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반도체 시장이 역사적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의 체감 온도는 엇갈리고 있다. HBM 투자가 확대되면서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고객사 투자 지연과 재고조정, 중국향 매출 둔화 등 복합적인 영향에 기업별로 극과 극의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더벨은 국내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해 반도체 생태계의 현황과 미래를 점검해봤다.
반도체 장비 기업인 원익IPS는 올해 1분기 시장 호황의 수혜를 받으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전공정 장비 피어그룹 대비 높지 못했다. 반도체 장비 매출과 부품·기술용역 등 제품과 서비스 매출이 함께 순증하며 수익성은 견조했으나 영업이익률이 6%대였다.
연구개발(R&D)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 매출액의 4분의 1 이상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사용했다. 전공정 기업으로서 반도체 부흥이 빠르게 반영됐지만 전공정 내에서도 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만큼 다음 세대 반도체 공정에 채택되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 회복에 흑자전환, 매출 32.8% 증가
원익IPS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49억원, 영업이익 1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22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반도체 장비 수요 회복이 손익에 반영되기 시작한 셈이다.
원익IPS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를 생산하는 종합 장비사다. 주요 제품은 반도체 제조용 PECVD, ALD, Diffusion Thermal System 등이다. PECVD는 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 ALD는 원자층증착 장비다. 쉽게 말하면 웨이퍼 위에 필요한 막을 입히거나 열처리하는 전공정 장비가 주력이다.
1분기 실적은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그대로 입은 결과다. 전체 매출액 중 반도체 장비가 8할을 차지한다. 설비 판매뿐 아니라 설치와 워런티, 워런티 종료 후 서비스와 부품 판매도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1분기 실적을 매출 유형별로 보면 제품매출이 1307억원을 79.2%, 상품과 용역 매출이 20.8%로 나타났다.
시장의 기대치는 더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원익IPS는 증권업계의 컨센서스를 약 100억원 하회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을 30억원대로 전망했는데 매출총이익이 기대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실제 영업이익은 예상을 웃돌았다. 반도체 장비 비중 상승과 파츠 매출 증가, 재고자산충당금 환입 등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이다.
그래픽=마누스ai가 생성한 이미지.
◇매출·매출총이익 좋았지만 영업이익률 6%대
매출액은 컨센서스를 밑돌았지만 전장비 기업 중 좋은 성과를 냈다. 컨센서스와 크게 동떨어지는 수치도 아니다. 또 1분기 실적은 매출액보다 매출총이익률이 핵심 지표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와 파츠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등 믹스가 개선됐고 재고자산충당금 환입 효과가 더해지면서 매출총이익률은 51.5%까지 올라갔다.
그럼에도 영업이익률은 6.5% 수준에 머물렀다. 배경은 연구개발 비용 지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 매출액 1649억원 중 매출총이익은 849억원으로 나타났다. 경상연구개발비용이 416억원으로 매출총이익의 절반 규모에 해당한다. 전체 매출액과 비교하면 연구개발비율이 25.24%에 달했다.
전공정 기업들은 업황의 수혜를 일찍 맛봤지만 포트폴리오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엇갈렸다. 주성엔지니어링의 1분기 연구개발비율은 46.28%, 유진테크는 24.6%로 원익IPS와 마찬가지로 높게 나타났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선단 공정(Advanced Process)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부품사와 후공정 장비사들은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비용이 낮았다.
원익IPS는 전공정 증착 장비사로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분기 흑자전환과 매출총이익률 개선으로 반도체 장비 회복을 보여줬으나 높은 연구개발비용이 반영되면서 최종 영업이익률과 매출총이익률 사이 차이가 발생했다. 원익IPS는 "제품은 전량 주문생산에 의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고 고객의 요구에 따라 사양이나 장비별 챔버(Chamber) 구성의 변경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기대감 웃돈 성과 배경은 믹스 개선
피어그룹 대비 높지않았을 뿐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영업이익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충당금 환입효과를 감안하고도 영업이익이 어닝 서프라이즈였다고 봤다.
수익성이 견조했던 배경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이 꼽혔다. 사업 성격별로 매출액을 쪼개보면 1분기 매출 1649억원 중 반도체 부문 매출은 1460억원, 디스플레이는 189억원이다. 반도체 비중은 88.5% 수준이다. 제품과 용역 기준으로도 반도체 제품 매출이 1139억원, 반도체 상품 매출이 293억원, 용역이 27억원으로 나타났다.
출처=원익IPS 2026년 1분기 보고서
좋은 성과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 잔량을 보면 1분기 장비 수주총액은 6275억원, 기납품액은 2271억원, 수주잔고는 4004억원이다. 부품 납품은 별도로 예정돼 있다.
디램(DRAM)과 낸드, 파운드리 투자가 확대될 수록 원익IPS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분기에는 반도체 시황 회복과 선행 연구 비용이 동시에 반영됐다면 하반기부터는 장비 매출의 인식이 더 확대되며 영업이익률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