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편입 3년차를 맞은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시절부터 불거졌던 재무불안을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씻어냈다. 4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조달로 체질을 개선한 뒤 수익성 제고까지 함께 이끈 키맨으론 신용인 재무실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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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사장 체제에서 한화오션은 대규모 자금 조달과 수익성 상승에 따른 구조적 재무개선 효과까지 나타나며 신용등급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는 부유식 도크나 해상크레인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 운용 측면에서도 재무전략에 특화한 그의 역할을 보여줄 시기를 맞았다.
◇1992년부터 한화맨… 전략·재무 등 두터운 경력 토대 한화오션 정상화 신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졸업을 앞둔 1992년 11월 한화솔루션의 전신인 한양화학에 입사했다. 입사 이후로 줄곧 한화그룹에서만 근무했다. 그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전략기획, 재무, 지원을 거쳐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초 한화솔루션의 초대 CFO를 지낸 뒤 한화그룹에서 새롭게 출발한 한화오션으로 합류했다. 신 부사장에게 부여된 첫 번째 입무는 한화오션의 체질 개선이었다. 당장 그룹 인수 과정에서 인수대금과 유상증자 등 대규모 자금 유입이 예정돼 있었지만 인수 당시의 한화오션 재무 상황은 섣부른 낙관을 하기 어려웠던 상태다.
한화그룹 인수 직후인 2023년 말 한화오션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1771%였다. 수주산업인 조선업 특성상 선수금을 부채로 인식하는 점을 고려해도 적정선을 크게 넘어선 수치다.
그러나 한화그룹 편입과 함께 신 부사장 부임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졌고, 이후론 빠르게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다. 한화그룹 합류 후 한화오션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024년 말엔 285.3%로 낮아졌고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275%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한화오션은 재무 안정성만 개선하는 걸 넘어 매출과 수익성 제고도 함께 일어났다. 마침 조선업 전체를 관통하는 슈퍼사이클이 찾아왔온 영향이다. 한화그룹 차원에서 4조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적기에 베팅했고 한화오션 역시 적기에 슈퍼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었다.
2020년 말 8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한화오션의 수주 잔고는 2024년 말 기준 30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잔고 회전율도 1배에서 4배까지 상승했다. 저가 잔고는 빠르게 소진했고 양질의 조선 수주가 이어지며 자산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수년 간 마이너스 지표를 나타냈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023년을 기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24년엔 4175억원, 2025년엔 1분기에만 3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2024년 턴어라운드에도 불구하고 11배에 달했던 순차입금/EBITDA도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한자릿수로 낮아졌다.
◇신용등급 상승 기대감↑ 남은 것은 '신사업 성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5월 한화오션의 신용등급 아웃룩(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등급 자체는 'BBB+'로 바뀌지 않았지만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뀐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는 향후 한화오션의 신용등급이 상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당장 신용등급이 'A'로 상승하게 되면 기업이 자금을 조달 비용을 경감할 수 있다. 이 역시 수익성 개선과 함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트리거다. 한화오션의 수주 여건이 개선돼 턴어라운드에 이어 수익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등급 상승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특히 한화오션의 신용등급이 그룹 합류 이후로 지속 상승한 점도 지켜볼 사안이다. 2023년 5월 한국기업평가에서 'BBB, 안정적' 등급을 받았다가 그해 12월 나이스신용평가에서 'BBB+, 안정적'로 한 단계 올려잡았다. 1년 5개월 만에 두 신용평가사 모두 등급 전망을 'BBB+,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경우에 따라 연내 A등급 진입도 기대할 만하다.
당장 신용등급 상승으로 조달 여건이 좋아질 경우 한화오션이 겨냥하는 신규 투자와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화오션이 가깝게 겨냥하는 신규 투자는 초대형 부유식 도크와 해상크레인이다. 약 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이 자금을 뒷받침할 재무체력이 튼튼해질수록 성과 가시화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