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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라인-소프트뱅크 야후재팬 경영통합

원충희 기자  2023-08-29 08:23:59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네이버의 글로벌 첨병 '라인'

2.1. 라인의 일본시장 공략

2.2. 라인, 미·일 동시상장 쾌거

2.3. 네이버, 라인 통해 금융업 우회진출

3. 글로벌 IT시장 재편

3.1. 미·중으로 재편된 인터넷 시장

3.2. 이해진의 고민

4. 통합의 시작

4.1. 핀테크 사업 출혈경쟁

4.2. 물밑 통합협상

4.3. 한국에서의 만남

4.4. 이해진 손 잡은 손정의

5. 통합의 과정

5.1. 라인 공개매수

5.2.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5.3. 경쟁당국 심사

     5.3.1. 대만 당국의 판단

     5.3.2. 일본 당국의 판단

5.4. 통합재원 마련

     5.4.1. 일본 유력은행 총출동

     5.4.2. 사모CB 조기상환, 신디론 조성

6. 통합 후 청사진

6.1. AHD 경영진 구성

     6.1.1. 이해진의 양보

6.2. 라인-Z홀딩스 사업제휴

     6.2.1. 광고와 핀테크 맞손

     6.2.2. 헬스케어·AI 연맹

7. 통합효과

7.1. 네이버 재무상 득과 실

7.2. 예상보다 더딘 시너지

     7.2.1. 챗GPT가 쏘아올린 또다른 위기

     7.2.2. 경영통합 넘어 합병 추진

최초 문서 작성일 : 2023년 8월 29일


1. 개요접기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 Corporation)'은 2021년 소프트뱅크 산하의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와 경영통합을 완료했다. 일본 시장을 두고 경쟁했던 두 그룹이 손을 잡고 새로운 연합체를 만들었다.

그 이면에는 미국과 중국 등 세계적인 강대국을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을 점령하던 IT 공룡들의 대대적인 공습이 있었다. 이들과 싸우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넘어 경영통합으로 아예 유기적인 결합을 선택했다.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려는 IT 혈맹의 시작이다.

경영통합이 마무린 된 현재 라인과 야후재팬, Z홀딩스는 아예 한 몸이 되고자 한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통합 후 2년간 기대만큼 시너지를 내지 못하자 회사를 합치는 것이다.

해당 콘텐트는 네이버 라인 소프트뱅크 산하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2. 네이버의 글로벌 첨병 '라인'접기


2.1. 라인의 일본시장 공략접기


한국 포털시장의 점령한 네이버는 2001년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해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 포털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야후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2005년 철수했다.

그럼에도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포기하지 않았다. 절치부심 끝에 2007년 네이버재팬을 다시 설립했고 2008년 신중호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력들을 파견했다.
*라인 로고

계기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통신시설이 파괴되면서 전화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 속 인터넷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이 작동하는 것에 주목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를 주시하던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3개월 만에 출시했다. 라인은 1년 만에 글로벌 가입자 5000만명이 넘어섰고 현재는 일본에서만 8000명 이상, 전 세계에서 6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글로벌 메신저로 거듭났다.

2.2. 라인, 미·일 동시상장 쾌거접기


네이버는 2016년 7월 라인을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00억엔(약 6조5000억원) 규모. 신주발행에 따른 총 조달액은 약 1000억엔(1조915억원)에 달했다. 상장주관사는 노무라증권, 골드만삭스, JP모건이 맡았다.

라인은 신주 발행방식으로 3500만주를 공모했다.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1300만주, 일본 외 해외 투자자로부터 2200만주를 공모했다. 상장 예정가는 주당 2800엔(3만244원)으로 전체 공모액은 1조585억원이다. 상장 후 네이버의 라인 지분율은 100%에서 83%대까지 줄어들었다.

라인은 일본, 태국, 대만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지만 북미 시장에선 아직 낯선 존재였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유도 북미 시장 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당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 1~2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열이, 3위는 중국 위챗이다. 라인은 세계 4위에 해당됐다.

2.3. 네이버, 라인 통해 금융업 우회진출접기


네이버는 국내에서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업을 영위한다. 다만 라이선스가 필요한 은행, 증권, 보험 등의 사업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는다. 2019년 열린 3차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 신청에 불참한 것은 물론 최근 제주은행 인수설이 불거질 때도 곧바로 반박자료를 내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를 의식한 행보로 알려져 있다.

