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저축은행 예대율 점검

'머니무브' 잠잠, 자금 받아도 굴릴 곳이 없다

[총론] 1년새 예대율 2.58%p 하락,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하반기 대출처 찾기 '난항'

유정화 기자  2025-09-08 07:54:03

편집자주

저축은행 예대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주 수익원이 예금을 받아 대출을 내주고 거기서 생기는 이자차익인 만큼 예대율 하락은 곧 수익성 저하와 직결된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시장 한파가 지속되고 가계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마땅한 대출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도 섣불리 수신을 확보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저축은행 예대율 추이를 살펴보고 각사별 경영 전략을 조명한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저축은행들이 오래 전부터 기다려 온 이벤트다. 예금 보호 범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어나면 은행에 비해 높은 예·적금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머니무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저축은행은 수신 확보를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정기예금 금리는 오히려 전달보다 소폭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 한파가 여전하고 가계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기 어려워진 탓이다. 예대율은 1년 전보다 2%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수신 금리를 높일 경우 역마진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79곳 중 51곳 저축은행 예대율 하락, 대출자산 감소

지난 6월 말 기준 79곳 저축은행의 평균 예대율은 86.6%다. 이는 전년 동기(89.2%)보다 2.58%p 하락한 수치다. 예대율은 받아들인 예금(수신) 가운데 얼마를 대출(여신)로 내보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높을 수록 대출 영업이 활발하고 반대로 낮으면 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79곳 저축은행 중 51곳 저축은행의 예대율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특히 앞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안국저축, 라온저축 등 예대율은 10%p 이상 떨어졌다. 하나저축, BNK저축, IBK저축 등 지주계 저축은행도 하락 폭이 5%p 이상이다.

저축은행 예대율 하락은 업황 악화에 따른 저축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집행 때문이다. 부실 PF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높은 연체율로 인해 대출을 늘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부터 예대율 규제 비율을 100%로 정상화한 점도 대출자산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저축은행은 2022년 하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한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자비용이 늘고 대출채권 부실화에 따른 대손비용이 커지면서 2023년부터 작년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 들어 조달비용이 줄면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2022년 수준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부동산 한파가 장기화되면서 저축은행들은 하나둘 보수적 영업 기조로 전환했고, 특히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자산이 대폭 감소했다. 이에 저축은행은 가계대출로 활로를 모색했으나 최근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내놓은 6.27 규제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한정하자 자금을 굴리기가 더 어려워진 실정이다.

예대율은 수익성과 직결된다. 저축은행의 주력 수익원은 이자손익인데, 대출자산이 감소하면서 이익 체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출로 거두는 이자 수익에 비해 예금상품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역마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대출자산이 감소할 것"이라며 "올해는 조달금리가 낮아지면서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을 내고 있지만 이자 수익 감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 금리를 높인다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예금 금리 전달 대비 소폭 하락, 수신 조절 분위기

예금자보호한도는 이달 1일부터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됐다. 한도가 바뀐 건 지난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호재다. 1억원까지 보호돼 그간 저축은행을 이용하지 않았던 고객의 불안감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에 비해 높은 예·적금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의미가 크다.

예금이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원인 만큼 예보한도 상향을 저축은행 대형화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 그간 고액자산가들은 은행에 비해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에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씩 나눠 예금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달 들어 79개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오히려 전달 대비 0.01%p 하락했다. 지난 7월 3.00%에서 8월 2.99%로 하락하더니 2.98%까지 떨어졌다. 저축은행 예금은 금리에 따라 민감하게 고객층이 이동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으로 수신을 조절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당초 기대했던 저축은행업권으로의 '머니무브'가 단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최우선 과제는 부실자산 정리라 수신금리를 끌어 올려 자금을 확보하더라고 굴릴 데가 없다"며 "건전성 지표가 회복된다면 점차적으로 수신 자금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