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반도체 소부장 실적 리뷰

주성엔지니어링, 적자에도 신고가…차세대 장비 기대감

ALG 출하·ALD 수요 확대 주목, 하반기 전공정 투자 재개가 변수

허인혜 기자  2026-05-28 08:14:47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반도체 시장이 역사적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의 체감 온도는 엇갈리고 있다. HBM 투자가 확대되면서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고객사 투자 지연과 재고조정, 중국향 매출 둔화 등 복합적인 영향에 기업별로 극과 극의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더벨은 국내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해 반도체 생태계의 현황과 미래를 점검해봤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천정부치 신고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주성전하'라고까지 부른다.

재료는 기대감의 선반영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실적이 하락하는 구간에서도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매출 감소로 연구개발비 부담이 더 커졌는데도 투자를 이어갔다. 증권가에선 하반기 원자층박막성장(ALG) 장비 출하와 원자층증착(ALD)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분기 실적은 전공정 장비 발주 공백기와 맞물려 부진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고객사의 추가 투자와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

◇컨센서스 하회에도 '주성전하'

주성엔지니어링의 1분기 매출은 548억7900만원, 영업손실은 70억3100만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6% 줄었고 영업이익은 339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그래픽=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이같은 흐름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2025년 1분기에는 실적 흐름이 양호했다. 컨센서스에 근접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382.3% 증가했다. 2분기부터 흐름이 꺾여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78% 하회했다. 3분기와 4분기 모두 시장 기대감에 미치지 못했고 올해 1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2025년 2분기 이후 컨센서스 하회가 이어진 배경은 수주와 매출인식의 시차다. 2025년 1분기까지는 고객사 매출이 뒷받침됐지만 2분기부터는 글로벌 고객사의 발주 지연과 중국 투자 감소, 국내 고객사의 신규 장비 발주 축소가 동시에 나타났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에서 신규 장비보다 개조·전환 중심의 수주가 이어졌다.

하지만 주가는 1분기 적자보다 ALG 장비 출하 소식에 따라 급등했다. ALG는 반도체 회로에 필요한 물질을 원자 단위로 정밀하게 쌓는 기술이다. 회로가 점점 작아질수록 기존 방식으로는 균일하게 막을 입히기 어려워지는데 ALG는 이 한계를 보완할 차세대 전공정 기술로 꼽힌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이 장비 출하 소식을 알린 지난 18일 장중 전 거래일 대비 29.96% 오른 18만2200원까지 상승했다. 연초 주가와 비교하면 6배가 올랐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종가는 3만450원이었다. 이후에도 주가는 꾸준히 올라 5월 22일 20.95%, 26일 4.69%가 재차 올랐다. 26일 종가는 23만4500원으로 나타났다. 첫 거래일 대비 7.7배다.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멀티 포트폴리오

하반기 변수는 고객사의 전공정 투자 재개 시점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은 반도체 장비 발주와 매출 인식 시점에 크게 좌우된다. 사업부별로 보면 반도체 부문 매출이 535억8100만원, 태양광·디스플레이 부문이 12억9800만원으로 매출의 98%가 반도체 장비에서 나왔다. 수주잔고의 대부분도 아직 반도체 장비가 차지하고 있다.

증권가는 2026년 매출 회복 가능성을 고객사 투자 재개에서 찾고 있다. 하나증권은 2026년 매출액 4500억원, 영업이익 1213억원을 전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7%, 86% 증가할 것으로 봤다. 2025년 4분기 국내 고객사의 신규 투자에 따른 수주와 미세공정 전환, High-K 증착 비중 확대가 ALD 장비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앞으로는 태양광과 디스플레이 부문 매출도 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내년부터다. 메리츠증권은 주성엔지니어링이 2027년 HJT 태양전지 장비와 페로브스카이트 R&D용 장비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약 12개월의 리드타임을 감안하면 2026년 중 정규 구매주문(PO)이 발생하고 2027년 하반기 장비 출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장비에 집중된 매출 구성이 태양광·디스플레이로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IBK투자증권도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장비를 주성엔지니어링의 추가 성장 동력으로 봤다. 디스플레이 장비는 해외 고객 확보를 통해 2027년 410억원 매출을 기대했고 태양광 장비는 2026년 발주를 받아 2027년 800억원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제 투자' 이끈 기술자 경영진…재무분야 C레벨은 부재

1분기말 임원 현황을 보면 오너 일가인 황철주 회장과 황은석 사장을 포함해 기술 분야에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이 핵심 경영진으로 포진해 있다. 이사회에도 6인의 이사 중 5인이 기술 전문가다. 실무와 의사결정의 최상단을 모두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황철주 회장은 전자공학 전문가다. 황은석 사장은 서울대학교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유진혁 사장 역시 성균관대학교에서 신소재공학 석사를 졸업했다. 부사장 5인 중 3인이 전자공학과 산업,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 등을 전공했다. 다른 2인은 공학계는 아니지만 담당 직무가 디스플레이 해외영업담당과 반도체 중국영업담당이다.

이사회 구성원들도 기술 전문가가 주를 이룬다. 황철주 회장과 황은석 사장이 사내이사다. 신성철 사외이사는 국내 물리학계의 대표 석학이자 카이스트 16대 총장을 지냈다. 석영철 사외이사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등을 역임한 연구개발 분야 전문가다. 권평오 사외이사는 글로벌 공급망 운영에 특화돼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인 김재준 사외이사가 유일하게 경영과 금융 분야의 전문가다.

출처=주성엔지니어링 2026년 1분기 보고서

그만큼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고 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율을 보면 2025년 34.40%, 1분기 46.28%에 이른다. 1분기 매출액이 549억원인데 이중 절반 가까운 금액을 연구개발에 배정한 셈이다.

다만 선제 투자가 장기간 이어졌고 투자자들의 주목도도 높아진 만큼 재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기술 투자와 수주 확대뿐 아니라 투자 회수 시점, 비용 통제, 현금흐름 관리까지 총괄할 재무 분야 C레벨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