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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유동성 확보 바쁜 SKC, 자산 절반은 차입

자산 매각, 영구채 발행에도 총차입금 3조 대 '제자리'…잉여현금 누적 적자 '4조'

고진영 기자  2026-01-07 08:49:42
SKC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누적된 SKC가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자산을 연달아 매각하고 영구채를 찍어 레버리지 지표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총차입금 규모는 3조원대에서 요지부동이다.

SKC가 자산매각 대금을 투입하면서도 차입금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본업 부진과 대규모 투자가 맞물린 탓이다. 수년간 동박 등 2차전지 소재와 반도체 소재에 조단위 투자를 집행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고전하고 있다.

공격적 투자 '후유증'…영업현금 적자 지속

2025년 9월 말 기준 SKC의 총차입금은 3조5801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총계가 7조652억원이니 전체 자산의 절반이 넘는 규모가 외부에서 빌려온 차입금으로 채워져 있다는 뜻이다.

SKC는 약 5년 전부터 총차입금이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2020년 말 약 2조원대였던 총차입금이 2022년 3조원대로 불어난 이후 다시 줄이지 못하고 있다.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와 폴란드 동박 공장 증설, 반도체 글라스기판 자회사 앱솔릭스의 미국 공장 건설 등 조단위 자금을 투입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탓이다.


문제는 투입한 자금이 성과로 돌아오기도 전에 전방산업 침체가 닥치면서 현금흐름이 약해졌다는 데 있다. SKC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부터 매년 순유출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연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현금을 냈지만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캐즘이 길어지면서 최근엔 양극재 사업 진출을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해의 경우 9월 말 영업현금 순유출 규모가 438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202억원 순유출) 대비 대폭 늘었다. 전통적 캐시카우였던 화학 부문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적자 전환했고, 성장 동력인 동박 부문마저 전기차 수요 둔화로 대규모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영업에서 돈이 잘 돌지 않는 상황에서도 투자는 멈출 수 없었다. SKC의 CAPEX(자본적지출)은 2023년 1조49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고 투자를 조절한 2024년에도 6772억원이 집행됐다. 2023년 SKC의 잉여현금(배당지급 후 기준) 적자가 1조3413억원까지 확대된 배경이다. 작년 3분기 말까지 7년 9개월간 누적된 잉여현금 적자는 4조3600억원에 달한다. 차입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숨가쁜 자산 유동화에도 '역부족'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고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SKC는 보유자산을 활발히 매각해왔다. 2024년 안정적 수익원이던 폴리우레탄 원료 자회사 SK피유코어를 약 4100억원에 매각했고,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 사업부를 약 3300억원, CMP패드 사업부는 약 3400억원 받고 정리했다.

또 핵심 종속회사인 SK넥실리스가 해외법인을 통해 7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2025년에는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법인 지분 10%를 약 1500억원에 팔았다. 박막 사업부 등 비주력 자산의 매각도 이어졌다.

이밖에 지난해 처분한 SK엔펄스의 블랭크마스크(BlankMask)사업부, CMP슬러리 사업부에 대해서도 올해 매각대금 약 700억원이 들어올 예정이다.

구조조정으로 꾸준히 자금을 마련했지만 차입금 감축 효과는 미미했다. 자산 매각으로 들어온 돈이 고스란히 적자 사업부의 운영 자금과 설비투자 잔금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2조5120억원으로, 대규모 투자가 시작되기 전인 2021년 말(2조1610억원)보다 오히려 늘어난 상태다.

지난해 중순 SKC가 만기 30년의 신종자본증권(영구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이유도 재무지표를 관리하는 동시에 유동성을 확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3850억원 규모의 영구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2024년 말 194.4%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2025년 9월 말 182.4%로 하락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53.1%에서 50.7%로 내렸다.


영구채를 찍으면서 금융비용도 아꼈다. 발행조건상 3년간 EB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0원이기 때문이다. 발행 3년이 지나서야(2028년) 표면이자율이 연 1%로 오르는 구조다. 다만 발행 5년이 지나면 SKC가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있고 표면금리도 연 8%로 뛰는 만큼 사실상 만기 5년짜리 빚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산 매각과 영구채 발행으로 유동성을 보충하고 있지만 자금 소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에도 3000억원을 넘는 투자자금을 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BITDA가 적자인 상황에서 무거운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매각과 영구채 발행으로 유동성을 보충하고 있지만 주력사업인 화학과 2차전지 소재부문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차입 부담이 완화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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