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반도체 시장이 역사적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의 체감 온도는 엇갈리고 있다. HBM 투자가 확대되면서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고객사 투자 지연과 재고조정, 중국향 매출 둔화 등 복합적인 영향에 기업별로 극과 극의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더벨은 국내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해 반도체 생태계의 현황과 미래를 점검해봤다.
유진테크는 1분기 매출의 8할을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 올렸다. 주력 제품인 저압 화학기상증착(LPCVD)를 중심으로 장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늘어났고 원부자재와 부품 등을 포함한 기타 매출은 44% 증가했다. 장비 매출이 견조한 가운데 애프터서비스 등 기타 매출에서도 안정적 수익원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매출액의 25%이자 영업이익을 넘는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기존 LPCVD에서 원자층증착(ALD)과 에피택시(Epitaxy)로 장비 범위를 넓히고 증착공정에 쓰이는 전구체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전구체 매출은 1분기 현재 4% 미만이지만 앞으로는 신규 장비와 소재가 실제 양산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사업구조 변화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장비 매출 80%…기타 매출은 44% 증가로 성장세
유진테크의 1분기 매출은 1018억7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반도체 장비 매출이 818억원으로 80.3%를 차지한다. 전구체 매출은 37억원으로 3.6%였다. 원부자재와 부품 등이 포함된 기타 매출은 164억원으로 16.1%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장비 매출은 682억원에서 818억원으로 20% 증가했다. 전구체 매출은 36억원에서 37억원으로 대동소이했다. 눈여겨볼 만한 부문은 기타 매출이다. 114억원에서 164억원으로 44%가 늘어 매출 세 부문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출처=유진테크 2026년 1분기 보고서
매출원을 쪼개어 보면 반도체 장비의 설치와 품질 보증, 보증기간 종료 후 사후서비스와 부품 판매 등에서 매출을 내고 있다. 기타 매출에는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 수요 등이 포함된다. 신규 장비 투자와 납품 외에 별도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창구가 확대된 셈이다. 다만 장비 매출의 증대가 기타 매출의 확대로 직관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유진테크 관계자는 전했다.
수출 비중도 작지 않다. 1분기 전체 수출액이 37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6.4%를 차지했다. 장비 수출액은 331억원으로 장비 매출의 40.5%다. 전구체 수출액이 12억원, 상품 및 기타 수출액은 28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에도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미국 Eugenus Inc.는 반도체 장비 제조와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중국 유진태극무역 유한공사는 반도체 제품의 수출입과 장비 유지보수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매출의 24.6% R&D 투입…신규 장비 매출 전환이 관건
이렇게 벌어들인 돈의 상당수가 연구개발(R&D)비용으로 지출됐다. 1분기에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250억원으로 매출의 24.6%에 해당한다. 연구개발비 총액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188억원보다 62억원 많았다. 영업이익을 더 남기기 보다 연구개발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특히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무형자산으로 쌓지 않고 당기 비용으로 처리했다. 매번 연구개발 비용을 털어내고 있기 때문에 추후 개발이 늦어져도 재무 부담이 적고 실제 납품단계에 들어서면 수익성이 더 커진다.
연구개발 인력은 193명으로 전체 임직원 490명의 39.4%를 차지했다. 석·박사 인력은 58명이었다. 미국 종속회사인 Eugenus에도 연구개발 조직을 두고 장비 개발과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유진테크 관계자는 "연구개발에 굉장히 열심히 매진하는 회사이지만 연중 연구개발 비용의 비중이나 규모를 정해두고 진행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확한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분기보고서를 통해 "당사의 주요장비는 반도체 전공정 핵심장비인 증착장비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은 당사의 향후 성장과 경쟁력의 핵심원천이며 생존과도 직결되는 과제"라며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진테크는 기존 LPCVD를 중심으로 ALD와 Epitaxy까지 장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증착공정에 투입되는 전구체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과제에는 10나노급 디램 캐패시터 전극막용 TiN·TSN 계열 소재와 ALD 장비 개발이 포함돼 있다. 절연막 증착용 배치형 ALD 시스템과 여러 장의 웨이퍼를 동시에 처리하는 Epitaxy 장비도 개발 중이다.
공정 내에서 연계가 높은 장비들을 개발하기 때문에 고객 맞춤형 생산에 더 최적화될 수 있다. 다만 진행 중인 연구개발이 실제 매출로 집계될 때까지는 시차가 필요하다. 1분기 전구체 매출 비중은 3.6%에 그쳤고 신규 ALD와 Epitaxy 장비도 실적이 아직 가시적인 단계는 아니다.
◇연간 생산능력 240대…1분기 생산실적은 26대
장비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956억원에서 3월 말 1266억원으로 32.4% 증가했다. 1분기 전체 매출 1019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장비 매출 818억원과 비교하면 약 1.5배에 해당한다.
수주잔고와 함께 봐야할 지표는 생산능력과 실제 생산량이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는 대당 수억~수십억의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생산량이 적은 것처럼 보여도 실제 매출액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진테크가 공시한 올해 반도체 장비 생산능력은 연간 240대다. 본관동은 장비 제작 기간을 4주, 신관동은 8주로 가정하고 동시 작업 가능 대수와 작업 공간, 생산효율 등을 반영해 산출했다. 1분기 실제 생산실적은 26대였다. 지난해 연간 생산실적은 93대, 2024년에는 73대였다.
유진테크는 장비를 100% 주문생산 방식으로 제작한다. 유진테크는 "반도체장비의 판매 방법 및 조건은 고객과의 협상을 통해 확정된다"며 "일반적으로 내수는 납품시 90%, 장비검수 완료시 10%로 세금계산서 발급 후 1개월 이내 대부분 결제가 되고 수출은 선적후 90%~100%, 장비검수 완료 후 10%~0%의 LC 또는 현금으로 결제"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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