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지주사 HD현대는 1주당 현금배당액을 2023년 3700원에서 지난해 3600원으로 낮췄다. 캐시카우인 정유 자회사 HD현대오일뱅크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3년째 배당 축소를 이어갔다.
HD현대 주식은 배당이 최대의 투자매력인 종목이다. 일견 투자심리에도 타격이 있을 것 같은 이야기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HD현대 주가는 지난해 결산배당안을 발표한 올 2월을 전후로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6만~8만원대를 유지하다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 추진에 힘입어 최근에는 14만원을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새 정부 수립 이후 HD현대를 포함한 지주사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강제성을 띤 밸류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다. 다만 이전까지 HD현대의 투자심리를 지탱한 것은 기존 밸류업 계획에 대한 신뢰다.
HD현대 밸류업의 골자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자기자본이익률(ROE) 8~10% 달성이라는 목표와 이를 기반으로 한 주주환원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이다.
재미있는 것은 HD현대의 밸류업 계획에 크게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이다. ROE 목표가 새롭게 수립됐을 뿐 기존 3대 사업부문(조선해양·에너지·산업기계)의 경쟁력 제고 전략뿐만 아니라 신사업과 신기술 등 모든 것이 이전부터 준비해오던 것들이다.
주주환원도 마찬가지다. 별도기준 순이익의 70%이상을 배당하고 배당락 효과 분산을 위한 분기배당 등은 기존 배당정책 그대로다. HD현대는 기존 전략의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더욱 체계화했을 뿐이다.
그런데 HD현대의 밸류업을 해석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것을 내놓을 이유가 없었던 것일까. 주가 변화를 보면 투자자들은 HD현대의 밸류업 계획에 충분한 신뢰를 보냈다. 이전부터 추진해 온 전략이 주주가치 제고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아직도 밸류업을 놓고 고민 중인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 앞서 3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제도를 시행한 이후 124개 기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스팩을 제외한 상장사 2544곳 중 4.9%에 불과하다.
HD현대의 사례는 고민 중인 기업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것이 없더라도 기존 전략이 효과적이라면 이를 재정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특별할 것 없는 '정도(正道)'의 밸류업도 하나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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