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2023년 2월 이사회 보고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했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사례는 2011년 메리츠화재 이후 교보생명이 두 번째였다. 2005년부터 지주사 전환을 꾸준하게 검토해 왔지만,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교보생명은 2025년 하반기 중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짓겠다는 목표다. 2024년 6월 말 기준 교보생명 계열사는 상장사·비상장사 포함 모두 16개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분할 단계다. 교보생명이 인적 분할해 금융지주사를 설립, 해당 지주사와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나눈 뒤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 신설 금융지주사 신주를 교부한다. 두 번째는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결정해 신주를 발행하고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 출자 받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의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은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물 출자를 통해 지배주주는 지주회사 신주를 받고,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도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는 현금출자가 원칙이지만 회사 설립 혹은 신주 발행 시 예외적으로 현물출자가 인정되기 때문에 주식교환을 할 수 있다. 지주사 설립을 통해 큰 돈 안 들이고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생보사 중심의 그룹 성장세 정체를 돌파하겠다는 생각도 크다. 교보생명그룹 17개 계열사 순이익에서 교보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문제는 교보생명의 성장세가 주춤하다는 점이다. 저축성보험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왔는데, 2023년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후 저축성보험 환급금이 부채로 잡히면서 이 같은 포트폴리오가 미치는 재무 부담이 커졌다.
2023년 7월 말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보유계약액은 53조9127억원. 교보생명 전체 개인보험 보유계약액(272조8803억원) 중 저축성보험 비중은 20%로 삼성생명(17%)과 한화생명(16%)보다 높다. 신계약액도 증가 추세다.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신계약액은 4조5369억원으로 생보업계 1위 규모다. 개인보험 신계약액 총액이 교보생명보다 2배 정도 많은 삼성생명(3조6158억원)보다 9000억원가량 많다.
저축성보험 비중은 계약유지율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이후 고금리 환경이 상당기간 계속되면서 저금리 시대 체결된 저축성보험 상품 해지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말 기준 교보생명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13회차 64.4%, 25회차 54.0% 수준이다. 2022년 대비 15.99%포인트, 13.37%포인트 떨어졌다. 손보업계 평균(13회차·25회차 각각 80.4%, 63.1%)과 비교해도 각각 10%포인트 이상 낮다.
교보생명은 보험계약마진(Contractual Service Margin·CSM) 확대를 위해서라도 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 교보생명 보장성보험 신계약액은 10조899억원으로 삼성생명(18조7416억원)과 한화생명(15조4674억원)에 이어 신한라이프(10조4027억원)에도 밀리고 있다.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보장성 보험 사업에 주력하는 손해보험사 인수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