다만 라인을 통해 만들어진 라인파이낸셜로 글로벌 테크핀 사업을 진행 중이다. 라인증권과 라인FX(외환)는 노무라증권과, 라인스코어(신용등급조회 서비스)와 라인 포켓머니(소액대출)는 미즈호은행, 오리코와 손을 잡았다. 보험은 손보재팬(Sompo Japan), 소액투자(라인스마트투자)는 폴리오(Folio)와 짝을 지었다.

비록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본에서 설립이 차질을 빚어 중도 무산됐으나 대만, 싱가포르, 홍콩, 동남아시아로 그 영역을 넓혀갔다. 대만에선 라인파이낸셜타이완과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고 태국에서는 키시콘은행과의 합작법인 카시콘라인이 만들어졌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라인파이낸셜아시아가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이들의 협력은 디지털은행 설립으로 이어졌으며 인도네시아 라인뱅크가 출범했다.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는 지난해 7월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지 반년 만에 100만건을 달성했으며 대만에선 1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3. 글로벌 IT시장 재편접기


3.1. 미·중으로 재편된 인터넷 시장접기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최대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반면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와 중국의 BATH(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중심으로 인터넷 업계가 재편됐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3.2. 이해진의 고민접기


이해진 GIO는 이전부터 구글과 유튜브 등 글로벌 IT 공룡의 무차별 공세를 홀로 막아내고 있는 네이버의 현 상황을 '삼별초'에 비유했다. 2019년 6월에 열린 컨퍼런스에서 그는 "시총이 1000조에 육박하는 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최근 글로벌 인터넷 업계 상황을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면서 "네이버는 이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했던 회사라는 평가를 받길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구글은 미국을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을 넘어 전 세계 검색시장의 80%가량을 잡아먹었다. 그나마 내수시장을 수호하고 있는 곳은 한국과 일본 정도였다. 이 GIO가 일본 굴지의 IT기업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과 손을 잡은 것도 홀로 싸우기 어려워 동맹을 찾은 결과다.

4. 통합의 시작접기


4.1. 핀테크 사업 출혈경쟁접기


라인은 확대되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핀테크사업에 진출했다. 2014년 12월 자회사 라인페이를 설립하고 간편결제·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일본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 영업비용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 간편결제 시장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와 일본 라쿠텐의 '라쿠텐페이', 라인페이가 3파전을 벌였다.

시장점유율도 3사가 엇비슷한 수준이라 방대한 마케팅비를 쏟아 붓는 출혈경쟁이 빈번했다. 라인페이의 적자 행진은 네이버에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네이버는 2019년 기준 라인 및 기타사업부문에서 5377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주 요인은 라인페이였다.

4.2. 물밑 통합협상접기


경영통합 협상은 2019년 여름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도쿄의 한 호텔에서 야후재팬 모회사인 Z홀딩스(ZHD)의 가와베 겐타로 사장과 이데자와 쓰요시 라인 사장이 머리를 맞댔다. 논의가 구체화하면서 그 해 9월 각사의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한국 네이버 이해진 의장 등 수뇌부가 다시 만나 통합 협상에 이르렀다. 당시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그룹이 통합으로 탄생하는 플랫폼을 지원할 것"이라고 확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과 가와베 사장이 라인에 자본제휴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몇 년 전에도 네이버 리더들과 만나 그 자리에서 통합 제안을 했었다. 과거 손 회장 측의 제안을 거절했던 라인도 이번엔 달랐다. 이대로라면 GAFA에 밀려 일본에 데이터가 남지 않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타이밍이었다. 네이버는 한국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구글의 장악을 막은 몇 안 되는 기업이지만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GAFA의 거센 위협에 결국 라인이 연결자회사에서 제외되는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야후재팬과의 통합을 선택했다.

4.3. 한국에서의 만남접기


2019년 7월 이해진 네이버 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두 사람 간 협업 의지를 확인했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경영통합을 통해 이 GIO와 손 회장은 이용자 1억3000만명을 보유한 메가플랫폼을 탄생시킬 수 있다. 적어도 일본 내 기업들 중에선 경쟁자가 없고 전 세계로 넓혀보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공룡들에 대항하기 위한 생존 동맹이다.

