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KB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 모두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KB캐피탈은 인도네시아와 라오스에, JB우리캐피탈은 미얀마에 진출해 있다. 글로벌 전략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두고 있다. 영업 채널을 지속 확장하는 KB캐피탈과 달리 JB우리캐피탈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실적 기여도는 양사 모두 제한적이다. 코로나 이후 해외법인들이 차츰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실적 비중은 1~2% 수준에 머물러 있다. KB캐피탈은 안정감 있는 균형 성장을, JB우리캐피탈은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 조기 안착 성과 가른 '현지 파트너' 유무 글로벌 시장에 먼저 진출한 건 KB캐피탈이다. 2016년 라오스 현지법인 'KB코라오리싱'을 설립해 이듬해 영업을 개시했다.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순인도 국민 베스트 파이낸스'로 재출범했다. JB우리캐피탈은 2017년에 설립한 'JB캐피탈미얀마'가 유일한 현지법인이다.
주요 취급 영역은 현지 법에 따라 상이하다. 미얀마에서 소액대출업(MFI) 라이선스를 받은 JB우리캐피탈은 농촌 지역 소액대출 등을 위주로 취급하고 있다. KB캐피탈은 본업인 자동차금융을 현지에서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멀티 파이낸스 형태로 진출해 있다. MFI 시장이 없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멀티 파이낸스사들이 여전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법인 형태도 다르다. JB우리캐피탈은 지분 100% 출자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와 달리 KB캐피탈은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며 종속기업 형태로 두고 있다. 이는 설립 과정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라오스 법인은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됐다. KB캐피탈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으며 LVMC그룹이 20%, KB국민카드가 29%를 소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존 순모터그룹이 보유했던 지분 85%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합작법인 형태는 KB캐피탈이 현지에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KB캐피탈은 라오스 현지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는 LVMC그룹의 캡티브 마켓을 활용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순모터그룹과 신차 자산의 20% 제공 확약을 통해 영업 기반을 확보했다. 초기 기반이 없었던 JB우리캐피탈은 관리자급을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등 현장 밀착 영업에 집중했다.
글로벌 사업의 기조도 상이한 모습이다. KB캐피탈은 현지법인의 성장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현지법인에 지급보증을 제공하며 누적 투자금액이 3515억원 수준이다. 이에 기반해 해외 자산 규모가 3185억원으로 확대됐다. JB우리캐피탈은 외부 변수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 코로나와 군부 쿠데타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영업 환경이었다. 이에 따른 글로벌 사업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실적 비중 1~2% 수준, 중장기 전략은 KB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 모두 글로벌 사업의 영향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해외법인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1~2% 수준이다. 이는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캐피탈사 전반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캐피탈사들은 글로벌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 위주로 진출해 왔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KB캐피탈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5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은행계 캐피탈사 중에서 가장 우수한 글로벌 실적이다. 전략적 제휴 기반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2021년 이후로는 두 법인 모두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JB우리캐피탈은 순이익 22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단일 해외법인 실적으로는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안전한 지역 위주로 영업을 재개해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올해도 양사는 해외법인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KB캐피탈은 현지에, JB우리캐피탈은 국내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KB캐피탈은 동남아 전기차(EV)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신시장 진출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나갈 예정이다. JB우리캐피탈은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받은 미얀마 근로자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계열사 은행과의 대출 연계로 확장하는 등 시너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