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가져다준 여파는 상당했다. 석유화학 업종 불황으로 관련 기업 성과가 작년에 비해 곤두박질친 가운데 각종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과 오락문화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도 글로벌 경기 부진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올 상반기 성과가 지난해 같은 기간 성과와 비교해 1조원 이상 차이나는 기업도 여럿 있었다. 기업 수익성을 높이려면 글로벌 시장 전반적인 구조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외환경 불확실성, 업종 불문 수익성 타격
더벨 SR본부가 KRX300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종목들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최근 1년 영업이익 등락폭을 일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큰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 스튜디오드래곤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억5799만원으로 1년 전(319억7913만원)에 비해 95.8% 감소했다. 올 1분기 43억원 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 29억원 손실을 내면서 상반기 실적 전체가 쪼그라들었다.
최근 3년 연평균 영업이익 증감률은 마이너스 11.5% 수준으로 실적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1년 스튜디오드래곤 성과가 큰 폭으로 감소한 건 주요 콘텐츠 방영이 지연되고 방송 회차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작아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전반적 경기 불황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문화 소비 지출이 작아진 환경적 영향도 작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을 포함, 오락·문화 업종 기업 성과는 대체로 부진했다.
SK와 OCI 성과도 쪼그라들었다. SK는 상반기 1551억원(지분법이익 등 기타영업수익 제외)을 기록, 1년 전 2조1002억원에서 92.6% 감소했다. 일부 계열사 리밸런싱 등 영향으로 그룹 외형이 작아진 영향이 상당했다. OCI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9억원으로 1년 전 724억원에서 89% 감소했다. 중국발 저가공세와 글로벌 과잉생산 여파로 국내 화학업종 기업 대부분 성과가 올 상반기 전체가 부진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코스모신소재(-87.1%)를 비롯해 이수스페셜티케미컬(-84.5%) 등 화학업종 기업 상당수가 영업이익 감소폭 상위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업이익 감소폭이 큰 상위 25개 기업 중에는 나노신소재(-48.1%)와 DL(-43.7%) 등 화학업종 기업도 포함됐다. YC(-71.5%)와 CIS(-57.6%) SFA(-54.0%) 피앤티(-42.4%) 등 기계·장비 업종 기업도 부진했다. SFA의 경우 최근 3년 연평균 163.5%의 감소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업이익은 기업이 사업 영위를 통해 벌어들인 순수 이익을 가리킨다. 영업이익이 나빠졌다는 건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수출 감소 영향 등에 따라 국내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이 둔화됐다"면서 "미국 관세 인상이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았고 간접적 영향도 상당했다.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현재로선 향후 전망을 정확하게 진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적자 전환 기업 19곳…감소액 1조원 안팎 수두룩
최근 1년 간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기업은 모두 19곳으로 집계됐다. 해당 19개 기업은 많게는 1조5007억원(삼성SDI, 기타영업수익 제외) 적게는 42억원(LS머트리얼즈) 영업이익이 감소해 올 상반기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들 면면을 분석해보면 전기·전자 업종 기업이 8곳으로 가장 많았고 화학 분야 기업이 5곳으로 그 뒤를 따랐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상장사가 11곳이었고 코스닥 상장사가 8곳이었다.
영업이익 감소액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SDI였다. 삼성SDI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1조77억원이었는데 이는 1년 전(4930억원)에 비해 1조5007억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요 완성차 업계 재고 조정, 가격경쟁 심화, 해외시장 제도 변화 등이 맞물린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과 관세 부과 등 주요국 정책 변동이 수요 감소와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함께 전기·전자 업종으로 분류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WCP, JNTC, 두산퓨얼셀, SFA반도체, 대덕전자, LS머트리얼즈 등 전기·전자 업종 기업들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금리, 원자재 가격 불안정 등 요소가 반도체 시장 전체를 둔화시키면서 관련 기업 성과가 나빠진 것이란 분석이다. WCP와 LS머트리얼즈 등의 경우 최근 1년 사이 주가가 두자릿 수 하락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42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1조3349억원이 줄어들어 올 상반기에만 90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배터리 사업 성과 부진 요인에 정유·석유화학 시장 정체까지 이어지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S-Oil과 LG화학, 현대바이오, 코스모화학 등 화학업종 기업도 적자 전환했다. S-Oil은 최근
1년 영업이익 규모가 9803억원 빠지면서 올 상반기 365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IT 서비스 업종 기업으로는 카카오게임즈가 유일하게 적자로 전환한 기업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게임즈는 올 상반기 21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 1년 전 151억원에서 361억원 줄었다. 신작 공백으로 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시 모멘텀 임팩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완성도나 차별성 허들을 높여 안정적이고 확장된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