4.4. 이해진 손 잡은 손정의접기


손정의 회장도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2017년 107조원 규모로 출범한 '비전펀드'가 투자한 업체들이 천문학적 손실을 내며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특히 기대주로 꼽혀왔던 '우버'와 '위워크'가 각각 9억9000만달러, 18억달러 적자를 내면서 소프트뱅크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야후재팬 역시 일본 검색시장 점유율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때 네이버처럼 자국 시장 점유율 80%대를 넘나들기도 했으나 구글에 밀려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IT 생태계가 미국과 중국으로 재편된 상황은 한일 모두에게 위기감을 일으켰다.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와 알리페이 등으로부터 몇 안 남은 미정복지였던 한국과 일본의 대표 IT사업자들은 힘을 합쳐 시장을 지켜내자는 복안이었다.

5. 통합의 과정접기


5.1. 라인 공개매수접기


2019년 12월 이해진 GIO와 손정의 회장은 경영통합 본계약을 체결했고 1년여의 기간을 거쳐 2020년 후반기쯤에 통합을 완료키로 했다. 경영통합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신규 합작법인(A홀딩스)을 만들고 그 밑에 ZHD를 두는 형태다. 라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인 야후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등을 ZHD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대만 공평교역위원회 심사 자료 발췌

라인은 일본과 미국에 동시 상장된 회사였다. 일본 증시가 메인이고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미국 뉴욕 증시에 올라와 있었다. 경영통합을 위해선 주식을 모두 매수한 뒤 지분 100%를 확보해 상장폐지를 시킬 필요가 있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양사는 1조8800억원을 들여 매입대상 총주식 8831만주 가운데 3123만주를 매입했다. 싱가포르 헤지펀드 등 일부 소액주주는 공개매수 가격에 불만을 품고 공개서한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5.2.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접기


경영통합 작업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란 대형 변수가 생겼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경쟁당국 심의 통과를 전제로 2020년 5월부터 10월까지 라인 주식을 공개매수를 진행하려 했다. 라인의 보통주, 미국예탁증권(ADR), 신주권리(스톡옵션) 등을 모두 취득하는 공개매수 작업이다.

공개매수 후 남은 주식은 병합 등의 과정을 거쳐 지분 100%를 확보한 뒤 라인을 합작법인으로 전환하고 상폐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사업을 영위 중인 나라 가운데 일부 국가의 경쟁당국 심사가 늦어졌다. 라인은 동남아시아와 대만, 일본, 한국 등을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탓에 다수 국가들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합병승인을 받아야 했다. 한곳이라도 불승인이 날 경우 통합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통합이슈는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라인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 상장 이래 최고치인 5400엔(6만원)을 찍었다. 공개매수를 해야 할 입장에서는 갈수록 매수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비즈니스가 각광받고 있는 게 라인 주가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었다.

라인이 경영통합을 발표한 후 밝힌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5200엔이었으나 주가가 너무 오르는 바람에 결국 5380엔으로 높였다.

5.3. 경쟁당국 심사접기


5.3.1. 대만 당국의 판단접기


경영통합 계획의 최대 관건인 주요 국가 경쟁당국 심사는 2020년 7월 말 대만 경쟁당국 심사 통과를 시작으로 청신호가 켜졌다. 대만 공평교역위원회(공평위)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 측의 ZHD-라인 경영통합 방안을 승인했다.

경영통합이 완료되면 일본에서만 사용자가 1억3000만명이 넘는 거대 ICT그룹이 탄생하는 만큼 각국의 경쟁당국도 밀도 있게 심의를 봤다. 사업권은 한국,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 걸쳐 있어 5개국의 허가를 모두 얻어야 했다.

대만 당국은 야후재팬이 라인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물류·운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자국 업체를 크게 위협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라인 역시 야후재팬의 경쟁사를 차별할 경우 광고수익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라인과 야후재팬의 현지사업 홍보계획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5.3.2. 일본 당국의 판단접기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2020년 8월 초 라인·야후 경영통합 심사 승인을 완료했다. 공정위는 뉴스와 광고, 간편결제(코드결제) 분야에서 양사 합병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야후재팬과 라인은 모바일과 웹 서비스 점유율이 60~75%에 이르지만 10~20% 점유율을 가진 유력한 경쟁 사업자 역시 다수 존재하는 만큼 주요 사업분야인 뉴스, 광고, 간편결제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진 않을 것이란 결론이다.

