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본업 수익성 회복과 현금창출력 개선에도 불구하고 다시 차입금 부담 확대에 직면했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조8118억원, 잉여현금흐름(FCF) 3481억원을 기록하며 디레버리징(차입금 축소) 국면에 진입하는 듯했지만 올해 들어 SSG닷컴 지분 인수와 신세계건설 자금 지원 등 대규모 자금 수요가 발생하면서 재무개선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형마트 업황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단행한 G마켓 인수와 각종 사업 확장은 여전히 이마트 재무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본업 수익성은 회복됐지만 순차입금은 다시 11조원을 넘어섰다. SSG닷컴 완전자회사화와 신세계건설 지원에 이어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수익성 둔화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재무개선 흐름의 지속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유통산업 구조 전환과 공격적 투자의 후유증 이마트 재무 부담의 출발점은 대형마트 업태의 구조적 침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5년 9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7%, 2026년 3월에는 15.2% 감소했다. 백화점과 편의점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형마트만 역성장이 고착되는 양상이다. 온라인 유통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쿠팡 등 이커머스가 대형마트의 '주간 장보기'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마트의 연결 매출도 2023년 29조4722억원에서 2025년 28조9704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이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업태 전반이 공유하는 과제다. 이마트가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큰 재무 부담을 안게 된 배경에는 공격적인 인수·투자가 자리한다.
총차입금은 2021년 10조1497억원에서 2024년 12조4024억원까지 늘었다. 3년 만에 약 2조3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2156억원에서 5250억원으로 2.4배 확대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G마켓 인수다. 이마트는 2021년 미국 이베이로부터 G마켓 지분 80%를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2조4788억원의 영업권을 인식했다. 그러나 G마켓은 인수 이후 쿠팡과 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된 이커머스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매년 약 956억원 규모의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까지 발생하면서 연결 수익성을 압박했다.
2025년 알리바바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G마켓을 지분법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PPA 상각은 중단됐다. 이마트의 2025년 영업이익 개선에는 이 회계적 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5%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폭은 이보다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EBITDA는 전년 대비 8.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핵심 투자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 이마트가 2022년 약 3000억원에 인수한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는 2025년 말 영업권 392억원 전액을 손상 처리했다.
계열사 부담도 적지 않다. 이마트는 2024년 하반기 공개매수를 통해 신세계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러나 신세계건설은 2022년 이후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025년에도 296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결국 현재 이마트 재무의 핵심은 업황 부진 속에서 단행한 대규모 인수·투자의 후유증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무구조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들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EBITDA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6.74배에서 2025년 3.50배로 하락했다.
◇SSG닷컴 지분 인수·건설 출자, 디레버리징 일시정지 지난해까지 재무의 방향 자체는 개선되고 있었다. 2025년 EBITDA 마진은 6.25%로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OCF(영업활동현금흐름)도 1조9514억원으로 매출 대비 6.74%에 달했다. 현금 창출력의 기반이 되는 본업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별도 기준 이마트의 2025년 영업이익은 27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 역시 영업이익 467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40.5% 성장했다. 대형마트 외 사업 포트폴리오도 점차 수익 기반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2025년에는 차입금도 감소세로 전환됐다. 총차입금은 2024년 12조4024억원에서 2025년 11조9282억원으로 약 4700억원 줄었다. 순차입금 역시 10조4013억원에서 9조9162억원으로 감소했다. 총차입금/EBITDA는 7.40배에서 6.58배로, 순차입금/EBITDA는 6.21배에서 5.47배로 개선됐다. FCF 역시 3481억원으로 3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며 내부 현금만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가는 디레버리징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그러나 2026년 들어 계열사 지원에 따른 자금 유출이 잇따르면서 겨우 돌아선 차입 감축 기조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2026년 1분기 말 연결 총차입금은 12조6567억원으로 2025년 말(11조9282억원) 대비 7285억원, 전년동기 대비 2248억원 늘었다. 올 1분기 순차입금은 11조2120억원으로 2025년 말과 비교해 1조2958억원 급증했다. 2025년 1분기보다는 1465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 대비 순차입금이 급증한 것은 현금성자산이 2025년 말 2조120억원에서 2026년 1분기 1조4446억원으로 28% 줄어든 영향이다. 차입금의존도도 35.6%에서 36.3%로 올랐다. 1분기 투자자산 순유출액만 9094억원에 달했다. 콘텐츠 투자사 PACM에 2000억원을 출자하는 등의 지출이 반영된 결과다.
이 흐름은 하반기에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SSG닷컴 재무적 투자자(올림푸스제일차)가 보유한 지분 19.5%를 8275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취득 예정일은 8월26일이다. 지난 5월에는 신세계건설 유상증자에 5000억원(현금 2400억원, 현물 2600억원) 참여를 결정했다. 납입일은 6월25일이다. 두 건의 현금 지출만 합쳐 1조675억원에 달한다.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3942억원에 불과하다. 자체 보유 현금만으로는 충당이 어려운 규모로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 등 외부 조달이 불가피하다.
이마트는 2025년 스타필드 안성·청라·하남 3곳의 유상감자(2849억원), SSG닷컴 김포 물류센터 매각(1614억원),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 매각(1200억원) 등 자산 처분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이번 SSG닷컴·건설 관련 의사결정을 기점으로 그룹 전반의 차입 규모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SCK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의 변수도 겹친다. 탱크데이 사태에 따른 2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선불카드 전액 환불로 유보 현금의 유출까지 예고된다. SCK컴퍼니는 2025년 이마트에 약 717억원의 배당금을 올려보냈는데 수익성 둔화가 이어질 경우 이마트로의 현금 유입도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