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며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고 나섰다. 저평가 배경에는 낮은 자본효율성과 성장 정체, 소극적인 주주환원,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더벨은 산업계 전반의 저PBR 원인을 분석하고 주요 기업의 대응 전략과 시장의 재평가 가능성을 짚어본다.
우리엔터프라이즈가 연이어 주가 관련 악재에 노출되고 있다. 올해 한국거래소 시가총액 규제 대상에 오른 데다가 최근에는 저PBR 기업 꼬리표까지 달았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PBR 0.13배,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낙인
우리엔터프라이즈는 지난 1966년 설립돼 199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법인이다. 10개가 넘는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우리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상장사로는 우리바이오, 우리이앤엘하루틴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룹사 매출은 연간 기준 1조원을 웃돈다.
우리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으로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공시됐다. 거래소는 이른바 '네이밍 앤 셰이밍' 방식으로 저PBR 기업 명단을 공개해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고 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BPS)으로 나눈 비율이다. 통상 PBR이 1배를 밑돌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엔터프라이즈의 최근 반기 기준 PBR은 0.13배에 불과했다. 올해 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가 3325억원에 달하지만 시가총액은 20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자본 규모에 비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가 현저히 낮은 셈이다. 동종업종인 산업재 하위 10%의 평균치인 0.31배를 밑돌았다.
저PBR 기업으로 분류되기 전부터 주가 관련 부담은 이어졌다. 올해 들어 시가총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상당 기간 규제 부담에 노출됐다.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 유지를 위한 최소 시가총액 기준을 150억원으로 설정했다. 하반기부터는 2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에 대한 퇴출 요건도 신설했다.
우리엔터프라이즈는 지난 8월 종가가 1000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이어지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시가총액이 200억원을 밑도는 날도 적지 않았다. 전일(3일) 종가 기준으로도 시가총액은 여전히 200억원을 하회하고 있다.
최근 법원이 관련 절차에 제동을 걸면서 시가총액 요건에 따른 퇴출 조치는 중단된 상태다. 다만 거래소가 시장 퇴출 기준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규제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처:네이버 증권
◇소극적 대응, 실적 부진 '아쉬움'
시장에서는 우리엔터프라이즈의 주가 대응이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주주환원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근본적인 변화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우리엔터프라이즈는 올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자사주 소각도 진행했다. 주요 경영진이 장내에서 지분을 매수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시가총액 요건에 따른 규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주가 방어에 나선 셈이다.
다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23년 영업이익 264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1억원까지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액 5956억원,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간 기준 적자 전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재무상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엔터프라이즈는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나 추가 주주환원 움직임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유 현금을 활용한 보다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우리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저PBR 종목으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최근 진행하고 있는 주가 부양책 이외에 계획은 없다"며 "현금 활용에 대해서도 따로 아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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