애초 야후재팬과 라인의 합병 절차에서 가장 큰 난관은 대만과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가 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7월 대만 공평교역위원회의 문턱을 넘은 데 이어 8월에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허가가 떨어지면서 합병 절차는 급물살을 탔다. 2020년 후반 예정이었던 합병기일이 2021년 2월 말로 연기됐지만 기약 없이 밀리진 않았다.

5.4. 통합재원 마련접기


5.4.1. 일본 유력은행 총출동접기


네이버는 2020년 4월 일본 계열사 네이버제이허브(NAVER J. Hub)와 소프트뱅크와 함께 주식공개매수 작업을 완료했다. 유통주식은 물론 신주인수권 등도 포함해 매입대상 주식의 총수는 8830만9646주. 매수가격은 주당 5380엔(약 6만원)으로 약 4751억엔(약 5조원 이상) 수준이었다. 네이버제이허브는 네이버의 지급보증을 받아 일본 스미모토뱅킹그룹(SMBC), 미즈호(Mizuho) 등 현지은행으로부터 2조2479억원 규모의 차입약정을 맺어 자금을 마련했다.

공개매수는 양국에서 이뤄졌다. 일본 시장에서는 각각 1479만5099주씩 총 2959만198주를 사들 총 1592억엔(1조7800억원)이 소요됐다. 미국 시장에서는 유통주식 55만3700주와 DR 109만772주를 모두 인수했다. 이에 따라 미·일 양국에서 매수한 주식 수는 3123만4670주, 인수에 1680억엔(1조8830억원)이 썼다. 네이버제이허브는 9400억원 정도를 소요했는데 차입약정 금액의 절반도 쓰지 않은 셈이다.

5.4.2. 사모CB 조기상환, 신디론 조성접기


라인은 야후재팬과의 경영통합에 앞서 2018년 9월에 발행한 사모전환사채(CB)를 모두 조기상환하기로 했다. 재원은 은행들의 공동융자, 즉 신디케이트론을 조성으로 마련했다. 대출확약 규모는 1543억엔(약 1조7142억원). 주간사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과 BNP파리바 도쿄지점, 미즈호은행이 맡았고 아조라은행과 미쓰비시UFJ(MUFG), 싱가포르 DBS은행 도쿄지점이 공동주선으로 들어왔다.

이들 외 16개 금융기관이 신디론에 차주로 참여했다. 주로 일본계 은행이 많이 들어왔지만 프랑스 크레디아그리꼴과 더불어 이선상업은행, 제일상업은행, CTBC, 메가뱅크 등 대만계 은행들도 자금을 보탰다. 한국에선 KDB산업은행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참여했다.

6. 통합 후 청사진접기


6.1. AHD 경영진 구성접기


2021년 3월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작업이 공식적으로 완료됐다. 이들은 2023년 매출 21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액인 약 2조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신설 합작법인 AHD는 ZHD의 지분 65.3%를 보유하게 됐다.

이해진 GIO와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AHD의 공동대표로 기업을 이끌기로 했다. 이해진 GIO는 회장, 미야우치 켄 CEO는 사장을 각각 맡는 식이다. ZHD 그룹은 약 2만3000명의 임직원과 200개 이상의 서비스를 보유한 일본 최대 규모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다. 일본 내 3억명 이상의 이용자와 1500만개 이상의 클라이언트를 확보, 일본 지방정부와 함께 3000건 이상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6.1.1. 이해진의 양보접기


통합작업이 완료된 후 신설 합작법인 AHD 이사회는 총 5명으로 꾸려졌다. 이해진 네이버 GIO와 황인준 라인 최고재무투자자(CFO) 등 네이버 측 인사 2명, 소프트뱅크 측 2명으로 총 4명의 사내이사가 선임됐다. 나머지 한 자리인 사외이사에는 일본인이 맡았다. 당초에 네이버 측 이 GIO가 의장을 맡기로 했으나 조율 과정에서 소프트뱅크 측에 양보했다.

지배력은 소프트뱅크가 갖고 가되 대신 그룹최고상품책임자(GCPO)는 네이버 측이 확보했다. 네이버 임원 출신인 신중호 ZHD 대표이사 겸 GCPO가 주요 사업계획, 기획 및 개발 등 전반에 걸친 최종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이후 ZHD 이사회 휘하조직인 '프로덕트위원회'의 초대 책임자로 활동하며 라인과 Z홀딩스의 제품·서비스를 총괄하는 최종결정권을 쥐었다.

