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Market Watch

석화·2차전지 부진, LG그룹 조달 시장서 존재감 '위축'

LG화학·헬로비전 회사채 만기 상환, 차입 감축 움직임

김위수 기자  2026-01-21 07:30:37
연초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LG그룹의 존재감이 작아지는 모습이다. 일부 계열사에서 회사채 만기 도래에도 불구하고 차환 발행 일정을 잡지 않은 데다가 발행이 있더라도 규모 자체를 줄이는 모습이다.

LG그룹의 핵심 축인 석유화학 및 2차전지 등 사업부문에서 실적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가 전자 등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도 부진하다. 그룹 전반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외부 조달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화학·헬로,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 수순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LG헬로비전은 현재 공모채 발행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보유 중인 현금 등으로 회사채를 만기 상환하는 방향을 택했다. LG화학은 올 1분기 중 만기를 맞는 회사채를 7850억원 규모로 보유 중이며 LG헬로비전은 앞서 발행한 회사채 중 700억원 물량의 만기가 25일 돌아온다. 그간 두 회사는 회사채 만기 시점에 회사채를 다시 발행해 차환하는 형식으로 대응해 왔다.

조달에 나서는 계열사들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물량을 축소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현재 회사채 발행 일정이 확정된 계열사로는 LG유플러스·팜한농·LG에너지솔루션이 있다. 이중 매년 회사채 시장을 찾는 곳은 LG유플러스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연초 3000억원 모집 목표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충분한 주문을 확보함에 따라 6000억원까지 증액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반면 이번 연초 발행에서는 2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하되 최대 증액한도를 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총 1조6000억원을 조달했지만 올 연초는 최대 1조원 규모로 규모를 축소했다.

시기적으로 만기에 대응해야 하는 회사채 물량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LG그룹 계열사들이 회사채를 상환하는 전략을 택한 만큼 이와 맞물려 LG그룹의 시장성 조달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그룹은 원래도 자본시장을 활발히 활용하는 대기업집단은 아니지만 매년 주요 계열사 위주로 4조원 안팎의 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해 왔다. 회사채 발행 주요 파트너는 KB·신한투자·NH투자증권 등 은행계 증권사와 한국투자증권 등으로 LG그룹의 회사채 조달 규모 축소로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부담 커진 LG화학·엔솔, 차입 관리 강화할까

LG그룹은 지난해 총 3조6000억원여의 회사채를 발행한 가운데 LG CNS의 상장(공모 규모 1조1994억원),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담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 체결(약 2조원) 등 부채성·자본성 조달 활동이 모두 있었다.

올해 회사채 발행이 예년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이같은 조달 활동이 완료된 영향이기도 하다. 특히 매년 5000억~1조원 규모로 회사채를 찍던 LG화학은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자본성으로 조달한 상태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재무지표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차입 관련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바탕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은 물론 2차전지 및 2차전지 소재 등 전 사업부문이 모두 휘청이는 상황이다. 2021년 약 5조원이었던 LG화학의 연결 영업이익은 2022~2023년 2조원대, 2024년 9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LG화학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이전만큼의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은 커져왔다. 2021년 6조원 수준이었던 LG화학의 연결 기준 CAPEX 집행 규모는 2023년 13조원, 2024년 15조원까지 늘었다가 2024년과 지난해 10조원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LG에너지솔루션의 IPO 이후 줄곧 100%를 밑돌았던 LG화학의 연결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PRS 계약 체결 전) 113%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총차입금은 2021년 약 15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33조원으로 늘었으며 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28.9%에서 34.1%가 됐다.

레버리지 비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과거 3000억원 수준이었던 금융비용이 연간 1조원 수준까지 육박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기업의 이자비용 감내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EBITDA/금융비용)은 2021년 30배로 높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4.4배로 떨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올해 역시 석유화학 및 2차전지 사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만큼 자본 확충 및 차입금 감축에 나선 셈이다.

석유화학 및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LG화학 및 계열사의 실적 부진 장기화에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G전자 및 LG생활건강의 실적 악화까지 겹쳤다. 그룹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부채성 조달을 이어가기보다는 차입금 감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의 상황이 악화됐을 때 부채성 조달을 줄여나가는 선택지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