 밸류 30% 수준 하락 감내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2일 이사회에서 캐롯손해보험의 흡수합병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건을 회부해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해당 이사회엔 재적이사 7명 모두가 참석했으며 이사회 논의와 결의는 개회 후 15분 만에 마무리했다.

이는 한화손보가 이사회에 앞서 사전 설명회를 열고 외부평가기관에서 산출한 합병가액과 비율, 방식 등 판단에 필요한 내용을 이사진에 전달한 것과 관련이 있다. 한화손해보험 이사회에선 2023년 말 출자를 의결했을 당시 대비 손해를 보는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앞서 회사 측의 이해와 설명을 거치며 빠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앞서 지난달 24일 연 이사회에선 티맵모빌리티, 스틱인베스트먼트, 현대자동차 등 FI들의 캐롯손해보험 주식 2586만4084주를 2056억원에 사들이기로 의결했다. 단순 환산 시 1주를 7949원에 사들이며 캐롯손해보험의 지분 98.3% 확보하게 됐다. 일부 남은 소수지분도 이달 안에 이사회를 거쳐 매입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한화손해보험이 신한회계법인 및 이촌회계법인 등 외부평가기관을 통해 산출한 캐롯손해보험의 합병가액은 주당 5071원이다. 2023년 유증 당시 1200억원을 출자할 때는 주당 1만5910원을 책정했다. 결과적으로 한화손해보험은 마지막 출자를 위해 책정한 밸류의 약 3분의 1 수준에 지분을 되사들여 흡수합병을 마무리짓는 셈이다.

한화손해보험이 마지막 출자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입하게 된 배경으론 캐롯손보가 장기간 역성장을 보인 것과 관련이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2019년 출범 이후 작년까지 누적 338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4055억원의 자본을 확충했지만 2024년 말 기준 3500억원의 결손금이 쌓여 있다.

◇'여전히 매력적인' 디지털·AI 보험 지속 겨냥

한화손해보험은 이번 합병으로 재무적 영향으로 받는 영향은 미미하다.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단순 합상하면 합병후 지급여력(K-ICS)비율 낙폭은 약 0.5%포인트 수준이다. 업계가 자연스럽게 청산이 아닌 합병이 가져오는 전략 변화에 시선을 집중하는 배경이다.

먼저 청산이 아닌 합병을 통해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보의 디지털 보험사로의 정체성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캐롯손해보험은 국내 1세대 디지털보험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한화그룹 오너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디지털 보험업 도전기'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흡수합병이 주는 실질적인 이득도 있다. 규모의 경제 달성 여부가 손익을 좌우하는 보험업계의 특성상 이번 합병을 통해 자동차보험에서 긍정적인 볼륨업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캐롯손보는 주력사업인 자동차보험에서 지난해 원수보험료로 4371억원을 거둬들였다. 단순 합산치이긴 하나 한화손보의 2024년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6714억원)을 더하면 1조원이 넘는다. 중소형 손해보험사 가운데서 가장 큰 수보료를 굴릴 수 있게 된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은 그간 캐롯손보와의 카니발라이제이션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비대면(다이렉트) 영업을 지양해 왔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앞서 양사의 자동차보험 계약 흡수가 마무리되면 볼륨이 그대로 순증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계자는 "보험영업의 핵심인 장기보험에도 점차 디지털 및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변화의 물결이 나타나는 점도 고려할 대상"이라며 "보험업계 특성상 변화에 보수적이지만 새로운 채널과 시장에 대한 대응과 전략은 반드시 마련해 하므로 한화손해보험이 디지털 내재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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