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의 보험손익 희비는 예실차에서 갈렸다. 한화생명은 3분기 들어 보험금 예실차 손실이 확대돼 분기 보험손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신한라이프는 예실차에서 플러스(+)로 집계돼 보험손익의 하방을 방어했다.
예실차는 플러스 규모가 크다고 해서 호실적으로 보기 어렵다. 예상과 실제의 괴리가 커질수록 향후 손익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상품 구조 조정을 통해 예실차 손실을 줄이고, 신한라이프는 보험금 가정 업데이트를 지속해 예측도를 높이고 있다.
◇3분기 보험손익 적자전환한 한화, 손익 늘린 신한 올해 두 곳 순익의 향방은 보험손익에서 판가름났다. 한화생명의 3분기 누계 보험손익은 별도 기준 1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3810억원 대비 63.5% 감소했다. 신한라이프는 5981억원에서 5794억원으로 3.1% 줄었다. 업계 전반적으로 영업 환경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차이는 보험금 예실차(예상 보험금과 발생 보험금의 차이)에서 벌어졌다. 한화생명의 3분기 보험금 예실차는 마이너스(-)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450억원에서 86% 확대됐다. 예실차가 마이너스라는 건 예상보다 더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손실 규모만큼 보험손익을 감소시킨다.
한화생명은 3분기에 예실차 손실액 규모가 급증하면서 당기 보험손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3분기 보험손익은 -366억원으로 전년 동기 1068억원에서 1년 새 1434억원이 줄었다.
반면 신한라이프의 3분기 보험금 예실차는 530억원으로 플러스로 집계됐다. 한화생명과 달리 예실차로 인한 보험손익 하방 압력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보험손익을 5000억원 후반대로 유지한 덕분에 3분기 누계 기준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했다. 3분기 만에 지난해 순익의 97%를 달성했다. 지난해 순익은 역대 최대치였다.
투자손익에서도 격차가 났다. 신한라이프의 투자손익이 680억원에서 1243억원으로 82.8% 증가한 반면 한화생명은 3330억원에서 2560억원으로 23.1% 줄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일회성 부동산 처분익 발생에 따른 역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한화, 손해율 관리 매진…역선택 담보 제외, 상품 구조조정 한화생명은 예실차 손실이 확대된 게 생존급부 중심으로 사고보험금이 증가한 결과로 분석했다. 3분기 누계 예실차 손실 규모 2700억원 중 진단·수술 급부와 입통원 부분에서 각각 1750억원, 630억원씩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건강보험 판매를 늘린 상황에서 의료 파업 기저효과까지 발생해 손해율이 예상치 않게 늘었다고 봤다. 파업으로 지연됐던 진단과 수술 수요가 확대되면서 예실차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의 3분기 손해율은 92.9%로 전 분기 84.7%에서 8.3%포인트(p) 상승했다. 분기 손해율이 90%를 넘은 건 지난해 1분기 96.0% 이후 1년 반 만이다.
한화생명은 손해율 관리를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이상희 한화생명 상품개발팀장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역선택이 되는 보장들을 제외하는 작업을 8~9월 순차적으로 했다"며 "위험보험료 확보가 양호한 구조로 상품을 계속 변경해서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라이프는 상대적으로 보장성 보험 비중이 높지만 한화생명보다 예실차 여파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할 때마다 예실차 가정을 업데이트하면서 변동성을 관리한 덕분이다. 원수보험료 기준 예실차로도 대형사 4곳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중 신한라이프가 가장 0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최적의 가정으로 예실차 발생을 최소화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