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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부동산PF가 최근 캐피탈 업계의 판도를 뒤바꿨다. 한동안 신한캐피탈이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부동의 1위였다. 그러나 PF 부실이 확대되면서 신한캐피탈의 독주 체제가 막을 내렸다. 새롭게 지주계 왕좌를 꿰찬 곳은 KB캐피탈이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JB우리캐피탈이 뒤를 바짝 쫓으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캐피탈사는 영업 전략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 KB캐피탈은 오랜 업력에 기반해 지주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며 시장 내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에 반해 JB우리캐피탈은 가장 우수한 수익성을 자랑한다. 고수익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효율 경영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KB '지주계' 순익 1위로 우뚝, JB우리 맹추격 KB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된 건 지난해부터다. 기존 지주계 실적 1위는 신한캐피탈이었다. 신한캐피탈은 IB·투자금융 전문회사로 전환한 이후 2021년부터 가장 높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부동산PF 리스크가 업계를 강타하며 시장 판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던 곳이 KB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이다.
두 캐피탈사는 중고차금융에 강점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고차금융을 핵심 자산으로 삼고 있다. 또한 기업금융, 투자금융 등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며 사업 구조도 다각화하고 있다. 사업 재편으로 수익성을 높이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두 캐피탈사는 나란히 19%가 넘는 이익 성장률을 보이며 1위 경쟁을 본격화했다.
현재 지주계 1위를 꿰차고 있는 곳은 KB캐피탈이다. KB캐피탈은 지난해 순이익 2245억원을 기록하며 2239억원의 JB우리캐피탈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이 경쟁 구도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KB캐피탈이 1분기 연결 순이익 701억원을 거두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JB우리캐피탈은 585억원으로 소폭 성장하며 지주계 2위를 유지했다.
JB우리캐피탈 입장에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약 500억원의 순이익 격차를 보였던 두 캐피탈사의 간극은 어느덧 10억원 미만으로 좁혀졌다. 2023년 대손충당금 확대로 KB캐피탈이 주춤했던 사이에 JB우리캐피탈이 성장 가도를 달리며 뒤를 바짝 쫓았다. JB우리캐피탈은 고수익 위주의 성장 전략으로 연일 최대 실적도 갈아치우고 있다.
두 캐피탈사 모두 올해 사업 전략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KB캐피탈은 리테일금융과 기업금융의 균형감 있는 성장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JB우리캐피탈의 경우 고수익 상품을 지속 발굴하며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PF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본업에서의 영업 성과와 비용 절감이 실적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변경 이후 자산 성장 속도 차이 뚜렷 KB캐피탈은 리스전업사로 출범해 2006년 쌍용캐피탈의 자동차할부 영업부문을 인수하며 자동차금융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듬해 우리금융지주로 대주주가 변경됐지만 자동차금융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수입차 브랜드와 제휴를 확대하며 영업 기반을 다져나갔다. 우리금융의 민영화로 2014년 KB금융지주가 인수하면서 현재 KB캐피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JB우리캐피탈도 2000년대에 들어서 자동차 할부금융을 판매했다. 2005년 대우자동차판매의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GM대우의 캡티브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모회사의 워크아웃에 따른 영업 중단으로 캡티브 지위를 잃게 됐다. 결국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2011년 전북은행이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계기로 전북은행은 지주사 전환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두 캐피탈사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지만 성장면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여왔다. 2015년까지 자산 규모가 컸던 곳은 JB우리캐피탈이었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 품에 안긴 KB캐피탈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시장 내 지위도 뒤바뀌게 됐다. 4조원대 자산을 보유했던 KB캐피탈이 10년 만에 18조원대의 캐피탈사로 거듭났다. 부침을 겪었던 JB우리캐피탈은 재정비를 마친 2019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조원대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