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건설사 파이낸셜 뷰

김도형 현대건설 상무, 급증한 미청구공사 뒤처리

PF 사업장 주로 수도권 집중, 부실위험 낮아…2년 연속 현금흐름 순유출

원충희 기자  2024-01-08 13:30:06

편집자주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여타 건설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일부 업체는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별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이들 앞에 놓인 당면과제를 살펴봤다.
2023년도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스(PF) 관련 시행사에 대한 보증이 2조3000억원으로 상당히 크다. 사업장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안정성이 높으며 착공 상태인 만큼 PF 관련해 부실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다만 해외사업장 중심으로 최근 미청구공사가 1년 만에 2조원 늘어남에 따라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도형 상무의 주요 과제는 결국 저하된 유동성 관리다.

◇PF 보증규모 크지만 수도권에 밀집, 순현금 1.4조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도급사업 PF 보증이 1조원을 상회하는 업체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태영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5개사가 꼽힌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의 경우 PF 보증규모가 롯데건설 다음으로 크다. 도급 PF 보증에서 미착공 공사가 4조원이 넘는다. 사업장을 보면 1조원 이상이 수도권-아파트 및 준주거 형태이고 수도권-기타가 3조원 이상이다.


PF 부실위험이 높게 평가되는 지방쪽 사업장 비중은 미미하다. 시행사에 대한 PF 보증 2조3000억원 중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그런 면에서 PF 보증규모가 큼에도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증내역에서 주택 외 비중이 많지만 이 또한 대부분 가양동 CJ 공장부지, 이마트 부지 등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서울지역에 위치해 있다.

국내 최상위권의 브랜드인지도 기반으로 주택사업 수주를 확대하면서 신규수주만 13조원이 넘는다. 잔고회전율은 약 5배 수준으로 장기 매출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유동성도 상당히 좋기 때문에 위험도 역시 그만큼 낮다.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 3조7000억원, 순현금 1조4000억원으로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118.7%이나 차입금의존도는 10.2% 수준이며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 비중인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4%에 불과하다. 순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우량하다. EBITDA에 손대지 않고도 가진 현금만으로 모든 차입금을 갚을 수 있을 만큼 레버리지 지표의 절대적인 수준이 낮다.

◇미청구공사 1년만에 2조 증가, 운전자본 부담 가중

현대건설에서 눈에 띄는 재무적 이슈는 미청구공사의 급증이다.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5조7578억원으로 전년 말(3조7347억원)대비 2조원가량 늘었다. 2021년 말에 3조247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1년간 가파르게 늘었다. 미청구공사는 이미 완료한 공사 작업에 대한 대금 청구를 아직 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미청구공사가 많을수록 현금흐름이 지연되므로 재무적인 측면에서 불리하다.

사우디 마잔(2013억원), 알제리 우마쉐(1047억원), 베트남 꽝짝(1616억원) 등 주요 해외사업장들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증가한 탓이다. 별도기준으로도 2020년 말 1조7000억원까지 감소한 미청구공사 규모는 작년 9월 말 4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미청구공사로 돈이 묶여 있다 보니 현대건설의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됐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운전자본투자 규모는 2조4152억원으로 전년 동기(5907억원)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운전자본 부담은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진다.

작년 9월 말 연결기준 영업현금흐름이 1조5070억원 순유출(-)을, 잉여현금흐름이 –1조76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잉여현금흐름이 2년 연속 순유출로 현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추세다. 때문에 작년 말 현대건설 신임 CFO로 선임된 김도형 상무의 과제는 명확하다. 미청구공사로 일어난 자금경색을 풀고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성이 커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