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권에서 채무조정 신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의 상품별 자산과 신용회복·개인회생·파산 신청(회파복)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중심으로 회파복 규모가 자산 증가 속도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서비스는 자산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채무조정 신청이 늘었고 카드론과 할부 역시 자산 증가율보다 회파복 증가율이 높았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현금서비스, 2년간 자산 10% 줄었지만 회파복 규모 5% 늘어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롯데·현대·BC카드 등 전업 카드사의 상품별 자산과 개인회생·파산신청·신용회복 현황을 집계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금서비스가 가장 취약한 상품으로 나타났다.
연간 누적 회파복 규모는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차주가 개인회생 및 파산신청, 신용회복 절차로 유입됐는지를 보여준다. 8개 카드사 합산 기준 현금서비스 회파복 규모는 2023년 2433억원에서 2025년 2546억원으로 증가폭 자체는 4.7% 수준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자산은 4조4371억원에서 3조9737억원으로 10.4% 감소했다.
카드사들이 위험자산 관리 차원에서 현금서비스 취급을 줄였지만 채무조정 신청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 그 결과 자산 대비 누적 회파복 비중은 2023년 5.48%에서 2025년 6.41%까지 상승했다. 현금서비스 자산 100원당 채무조정 신청 누적 규모가 5.5원 수준서 6.4원 수준까지 높아진 셈이다. 일시불과 할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4개 상품 가운데 가장 높다.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공급을 축소하는 과정에서도 취약차주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금서비스는 생활비 부족이나 단기 자금 수요가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이용되는 상품이다. 카드론보다도 경기 민감도가 높은 상품으로 평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금서비스 회파복 규모 상승은 가계가 저축을 줄이는 단계를 넘어 실제 채무조정이 필요한 수준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론, 자산 증가 속도보다 빨랐던 회파복 신청 규모 카드론 역시 최근 2년 동안 자산보다 채무조정 신청 규모가 더 빨리 늘었다. 2023년 카드사 회파복 규모는 8217억원에서 2024년 9394억원, 2025년 1조1379억원으로 늘었다. 2년 간 채무조정 규모가 38.5%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카드론 자산은 26조7059억원에서 28조2806억원으로 5.9% 늘어났다.
자산 대비 누적 회파복 비중으로 환산하면 2023년 3.08%에서 2024년 3.22%, 2025년 4.02%로 상승했다. 현금서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카드론 시장이 커짐과 동시에 부실이 축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카드론 이용자 수가 늘어난 결과라기보다 기존 이용자들의 상환능력도 함께 약화되면서 채무조정 단계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도 이를 경계해야 할 신호로 보고 있다. 카드론은 카드사의 핵심 수익 자산이지만 동시에 연체와 대손비용에 민감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할부에서도 나타난 부실 확대…커지는 부실 압력 할부 추이도 주목된다. 그간 카드업권에서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중심으로 건전성을 점검해 왔다. 하지만 일반 소비 영역인 할부에서도 채무조정 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카드업권 할부 회파복 규모는 2023년 4609억원에서 2025년 6076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율은 31.8%다. 반면 할부 자산은 같은 기간 28조3092억원에서 30조8807억원으로 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실 압력이 생계형 신용상품뿐 아니라 일반 소비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통상 할부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여행, 교육비 등 계획성 소비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할부에서 채무조정 신청이 늘고 있다는 건 가계 전반의 소비 여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증가율만 놓고 봐도 할부 회파복 규모 증가 속도가 현금서비스(4.7%)보다 빠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차주 중심으로 부실이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일반 소비 영역에서도 상환 부담을 느끼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부실이 특정 상품군에 머무르지 않고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일시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일반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고객층의 건전성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이다.
◇카드시장 차주 상환여력 약화, 영업방식 변화도 불가피 여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개인고객과 개인사업자,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환여력이 악화되면서 차주 상환능력도 양극화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카드사 영업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과거 카드사들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최근에는 우량 차주 중심의 선별 영업과 리스크 관리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채무조정 신청 증가와 연체율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직접 회수 조직을 강화하거나 조기경보 체계를 고도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파복 비율 상승은 연체 증가보다도 더 강한 위험 신호"라며 "채무조정 신청이 늘수록 향후 대손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등 고수익 고위험을 동반하는 상품 자산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어떤 차주를 확보하고 관리하느냐가 수익성과 건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