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보험과 신한라이프는 모두 전문경영인(CEO) 체제지만 CEO가 부여받은 과제는 대조적이다. 한화생명이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의 추진축을 분리해 성장 과제를 나눠서 해결한다면 신한라이프는 '재무통' CEO를 전면에 세워 내부통제와 자본 관리를 강화하는 내실 경영을 택했다.
한화생명은 글로벌 진출, 인공지능(AI) 전환을 한 중심축으로, 보험 본업의 외형 확장을 나머지 한 축으로 세웠다. 권혁웅 부회장과 이경근 사장의 시너지 효과가 중요한 구도다. 신한라이프는 천상영 대표 직속으로 내부통제 라인을 재정비해 질적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권혁웅 부회장 '글로벌·AI', 이경근 사장 '본업·채널'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 CEO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대표이사 체제의 운영 방식이다. 한화생명은 보험업권에서 드문 각자대표 체제를 운용하는 보험사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8월 권혁웅 부회장과 이경근 사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여승주 부회장이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이동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한화생명이 단독대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복귀한 건 6년 반가량만이다. 성장 과제가 다양해진 만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의 추진축을 분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권혁웅 부회장은 글로벌 인수합병(M&A)과 인공지능(AI) 전환 축을, 이경근 사장은 보험 본업과 판매 성과 축을 담당한다.
권 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거점 확장에 매진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를 잇달아 인수했다. 현지 시장에 원활히 안착하기 위해 리스크관리와 규제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권 부회장은 신규 전략적 거점인 인니와 북미를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임무를 받게 됐다.
AI를 전사에 내재화하는 일도 막중한 과제다. 한화생명은 보험 밸류체인 전반에 AI를 적용해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전사 AI 거버넌스를 세우고 현업 과제를 선별해 개발, 검증, 확산하는 실행 사이클을 구축하고 있다. 권 부회장이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을 수행했던 만큼 AI 전환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경근 사장은 오랜 기간 보험영업 현장에서 실무를 이끈 영업 전문가다. 보험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는 권 부회장을 균형 있게 보좌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 사장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 시절 돋보이는 영업력을 중심으로 법인대리점(GA)업계 1위를 수성했다. 대다수 GA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2024년 15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설계사 수, 총자산 등 대다수 수치에서 역량을 입증했다.
한화생명의 각자대표 체제는 김동원 최고글로벌책임자(CGO)의 글로벌 사업 행보를 위한 지배구조 재정렬이라는 평가다. 권 부회장이 보다 김 CGO의 글로벌 성과를 지원하는 동안 이 사장은 보험업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모습이다.
◇지주 핵심 인물 천상영, 내부통제·자본관리 '질적 성장'
신한금융그룹이 강조한 신한라이프 CEO의 과제는 외형 확장보다 통제와 관리에 무게가 쏠렸다. 한화생명이 각자대표 체제로 추진축을 분리해 공격적인 확장을 꾀한다면, 신한라이프는 단독대표에게 권한을 모으는 방식의 내실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1월 천상영 전 신한금융 재무부문장(CFO)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전임자 이영종 대표의 외형 확장 성과를 이어받아 내실 경영을 일궈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그룹 안팎에선 천 대표를 신한금융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재무·경영관리 전문가로 평가한다. 천 대표는 신한금융 핵심 임원 중 은행·카드·지주·보험 등 주력 계열사를 두루 거친 유일한 인물이다.
천 대표는 신한은행에 입행해 신한카드를 거친 뒤 신한금융지주에서 경영관리와 재무 라인을 밟았다. 지주에서 원신한전략과 경영관리를 맡아 그룹의 자본 배분과 재무전략을 조율했다. 이후에는 CFO로서 그룹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도 수행했다. 통합, 전략, 재무 라인을 모두 거친 만큼 질적 성장을 구현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지난 2024년부터 신한라이프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이사진과 임직원들의 신뢰도 쌓았다.
신한라이프 대표에 오르면서 경영 능력을 본격적으로 입증할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천 대표가 취임 직후 강조한 건 내부통제와 거버넌스 강화다. 이사회 산하 독립조직인 이사회사무국을 신설하고 소비자지원 조직을 승격하는 등 CEO 직속 통제 라인을 강화했다. 성장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과 의사결정 체계를 재편한 것이다.
보험계약마진(CSM)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룹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기여도를 높이려면 CSM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손익 변동성을 낮추는 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CSM의 성장 속도만큼이나 수익의 질과 유지율 관리가 중요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