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는 최근 메자닌 조달을 위해 자본시장을 자주 찾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기점으로 현금 유입은 줄었는데 투자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 사정상 일반 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이 쉽지 않아지자 주식연계채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역시 메자닌 발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도 등을 높이는 정관 변경을 계획하고 있다. 핵심고객 테슬라의 신모델 출시 덕분에 주가가 회복세를 탄 만큼, 신주 전환 기회를 미끼로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유리한 시점이다.
◇신주 발행 여유분 1272만주, 좁아진 조달창구
엘앤에프는 내달 25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의결할 계획이다. 발행예정주식의 총수, 사채 발행한도의 상향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추후 자금 조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관상 엘앤에프는 각각 액면총액 5000억원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환사채(CB)와 BW를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미 3000억원 규모의 BW를 찍어냈고 남은 한도는 2000억원 수준이다.
엘앤에프의 수권주식(발행할 주식) 총수는 5500만주인데, 신주인수권 일부와 주식매수선택권 등이 행사되면서 기발행주식수가 4027만주까지 확대됐다. 차이는 약 1473만주. 아직 행사되지 않은 잔여 BW 물량(약 200만주)을 감안하면 회사가 새롭게 발행할 수 있는 신주 여유분은 1272만주 수준이다. 이에 따라 추가적 발행여력을 확보해두기 위해 선제적 정관 변경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엘앤에프가 이처럼 부채성 자본증권에 기대는 이유는 조달 창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2차전지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엘앤에프는 유상증자나 자사주 매각 등 순수 자본확충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주가가 급등하던 때였던 만큼 지분가치 프리미엄을 누리면서 빚을 지지 않고도 현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전기차 캐즘과 리튬 가격 폭락으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현재 엘앤에프 최대주주인 새로닉스는 보유주식 약 549만주(13.83%) 가운데 66.5%에 달하는 365만주를 국민은행, 한국증권금융 등에 담보로 주고 있다. 주식담보대출로 당겨쓴 금액만 710억원 규모다. 유증 자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대출이나 사채 발행도 무작정 늘리긴 여의치 않다. 엘앤에프의 주요 토지나 건물은 이미 은행권에 줄줄이 담보로 잡혀 있다. 대구공장은 물론 핵심 생산기지인 구지 1·2공장(담보가치 4366억원)과 구지 3공장(4262억원)이 산업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에 공동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창고에 쌓인 원재료와 제품 등 재고자산(5395억원)마저 수출입은행에 담보로 묶였다. 여기서 더 담보 차입을 할 경우 자산건전성에 타격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또 신용평가사들은 엘앤에프의 BW 신용등급을 투기등급(투자부적격등급)인 'BB+(안정적)'이나 'BB(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매입이 깐깐해진 와중에 일반 사채를 발행하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회사 측은 "차입 부담이 확대된 상황에서 일반 사채나 금융권 차입을 추가할 경우 이자비용 급증과 재무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9월 말 기준 엘앤에프의 총차입금은 약 1조7500억원, 이자비용은 843억원 수준이다. 연환산할 경우 이자비용이 1100억원을 넘는다.
◇LFP 투자지출 릴레이…"사업 확장 대비한 자본정책"
엘앤에프는 지난해 매출채권을 활용한 자산유동화(ABS)도 고려했지만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다. 매출처가 테슬라에 편중돼 있을 뿐 아니라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사실상 메자닌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엘앤에프의 메자닌 조달내역을 보면 2023년 4월 6629억원어치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했고 2025년 1월 1000억원 규모 CB, 같은 해 9월 3000억원 규모 BW를 연달아 찍었다. 투자자에게 주식 전환권을 쥐여주는 대가로 0~2%대의 싼 이자를 적용받는 부채성 자본 수혈에 의존하고 있다.
엘앤에프가 이렇게 유동성 확보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대규모 지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작년 조달한 BW 자금 가운데 2000억원을 신설 LFP 생산법인(엘앤에프플러스)에 출자했으며 500억원은 구지 2~3공장 노후설비 교체와 자동화에 썼다. 나머지 500억원의 경우 전구체·리튬 매입에 배정했다.
올해 역시 3분기 본격적인 LFP(리튬인산철) 상업생산을 위해 추가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테슬라 향 46시리즈(원통형) 폼팩터 확대에 맞춰 공급도 늘어날 수 있다. 시장의 추정대로 올해 출하량이 20% 이상 성장한다면 원재료 매입을 위한 운전자본도 필수적이다. 추정되는 투자비용은 수천억원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조달이 불가피한 배경이다.
다만 엘앤에프 관계자는 “이번 사채 발행한도 변경은 특정금융상품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엘앤에프가 글로벌 고객사와 공급계약 체결이나 공장 신설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추후 사업환경이나 재무환경 변동에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자본정책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