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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한국콜마 vs 코스맥스

아낌없는 연구개발비 투자 '기술 우위' 각축전

⑤[R&D]한국콜마 '규모·비중' 앞서, 사업 포트폴리오 영향 관측

박규석 기자  2023-02-13 13:51: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원천기술(源泉技術). 산업군을 통틀어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핵심 가치로 분류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제품 생산부터 프로그램 개발까지 형태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책임지는 기술이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생산)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원료개발부터 제품생산까지 책임지고 있는 만큼 기술 개발은 시장 경쟁력을 가르는 척도로도 분류된다. 국내외 대형 브랜드사와 맺는 공급 계약부터 중소기업을 위한 개발 지원 등까지 아울러야 하는 만큼 자체 기술력은 곧 회사의 수익성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경우 적지 않은 실탄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새로운 화장품 원료의 개발과 개선 등이 주를 이룬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콜마는 제약과 헬스케어 등까지 R&D 영역을 넓히고 있다면 코스맥스는 화장품에 집중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른 차이일 뿐 두 기업 모두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을 아끼지 않다는 점은 공통분모라는 게 업계 평가다.


◇R&D 비중 우상향, 한발 앞선 한국콜마

재계에서 R&D 비용은 기업의 미래 투자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업종별로 규모 또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비중은 다양하다. R&D에 많은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미래 투자가 활발하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다만 화장품 ODM처럼 기술력이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기업의 경우 R&D 규모 등은 성장 동력 발굴의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게 통상적이다.

실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R&D 투자에 자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새 R&D 비용(이하 연결기준)모두 우상향 기조를 보이는 부분 역시 공통점이다. 다만 R&D에 투입된 자금의 규모와 전체 매출대비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측면에서는 한국콜마가 코스맥스를 한발 앞서고 있다.

한국콜마의 전체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 6.99%다. 전년 12.39%와 비교하면 하락한 수치이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이 6.08%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년보다 많은 비용이 집행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9년부터는 R&D 투자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코스맥스는 2021년 말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4.7%를 기록해 한국콜마보다 작았다. 2018년 2.3% 이후 관련 비중이 매년 증가하기는 했지만 한국콜마를 넘어서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R&D 규모에서도 코스맥스는 한국콜마와 차이가 났다. 같은 기간 코스맥스가 703억원을 사용했다면 한국콜마는 1041억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한국콜마의 경우 코스맥스처럼 법인별 R&D 비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적인 R&D 비용 등만 비교할 수 있어 규모 차이에서 오는 세부적인 배경 등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R&D 규모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R&D 규모 '사업 포트폴리오' 차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R&D 현황을 투입된 비용만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연구 분야와 시기, 초기 비용 등의 세부 항목의 차이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자료의 접근성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의 R&D 규모 차이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기업 인수 등과 같은 투자 활동을 통해 일정 수준 엿볼 수 있다.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한 지분 인수 등의 과정에서 한국콜마가 제약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면 코스맥스는 화장품 ODM에 집중하는 형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콜마의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인수다. 지난 2018년 HK이노엔 지분 인수 이후 한국콜마의 연결 기준 R&D 규모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연구 분야 역시 화장품 원료 개발 등에서 신약과 합성신약, 바이오 등으로 확장됐다. 같은 기간 코스맥스는 이종산업에 속하는 기업 인수를 단행하지 않았다. 2018년을 전후로 해외법인 설립 등이 진행됐지만 이들은 모두 화장품 ODM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러한 두 기업의 차이는 R&D에 사용된 투자금의 규모만으로 기술적 우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요소로도 꼽힌다. 한국콜마가 코스맥스보다 R&D 투자금을 많이 집행하기는 하지만 제약 사업을 위한 비용도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2022년의 경우 화장품 용기 제조기업 연우를 인수한 만큼 R&D 부문의 세부 비교는 조금 더 복잡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원료와 같은 연구개발은 분야가 다양해 단순히 금액을 가지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오는 구조적인 차이까지 고려할 경우 가치 판단의 기준은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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