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빈중일 KB캐피탈 대표와 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는 서로 다른 이력과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다. 올해 임기 2년차를 맞이한 빈중일 대표는 KB국민은행 출신의 정통 'KB맨'이다. 그간 영업에서 쌓아온 역량을 발휘하며 KB캐피탈을 단숨에 금융지주계열 1위로 반등시켰다.
반면 외부 전문가로 영입된 박춘원 대표는 9년째 캐피탈사를 이끄는 장수 CEO다. 공인회계사인 박 대표는 컨설팅 경험을 더해 전략 구상에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를 JB우리캐피탈에 녹여내 고속 성장을 이뤄내며 우수한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은행 vs 회계사 출신, CEO '역량' 실적으로 증명 최근 KB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은 서로 다른 인사 기조를 보였다. KB캐피탈은 변화를, JB우리캐피탈은 안정을 택했다. KB캐피탈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빈중일 대표로 발탁했다. 빈 대표는 직전 KB국민은행에서 구조화금융본부장을 맡아 대규모 딜을 이끌어낸 바 있다. 기업금융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빈 대표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실제로 빈중일 대표가 부임한 이후 기업금융 자산 비중이 크게 늘었다. 3조원대였던 기업금융은 지난해 4조원을 돌파했다. KB캐피탈은 인수금융과 유동화 대출 위주로 신규 취급하며 기업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산의 배당수익 등 비이자이익 성장도 동반돼 지주계에서 실적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올해는 기업금융 영업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구축하며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박춘원 대표는 연일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3연임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다국적 경영컨설팅사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JB우리캐피탈에 합류하기에 앞서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JB우리캐피탈 대표로 영입됐다.
현재 박춘원 대표의 영입은 대대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박 대표는 처음으로 2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두며 4년간 두 배가 넘는 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효과로 수익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중고차뿐 아니라 기업금융, 투자금융 등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하며 수익 중심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 내 위상도 높여가는 모습이다. JB우리캐피탈은 광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실적으로 그룹 수익성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김기홍 회장 체제에서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하며 지주의 지원도 더욱 확대된 모습이다. JB우리캐피탈은 지난해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신종자본증권을 2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그룹 내부 인력 중용 KB, 외부 전문가 적극 영입 JB 빈중일 대표와 박춘원 대표는 임원진 구성에서도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KB캐피탈은 캐피탈 내부와 그룹 계열사 인사들로 구성하고 있다. 계열사 시너지를 위한 인사 기조로 볼 수 있다. 반면 JB우리캐피탈은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는 편이다. 투자금융, 기업금융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문 위주로 영입해 조직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KB캐피탈은 11명 임원 중 내부에서 승진한 임원이 4명이다. 이들은 본업인 자동차금융과 관련한 부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빈중일 대표가 올해 핵심 아젠다로 '본업 경쟁력'을 꼽은 만큼 자동차금융엔 캐피탈 인력들을 중용하는 모습이다. 이외 임원진은 계열사 출신들로 구성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계열사 간 시너지가 확대되면서 기업금융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JB우리캐피탈은 부동산PF, 개인금융, IB 등을 외부 전문가들이 맡고 있다. 박춘원 대표가 부임한 전략적으로 강화한 사업 부문들이다. 일부 사업 부문에 대해선 최소한으로 관여하며 본부를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박 대표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박 대표는 '행복한 회사, 강한 회사'를 추구한다. 이에 걸맞은 성과와 능력 위주의 인사 기조를 보이며 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