6.2. 라인-Z홀딩스 사업제휴접기


Z홀딩스 그룹은 라인에서 친구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라인 기프트', 여러 친구와 함께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공동 구매', 인플루언서의 상품 소개 영상을 시청하며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등을 출시키로 했다.

온·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데이터를 연계함으로써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구매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쇼핑 경험 '크로스 쇼핑'도 선보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변적 가격을 제공해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마이 프라이스 이니셔티브' 서비스도 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네이버의 이커머스 전문성을 접목한 '스마트스토어 프로젝트'를 론칭할 계획도 세웠다. 식당 및 숙박 예약 관련 서비스를 포함하는 로컬 및 버티컬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을 통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내놓으려 했다. '야후 맵스'와 '잇큐.com 레스토랑', '라인 플레이스' 등 여러 서비스의 예약 및 고객 유치에 AI를 다방면으로 활용한다.

또 음식배달 서비스 '데마에칸'이 보유한 일본 최대 규모의 배달 인프라 활용도 검토해 향후 ZHD 그룹이 전개할 서비스의 배송 편의성을 높이는데 반영할 계획이었다.

6.2.1. 광고와 핀테크 맞손접기


광고 분야에서는 '야후재팬'과 '라인', '페이페이(PayPay)'가 연계해 사업자에게 새로운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야후재팬과 라인 안의 광고를 통해 특정 상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쿠폰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재구매를 유도할 계획이다.

핀테크 분야도 강화한다. ZHD 그룹은 '구매, 예약, 결제'라는 사용자의 행동에 맞춰 대출, 투자상품, 보험 등 니즈에 맞는 최적의 금융상품을 제안하는 '시나리오 금융' 방안을 확충할 예정이다. 또한 페이페이와 라인페이의 가맹점 제휴를 통해 다음 달 말 이후 일본 전역에 300만개 이상 분포하는 페이페이 가맹점 중 MPM(Merchant Presented Mode, 가맹점 제시) 방식을 이용하는 가맹점에서 라인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는 2022년 4월 라인페이의 QR 및 바코드 결제를 페이페이와 통합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6.2.2. 헬스케어·AI 연맹접기


라인 헬스케어가 제공하는 '라인 닥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진료와 함께 온라인 복약지도부터 약품 배송까지의 서비스를 새롭게 전개한다. 올해 온라인 복약지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며 '라인 닥터'를 일본 내 1위 서비스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한국에선 비대면 의료진료나 복약지도, 약품 배송 등이 기존 업권과 첨예한 대립 중이라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라인을 통해 비대면 의료와 헬스케어 사업의 국내 규제를 우회해 일본에서 구현할 수 있었다.

ZHD 그룹은 각 사업 성장을 위한 핵심 역량으로 AI를 꼽았다. 향후 5년간 약 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 5년간 글로벌 및 일본에서 약 5000명의 AI 분야 엔지니어를 증원할 계획을 세웠다. AI 분야에서 네이버와 라인은 '클로바'를 공동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2021년 5월 공개한 이후 두 달 뒤에는 라인이 'AI 데이 2021' 행사를 개최해 일본어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였다. 네이버는 한국어 기반으로, 라인은 일본어 기반으로 AI를 고도화하는 방향이다. 특히 일본어는 단어 수가 한국어보다 많기 때문에 언어학습에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7. 통합효과접기


7.1. 네이버 재무상 득과 실접기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제이허브가 차입을 끌어와 주식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네이버 연결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끼쳤다. 단기차입금이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해 1조원을 돌파했다. 부채비율도 거의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2~3년 전만 해도 부채비율이 50~66%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속도가 가팔라졌다.

다만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이 완성되면서 라인은 네이버의 연결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변했다. 지분법손익이 반영되면서 2021년 3월 말 기준 지분평가이익 15조원이 반영돼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 대폭 늘어 106%에 이르던 부채비율이 35.7%로 크게 개선됐다.

