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회장이 임기 종료를 7개월여 앞두고 있다. 머지않아 KB금융에서도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예전만큼 당연한 분위기는 물론 아니다. 최근 들어선 매번 경쟁과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성과가 있어도 세대 교체나 조직 쇄신을 이유로 용퇴 압박을 받는 경우도 많다.
양종희 회장은 올해가 첫 연임 도전인 만큼 이런 시선에서는 자유롭다. 성과 역시 뚜렷한 만큼 그의 연임이 어느 정도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변수가 아예 없지는 않다. 금융 당국이 진행 중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만큼 양 회장이 개편안의 적용을 받는 첫 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 공개…25개 항목
KB금융지주 이사회는 4월14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홈페이지에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공개했다. KB금융지주 경영승계규정에 따른 통상적 절차로 아직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아니다. 경영승계규정에 따르면 KB금융 회추위는 매년 상반기에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돼있다.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선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양 회장이 첫 선임됐을 때를 살펴보면 7월20일 선임 절차가 개시됐고 8월29일 숏리스트 3인으로 압축됐다. 9월8일 양 회장이 최종후보로 결정됐고 11월17일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됐다.
다만 금융 당국이 안정적 경영 승계를 위해 한층 강조하고 있는 만큼 과거보다는 일정이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의 경우 진옥동 회장의 임기가 3월 만료되는데 6개월 전인 9월 말 회장 선임을 위한 첫 회추위를 열었고 12월 초 진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공시된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경영 노력 등 5개 영역에서 25개 세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와 같다.
KB금융 회추위는 사외이사 7인 전원으로 구성돼 있다. 7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면 최소 1년 이상 양 회장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부터 금융 당국이 이사회 참호 구축 문제를 지적하면서 올해 이사진 교체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현실화하지 않았다. 연임이 불가능한 사외이사 한 명의 후임만 신규 선임했고, 나머지는 모두 연임했다.
현재로선 양 회장의 무난한 연임이 전망된다. 걸림돌이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거의 모든 금융지주에서 연임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데다 양 회장의 3년 가까이 보여준 성적표 역시 합격점을 받아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순이익이나 비은행 부문 비중, 주가 등 수치로 드러나는 부분에선 다른 금융지주를 압도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배구조 개편안, 정말 '변수' 될까
그나마 변수로 꼽히는 게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 구조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란 질타를 계기로 올 1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지주 회장 셀프 연임 제한 등을 담은 지배 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TF는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를 통한 의결 요건 강화, 사외이사 단임제, 성과급 환수제(클로백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해 왔다. 이밖에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권 등을 적극 행사해 금융지주 경영진을 직접 견제하는 방안 등도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외이사 단임제의 경우 11월 있을 임시 주총에선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만큼 양 회장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특별결의 도입이다.
현재는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 찬성,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 요건만 맞추면 되는 '일반결의' 안건에 해당하지만, '특별결의' 안건이 되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등 더욱 엄격한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간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찬성률을 볼 때 그리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양 회장 첫 선임 당시 찬성률은 약 97%로 사실상 반대가 거의 없었다. 당시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대부분 찬성표를 보냈다.
모든 금융지주를 통틀어 특별결의에 걸리는 건 단 한 건뿐이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연임 당시 주총에서 찬성률이 56.43%에 그쳐 특별결의였다면 연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실체가 분명한 사법 리스크가 원인이었던 만큼 양 회장 사례와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