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캐피탈 업권이 성장 전략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외형 확대 중심의 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고려한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이 새로운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 사는 사업 구조와 영업 전략을 재정비하며 저마다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 구성과 운용 방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며 업권 내 경쟁 구도 역시 달라지는 양상이다. 주요 캐피탈사의 자산 리밸런싱 전략과 포트폴리오 변화, 이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시장의 흐름과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현대커머셜이 캡티브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IB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주력인 산업금융을 견조하게 유지하며 해외 사모펀드 등 투자 규모를 늘려나가는 모습이다. 기존 여신 업무를 넘어 딜 전반을 주관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며 IB 시장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자산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점진적으로 이동시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이러한 리밸런싱은 '균형 잡힌 성장(Balanced Growth)' 전략에 기반한다. 산업금융을 토대로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에서 수익성을 확보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의 바탕에는 산업금융 비즈니스를 통해 구축한 폭넓은 제휴사 네트워크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국내외 다양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비캡티브 줄이고 중고차 확대 양상 현대커머셜의 성장을 떠받치는 근간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캡티브 구조에서 비롯된다. 현대차·기아의 상용차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트럭, 버스 등 상용차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은 경기 변동성 속에서도 견조한 펀더멘털을 유지하는 버팀목이다. 산업금융 자산은 5조원 내외 수준으로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한다. 계열 생태계 내에서 형성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은 신규 영역 확장의 기초 체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금융의 덩치를 무작정 키우기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량성이 검증된 신차 캡티브 시장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면서 비캡티브 영역은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기조다. 대신 마진율이 양호한 중고차 금융을 확대하며 취급 규모는 1조6813억원 수준까지 늘렸다. 신차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중고차 시장 침투를 높이는 방식으로 산업금융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산업금융 내에서도 자산 성격에 따라 수익 구조를 세분화하는 흐름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현대커머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균형 잡힌 성장이다. 산업금융이 자산 구조의 기반을 형성한다면 기업·투자금융은 수익 성장을 이끄는 축으로 작용한다. 특정 자산에 실적이 집중되는 캐피탈사 특유의 구조적 한계를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완화하려는 구상이다. 실제 이 전략이 실행되면서 과거 60%에 육박했던 산업금융 비중은 현재 48% 선까지 낮아졌다. 산업금융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업·투자금융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산 배분이 조정되고 있다.
◇부동산·NPL '투트랙' 기조로 기업금융 공략 리밸런싱의 한 축인 기업금융은 부동산과 NPL '투트랙'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부동산금융은 유의자산 관리 이후 본PF 중심으로 선별적 재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공능력 6위권 내 우량 시공사로 제한되며 선순위 중심의 보수적 취급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금융 취급 규모는 올해 3월말 기준 1조6278억원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반면 기업일반대출은 6000억원대에서 정체된 흐름을 보이며 제한적인 운용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NPL 시장에서도 현대커머셜의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NPL을 담보로 NPL 매입자금이나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개인회생, 신용회복채권 등 개인특수채권에 투자하는 구조다. 시장 내 플레이어 진입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NPL 자산 잔액은 1조6657억원 수준으로 기업금융 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금융은 수익 구조 변화를 견인하는 핵심 성장 엔진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 자산은 꾸준히 우상향하며 어느덧 1조5000억원대까지 확대됐다. 현대커머셜은 산업금융 기반으로 구축한 제휴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앵커 파이낸스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제휴사에 대한 이해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기업 운영 전반의 금융 수요를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다. 이를 기반으로 운전자금과 투자자금, 인수금융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금융 모델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가 현대커머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모펀드와 사모대출펀드를 중심으로 해외 운용사와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누적 투자 약정 금액은 투자금융 시장 진출 7년 만에 2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투자 방식은 블라인드 펀드 중심에서 개별 공동투자로 확장되며 운용 전략이 다변화되는 흐름이다. 해외 자문사와의 협업을 통해 투자 전략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리스크 관리 수준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