7.2. 예상보다 더딘 시너지접기


통합 후 1년이 지난 2022년 라인 서비스의 이용자 수가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월간활성사용자(MAU) 작년 12월말 1억9300만명으로 2억명에 근접한 상태. 1년 전 대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특히 라인 서비스를 쓰는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주요 4개국 이용자 수(1억7600만명)는 1년 전보다 200만명(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는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흥분했지만 지난 2년간 진짜로 새로운 걸 내놓지는 못했다"며 "이것은 우리가 원한 게 아니었고 Z홀딩스에 좀 더 빠르게 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토로했다.

7.2.1. 챗GPT가 쏘아올린 또다른 위기접기


라인-야후재팬 동맹은 현재 또 다른 위기를 겪고 있다. 챗GPT로 대변되는 초거대 AI가 검색시장 트렌드를 흔들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공룡들을 자체 초거대 AI를 개발해 한국과 일본시장을 표적으로 삼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2023년 7월 6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AI 분야에선 MS, 구글 등 세계 최고의 기업과 직접적인 경쟁 상황에 처한 현실은 매우 절박하다"며 "AI 기술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요구하는데 MS는 챗GPT를 만든 오픈 AI에 100억달러(약 12조원) 넘는 투자를 약속했고 구글은 초거대 AI '바드(Bard)'를 영어권에 이어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동시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CEO)

그는 "글로벌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이고 또 직접적으로 한국과 일본 시장에 대한 진출 의지를 밝히고 있다"며 "아마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것과 차원이 다른 실존하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대표가 AI 시장에 대해 걱정을 표한 것은 네이버와 관계사 라인의 텃밭이 한국과 일본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시장 1위 사업자이며 라인을 통해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석권했다. 양사는 AI 공동브랜드 '클로바'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AI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과 일본 시장을 직접 겨냥한 것도 네이버, 카카오, 라인 등 한국계 IT 강자들 때문이다. 구글은 미국과 유럽 검색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일본에서 60%의 벽을 깼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네이버에 막혔다. 모바일 메신저는 한국에선 카카오톡이, 일본에선 라인이 절대강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 입장에선 난공불락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깨는 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7.2.2. 경영통합 넘어 합병 추진접기


ZHD는 올 2월 자회사인 라인, 야후재팬과의 3자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생각보다 시너지 창출이 더디자 아예 합병카드를 꺼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광고 사업 등 경영환경 악화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면서 상황 타개를 위해 뽑아든 수다. 현 지배구조로는 사업적 시너지 발휘가 예상보다 더뎠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갖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 [1] 2021년 마무리한 작업은 A홀딩스를 신설해 그 산하에 Z홀딩스를 두고 그 밑으로 라인과 야후재팬를 편제하는 작업이다. 이제는 Z홀딩스, 라인, 야후재팬 3사를 합병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 [2] 네이버가 2006년 350억원에 인수한 스타트업 '첫 눈(1noon)'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네이버에 인수된 후 검색센터장으로 영입됐다.
  • [3] 또 다른 창업자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다
  • [4] 한국에서 카카오에 밀려 메신저 사업이 위축된 네이버는 라인을 통해 일본 메신저 시장을 석권했다.
  • [5] 그가 프랑스에서 조성한 유럽 투자펀드명 '코렐리아' 역시 영화 '스타워즈'에서 우주 무법자들에 대항하는 연합군 베이스캠프가 있는 행성명에서 따온 것이다.
  • [6] 한국에서도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수년간 막대한 손실 끝에 흑자 전환했다.
  • [7]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내용
  • [8] 손정의 회장의 방한 스케줄에 맞춰 국내 재벌 회장들과 모두 미팅을 가졌다. 이해진 GIO도 그 중 한 명이라 만남 시간 자체를 길지 않았다는 전언.
  • [9] 검색시장 점유율 22%, 보유 이용자 500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음.
  • [10]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운용사 메트리카 파트너스(Metrica Partners)는 라인 이사회에 스퀴즈 아웃을 연기하고 주주이익을 보장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주당 5380엔(51달러) 제시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 [11] 2019년 말 기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매수해야 할 주식은 6613만8450주에 달했다. 주당 5380억엔으로 단순 계산하면 3558억엔(약 4조원) 수준. 여기에 미국에 상장한 DR과 신주권을 합치면 액수는 더 늘어났다.
  • [12] 공평위는 대만의 경쟁정책을 주관하는 당국으로 국내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관이다.
  • [13] 라인이 네이버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바뀐 이유는 이 같은 지배력 변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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