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삼양바이오팜 시가총액이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를 앞질렀습니다. 삼양홀딩스 주가는 최근 3개월 6만원 안팎선에 머무는 반면 삼양바이오팜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8만원선을 돌파했습니다.
20일 종가 기준 삼양바이오팜은 9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8만9500원으로 장을 마무리했죠. 5일 전 종가보다 60% 이상 상승한 수준입니다. 이는 삼양홀딩스의 상한가 기록인 7만7200원을 훨씬 웃도는 기록입니다. 계속된 상승세에 한국거래소는 21일 하루 동안 삼양바이오팜을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죠. 양사 시총은 삼양바이오팜이 5800억원, 삼양홀딩스가 4500억원 수준입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인적분할 결정을 내리고 11월 분할을 완료했고 당월 24일 코스피에 재상장했습니다. 분할 이후 시간이 상당히 흘렀음에도 바이오 자회사의 밸류에이션이 지주사보다 강하게 재평가되는 양상입니다.
눈길을 끄는 건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 테마성 급등이 아니라 구조적 기대감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삼양바이오팜을 기존 바이오 사업의 연장선이 아니라 RNA·DDS 중심의 신규 모달리티·플랫폼 기업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Industry & Event 삼양바이오팜 주가가 분할 이후 꾸준히 우상향한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관심 테마와의 접점이 있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RNA 치료제와 DDS(Drug Delivery System, 약물 전달 시스템)입니다.
RNA 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주요 모달리티로 자리잡았습니다. 표적 정밀성과 플랫폼 확장성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죠. 특히 지난해 알지노믹스, 올릭스 등 RNA 전문 기업이 일라이릴리와 같은 빅파마와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국내 바이오 시장에서도 RNA 관련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DDS 역시 시장 내 프리미엄 흐름이 뚜렷한 분야입니다. 국내 바이오 투자 시장에서 DDS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대표되는데요.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은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로 단순 개량을 넘어 치료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펩트론·인벤티지랩·지투지바이오 등이 대표주죠.
삼양바이오팜은 이들과 같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로 DDS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기 보다는 자체 DDS 플랫폼 보유 기업이라는데 시장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삼양바이오팜의 대표적인 DDS 기술로는 약물전달체 플랫폼 'SENS'가 있습니다.
이 SENS는 다양한 페이로드를 전달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효능은 유지하면서 표적 장기에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는데요. 삼양바이오팜은 SENS를 기반으로 감염병 예방백신이나 항암제 신약 개발 등 다양한 공동연구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RNA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태입니다.
◇Market View 지난해 4분기 분할 상장을 완료했기 때문에 아직 삼양바이오팜은 자체 실적 발표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죠. 게다가 아직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기술이전 등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계속된 주가 상승세는 성과나 실적 개선보다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결과로 보이는데요. 시장은 삼양바이오팜을 'DDS 기반 지속형 파이프라인 확장'과 'RNA 진출 옵션'의 조합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삼양바이오팜이 분할 이후 적극적으로 RNA 치료제 개발 및 플랫폼 관련 기술이전 계획을 드러낸 점이 재평가의 촉매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바이오 섹터는 모달리티 전환 기대감이 실적보다 먼저 주가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RNA는 자체 개발이든 외부 도입이든 에셋 확보 자체만으로도 밸류에이션이 움직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또 플랫폼 기술이전의 경우 하나의 딜에서 끝나지 않고 비독점적으로 다수의 딜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에셋 대비 기술이전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 많이 적용하는 분야기도 하죠.
◇Keyman & Comments 향후 관전 포인트는 구체적인 실행입니다. 삼양바이오팜은 분할 발표 전인 지난해 초 김경진 대표(
사진)를 영입하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는데요. 실제로 이 RNA 치료제에 대한 레거시를 단단히 한 장본인 역시 바로 김 대표죠.

1963년생인 그는 서강대 화학과 학사 및 유기화학 석사학위,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물입니다. 이어 UC버클리 포닥 연구원을 거쳐 글로벌 빅파마 로슈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글로벌 역량을 쌓았죠.
국내 제약업계로 온 건 2013년입니다. 동아쏘시오그룹 에스티팜에 입사해 10년간 R&D를 이끌었습니다. 에스티팜에서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의약품 사업으로의 피봇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성과를 세웠습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유전물질인 DNA, RNA에 직접 결합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기전을 가지는데요. RNA 치료제 개발에 대한 김 대표의 역량과 배경이 작용한 성과였죠.
2017년 이후 줄곧 에스티팜의 대표이사 역할을 하던 김 대표는 지난해 6월 에스티팜 대표를 사임한 이후 연말 삼양바이오팜의 새 수장으로 영입됐습니다. 당시 지주사 내 하나의 사업그룹이었던 삼양바이오팜그룹의 키를 잡은 김 대표는 곧바로 신약 개발 전략 리빌딩에 나섰죠.
이전까지 삼양바이오팜은 RNA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의지는 있었지만 siRNA·면역항암제 등 분야에서 연이은 실패를 맛봤는데요. 김 대표는 자체 DDS 기술을 기반으로 mRNA 신약 개발이라는 기본적 틀에 삼양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더해 경쟁우위를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큰 틀의 전략을 세운 김 대표는 곧바로 기존 R&D 인력들과 함께 신약 개발 전략 구체화에 나섰는데요. 늦어도 올해 3월 분할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에게 관련 내용을 밝힐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죠.
김 대표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지난 1년간 RNA 치료제 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전략에 대한 구상을 거의 마친 상황"이라며 "기존 공동연구 등을 통해 단기적 신약 분야 성과를 내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삼양바이오팜만의 신약 역량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