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의 자사주 전략은 4대 지주 중 가장 단순하다.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즉시 소각한다. 예외가 없다. M&A에 자사주를 활용한 전례도 없고 쌓아둔 잔고도 없다. 복잡한 셈법 없이 취득과 소각을 하나의 사이클로 처리한다. 그리고 매입·소각 규모도 타 지주와 비교하면 현저히 작다.
이런 구조를 갖게 된 건 이유가 있다. 민영화 이후 지주사 전환 역사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자사주를 매입, 소각한 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인 2023년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우리금융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2023년 말 11.99%에서 지난해 말 12.90%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해 13% 달성을 꼭 해내겠다는 목표인 만큼 자사주 취득·소각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민영화·지주 전환 히스토리…포트폴리오 재건에 밀렸던 주주환원 우리금융의 역사는 굴곡이 많다. 2001년 국내 1호 금융지주로 출범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실적이 급감했다. 이후 정부 주도 민영화가 추진됐고 2014년 은행 체제로 전환됐다. 그리고 2019년에야 금융지주 체제로 복귀했다.
지주 재출범 직후에는 자사주보다 포트폴리오 재건이 우선이었다. 증권, 보험,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진용을 갖춰야 했다. 게다가 자본비율도 끌어올려야 했다. 이주주환원은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금융이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선 건 2023년이다. 임 회장이 첫 임기를 시작한 시점이다. 그해 4월 신탁계약으로 취득을 시작해 10월 858만5799주(1000억원)를 소각했다. 이때부터 우리금융은 취득과 소각을 이사회에서 동시에 결의하고 있다.
2024년에는 자사주 취득·소각 규모를 키웠다. 1370억원 상당의 935만7960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했다. 지난해에는 한 번 더 늘려 1500억원을 취득했고 역시나 같은 해 바로 소각했다.
이런 의사결정 배경이 있기에 우리금융 사업보고서 상 자기주식 보유현황 칸에는 매년 '해당사항 없음'이 적혀 있다. 2025년 말 기준 자사주 잔고는 단주 취득분 5만3945주뿐이다. 이는 발행주식의 0.01%에 불과하다.
◇종합금융 체제 구축 후 주주환원 속도…비은행 강화가 확대 열쇠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의 자사주 처리 부담이 커진 지금 우리금융은 오히려 홀가분한 입장이다. 기존 보유 자사주가 없으니 추가 소각 부담이 없다. 잔량이 남은 KB금융, 하나금융 등이 잔여 물량 처리를 고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인 상황인 건 아니다. 자사주를 통한 주주환원의 절대적 규모 면에서 다른 지주와 격차가 크다. 당장 지난해만 봐도 이런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KB금융은 1조200억원, 신한금융은 9000억원, 하나금융은 55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지만 우리금융은 1500억원에 그쳤다.
우리금융은 자본비율을 꾸준히 개선해 주주환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CET1이 2023년 말 11.99%에서 2025년 말 12.90%로 올라서면서 주주환원 확대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2026년에는 자사주 취득·소각 규모를 2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전년 대비 33.3% 확대된 규모다. 이미 지난달 이사회 결의를 완료했고 취득 후 연내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결국 주주환원을 타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임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종합금융그룹의 기반이 공고해져야 한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가 탄탄히 받쳐주는 게 중요하다.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시행하면 CET1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을 확실히 키워야 주주환원으로 인한 조정 후에도 CET1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추후 M&A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합병을 고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양생명 잔여지분 24.7%를 추가 인수해 완전 자회사화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선 유사 사례에서 KB와 신한은 자사주를 활용해 자회사의 잔여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