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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

올해도 거센 등급하향 압박…석유화학·건설 '회복 요원'

[총론]한신평·나신평 강등 우위…롯데·SK, 크레딧 영향 '불가피'

이정완 기자  2025-07-09 15:32:39

편집자주

2025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까지 업황과 실적을 고려해 신용등급 조정을 마쳤다. 석유화학·건설업을 중심으로 장기화된 업황 부진에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전반적으로 등급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벨은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넓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정기 신용평가를 마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등급 하향세가 눈에 띄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등급이 하락한 기업이 상승한 곳보다 많았다. 한국기업평가만 등급 상향 기업이 더 많았는데 이마저도 1건 차이에 그쳤다.

무엇보다 경기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우호적 평가를 받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시작된 관세 전쟁으로 인해 산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석유화학 업종과 부동산PF 불안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설 업종의 크레딧 리스크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한기평만 등급 상승 소폭 우세

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말 정기 신용평가를 마무리했다. 한국신용평가(장기등급) 기준 14개 회사의 등급이 상승했고, 20개 회사 등급이 하락했다. 나이스신용평가(장단기등급)는 22개 회사 등급을 올렸고 28개 회사 등급을 떨어뜨렸다.

한국기업평가만 방향성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장기등급 기준 18개 회사 등급이 높아졌고 17개 회사 등급이 낮아졌다. 소폭이나마 상승 우위에 있지만 다른 신용평가사와 신용도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상반기 상향 우위로 전환됐으나 올해 전체적으로는 하향 우위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전세계적으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실적이 회복됐고 이같은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해 상승 우위 기조가 나타났다. 하지만 2022년 연말 부동산PF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23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조달 여건이 악화됐고 올해 들어선 무역 전쟁으로 인해 대외 불확실성까지 확대됐다.

당장 신용도가 개선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등급 전망 분포를 통해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전망보다 많다. 한국기업평가는 긍정적 17건, 부정적 33건으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신용평가는 긍정적 14건, 부정적 23건, 나이스신용평가는 긍정적 전망 23건, 부정적 전망 37건으로 3사 모두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신용평가는 부정적 방향성이 완화된 이유로 다소 씁쓸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작년 말까지 35개 기업이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었는데 올해 상반기 23건으로 줄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속된 등급 하향 영향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큰 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 전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미 한 노치(Notch)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룹별 엇갈리는 방향성…한화·HD현대 '웃었다'

지난해 정기 신용평가와 유사하게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 중에선 롯데케미칼, SK어드밴스드, 효성화학의 등급이 한 노치 떨어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AA0’ 등급으로 평가 받았는데 올 들어 3사 모두 ‘AA-‘ 등급을 매겼다. 한국기업평가는 LG화학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AA+, 부정적’으로 이제 AA+ 등급 수성이 쉽지 않은 여건이 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구조적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구책을 모색 중이나 낮아진 현금창출력과 과중한 이자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저조한 채무상환능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했다.

건설업종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전히 비우호적인 부동산 업황 탓에 신용도 하방 압력이 셌다. 대표적인 회사가 롯데건설이다. 신용평가사 3사 모두 정기평가 끝에 연초 ‘A+, 부정적’이던 등급을 ‘A, 안정적’으로 낮췄다. 이밖에도 중견 건설사 동원건설산업 등급이 ‘BBB-, 안정적’으로 한 노치 떨어졌고 BS한양도 부정적 등급전망으로 조정됐다.


주력 산업에 따라 기업집단 별로 희비도 엇갈렸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되고 덩달아 재무부담이 가중된 계열사가 많아 등급 하향이 다수 발생했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핵심 계열사 롯데케미칼 실적 부진 탓에 계열 지원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롯데지주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반면 방산·조선·전력기기 호황으로 인해 수혜를 누리는 기업이 많은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의 신용도는 호재가 생겼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은 정기평가를 거쳐 'A+' 등급을 획득했고 한화그룹은 다수 계열사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엔진, 한화오션 등에 긍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우호적인 업황에 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크레딧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크레딧 부담에 직면한 기업집단은 더욱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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