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출 중개 비용 인하 논의를 본격화했다. 플랫폼 수수료율을 조정해 저축은행 대출금리를 낮추겠다는 구상으로 서민 차주의 이자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한다. 중개 비용이 낮아지면 대출 운영 원가가 줄고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저축은행과 빅테크 간 대출 중개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수년째 이어져 온 만큼 당국도 신중한 모습이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1%포인트 이상 높은 비용 구조를 문제 삼는 반면 핀테크업계는 오프라인 모집인 대비 이미 절반 수준까지 낮아진 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대출모집 비용 합리화 논의 다시 수면 위로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시행령은 대부중개업자의 수수료율을 ‘500만원 이하 3%, 500만원 초과 시 15만원+초과 금액의 2.25%’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늘고있는 상황에 맞춰 이들 대상으로 별도의 비용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개 수수료율이 낮아지면 즉시 대출 금리에 반영되도록 저축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모범규준 조정도 함께 검토 중이다.
이번 논의는 지난 3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대출모집 비용 합리화’를 언급하면서 본격화됐다. 현재 플랫폼을 통한 대출 중개 수수료는 시중은행 상품의 경우 0.1~0.2% 수준인 반면, 저축은행은 1.6~1.78%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격차는 업권별 플랫폼 의존도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은 자체 영업망과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 유입이 가능해 플랫폼 의존도가 낮지만,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 중심 영업 구조상 플랫폼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해관계자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수수료율 인하 시점은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초 상반기 내 조정이 거론됐지만 핀테크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출 중개가 주요 수익원인 중소 핀테크 기업에는 수수료 인하가 타격이 될 수 있고, 현행 수수료율 역시 모집인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저축은행업계는 수수료율 인하가 금리 인하 여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비용이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업무 원가로 반영되는 만큼 비용이 낮아지면 금리 조정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아울러 비용 인하가 저축은행의 이익 증가로 직결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자체 플랫폼 한계, 현실적 대안은 수수료율 인하 플랫폼 수수료율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축은행은 코로나19 이후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플랫폼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졌다. 이는 2019년 금융위원회가 대출비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며 여러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한 번에 조회·비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 컸다.
이후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조달 비용이 상승하자 일부 저축은행은 높은 중개 비용 부담으로 플랫폼 이탈을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협상력이 낮은 중소형사를 위해 저축은행중앙회가 계약을 일괄 위임받아 협상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무산됐다. 이후 개별 저축은행이 핀테크와 직접 협상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주도의 자체 대출 비교·추천 플랫폼 구축도 검토됐지만 속도를 내지 못했다. 외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으나 부실채권 정리 등 현안이 우선순위에 놓이면서 논의가 지연됐다.
회원사들이 IT 개발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구조에서 대형사의 참여 유인이 크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 규제까지 더해지며 사업 추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자체 플랫폼 구축은 비용 부담이 큰 데다 대형사 참여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수수료 인하가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