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퓨얼셀이 추가 차입 대신 자본성 영구채를 선택했다. 6월 말 원화 여신한도 4448억원 가운데 남은 금액이 115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영구 전환사채(CB)와 영구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4000억원을 조달한다. 3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쓰고 1000억원은 기존 차입금을 갚을 예정이다.
신규 자금을 회계상 자본으로 반영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최초 3년간 표면금리를 0%로 설정해 현금 이자 부담을 미루는 전략이다. 영업 정상화까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2029년까지 현금흐름이나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사채를 상환하거나 높아진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단기차입 6개월 새 2090억 증가…원화 한도 115억 남아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영구 CB 3000억원과 영구 BW 1000억원 발행을 결정했다. 납입일은 11월12일이다. CB 조달액은 원재료 구매 등 운영자금에, BW 조달액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
자금 조달에 앞서 두산퓨얼셀의 재무 부담은 빠르게 커졌다. 6월 말 연결기준 부채는 1조363억원, 자본은 2996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08.9%에서 2024년 말 136.5%, 지난해 말 226.1%를 거쳐 올해 6월 말 345.9%까지 높아졌다. 결손금도 지난해 말 1173억원에서 1862억원으로 늘었다.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5408억원에서 6월 말 6594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단기차입금이 760억원에서 2850억원으로 2090억원이나 늘었다. 지난 1월 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에서 금리 연 5.40%로 빌린 2300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번 BW 조달액 1000억원은 이 차입금 상환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금 여력은 반대로 줄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648억원에서 6월 말 348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시점 원화 여신한도 4448억원 가운데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유동화채무 등으로 4333억원을 실행했다. 하나은행 운전자금 100억원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15억원만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외화 여신한도 3140만달러는 별도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상환 압력이 커지는 차입도 있다. 유동화채무 800억원은 회사채 신용등급이 BB+ 이하로 떨어지면 조기상환 조건에 걸린다. 사모사채 624억원에도 같은 등급에서 기한이익을 상실할 수 있는 약정이 붙었다. 현재 신용등급은 BBB로, 두 단계 하락하면 모두 1424억원의 상환 조건이 작동할 수 있다.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이번 사채 4000억원을 회계상 전액 자본으로 반영하고, BW로 차입금 1000억원을 상환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부채는 9363억원, 자본은 6996억원이 된다. 부채비율은 133.8%로 낮아진다.
◇3년 뒤 표면금리 5%…주가 내려도 전환가 조정 없어 두 사채의 최초 표면이자율은 0%, 만기보장수익률은 연 2%다. 형식상 만기는 2056년 11월12일이며 회사 선택에 따라 30년씩 연장할 수 있다. 사채권자에게 조기상환청구권은 없고 이자 지급도 회사가 정지할 수 있다. 다만 지급하지 않은 이자는 소멸하지 않고 3개월 복리로 누적된다.
실질적인 상환 판단 시점은 2029년 11월12일이다. 이날까지 사채 4000억원이 모두 남아 있다면 회사는 만기보장수익률 연 2%를 반영한 약 4245억원을 지급하고 조기 상환할 수 있다. 상환하지 않으면 표면이자율은 5%, 만기보장수익률은 7%로 올라 표면이자 기준 연간 200억원을 부담한다. 이후 두 금리는 매년 1%포인트씩 오른다. 회사는 최초 금리 조정일과 이후 이자 지급일마다 사채 전액을 조기 상환할 수 있다.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은 CB의 주식 전환과 BW의 신주인수권 행사다. BW도 사채를 신주대금으로 대신 내는 대용납입 방식이어서 권리가 행사된 만큼 채무가 줄어든다. CB 전환가액과 BW 행사가액은 모두 4만3704원으로, 13일 종가 3만8100원보다 14.7% 높다.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은 2027년 11월12일부터 행사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해도 전환가액과 행사가액은 낮아지지 않는다. 유상증자나 주식배당, 합병, 감자 등 주식가치 희석 사유가 발생할 때만 조정된다.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이 모두 행사되면 보통주 915만2480주가 새로 발행될 수 있다.
상환 여력을 좌우할 영업현금흐름은 아직 마이너스다. 지난해 영업활동에서 565억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525억원이 유출됐다. 상반기 매출 1891억원보다 매출원가가 2193억원으로 더 컸고 영업손실은 522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509억원이 2분기에 발생했다. 2분기 연료전지 주기기 매출은 21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9%, 서비스 매출은 228억원으로 13.1% 줄었다. 재고자산평가손실 258억원을 환입하고도 손실 폭이 컸다.
CB로 조달하는 운영자금 3000억원 가운데 703억원은 올해, 2297억원은 내년 원재료 구매 등에 투입한다. 내년까지 운영자금 집행을 마치면 2029년 11월 첫 금리 조정일까지 남는 시간은 약 2년이다. 이 기간 영업현금 창출력을 회복하거나 전환·행사가를 웃도는 수준으로 주가가 올라야 이번 조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