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는 SK로부터 SK해운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업 정상화에 성공했다. 인수 이전 대비 SK해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차입 부담에 시달렸던 재무 구조도 안정화됐다. 이 같은 리밸런싱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SK해운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우량 매물로 거듭났다.
다만 HMM과의 인수 협상이 결렬된 이후 한앤컴퍼니는 엑시트 전략을 수정하며 2차 리밸런싱에 돌입했다. 선단을 LNG선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선박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해 SK해운을 M&A에 더 적합한 형태로 조정했다. 다만 선박 재편, 투자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 규모와 글로벌 LNG선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방 압력이 부담으로 거론된다.
◇자본 확충·선박 투자로 체질 개선…순이익 전환 성공 한앤컴퍼니는 2018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SK해운을 인수했다. SK해운과 SK마리타임이 물적분할을 단행하며 사업구조를 재편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배드컴퍼니인 SK마리타임이 결손금, 부실자산을 가져갔지만 당시 SK해운의 재무구조, 사업 실적은 순손실의 지속 등으로 인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SK해운은 한앤컴퍼니로 경영권이 이양된 전후인 2017년과 2018년 각각 연간 16억원 순이익, 85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글로벌 해운 시황이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에 노출되면서 본업 부진을 겪었던 영향이 컸다. 사업의 현금창출력이 제한되면서 선박 투자를 위해 집행했던 차입의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악순환에 빠졌다.
2017년 당시 SK해운의 부채비율은 2517%, 차입금의존도는 91.6%에 달했다. 전체 자산 중 선박자산의 비중도 59.9%에 불과했다. 보유 자산, 자본의 대부분이 외부 차입에 기반했고 SK해운이 사업에서 실제 활용하는 자산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재무적 부담은 크고 수익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인수 과정에서 1조원 규모 유상증자, 5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으로 딜 구조를 설계하며 SK해운의 자본 확충을 꾀했다. SK해운은 유입된 한앤컴퍼니 투자금을 바탕으로 고금리 대출 일부를 상환하고 초대형유조선(VLCC)를 인수하는 등 차입, 사업 전략을 새롭게 개편했다.
SK해운에 대한 한앤컴퍼니의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리밸런싱은 2020~2021년 전후부터 효과를 봤다. SK해운은 2018~2019년 2년연속 기록했던 순손실에서 벗어나 순이익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2021년에는 글로벌 해운 호황과 달러화 강세라는 호조세가 겹치면서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해 회계상 SK해운의 금융비용 상당수를 상쇄하는 행운까지 겹쳤다.
재무 및 사업구조 개편의 가속으로 전반적인 체력이 강화되면서 SK해운은 2023년 발생한 해운 불황에서도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외형이 전년 대비 6000억원 가까이 줄었음에도 한앤컴퍼니 경영권 인수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500% 미만으로 떨어져 내실과 재무 부담 개선을 모두 잡았다.
◇LNG선 중심 선박 포트폴리오 전환, 매각 적합성 높이기 속도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정상화에 성공한 이후 최근 엑시트 전략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HMM과 인수협상을 벌이며 일부 자산 매각을 통한 엑시트를 추진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유지됐던 해운업 호황과 수익률 개선에 따른 SK해운의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최근 시점을 엑시트의 적기로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HMM과의 인수 논의가 결렬되면서 한앤컴퍼니는 SK해운에 대한 엑시트, 사업 전략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추세다. 기존에 벙커링, 탱커선 등으로 다분화됐던 선박 포트폴리오를 LNG 등 가스선 위주로 단순화하고 이를 통해 사업 외형도 축소하고 있다. 지난 2월 팬오션과 1조원 규모 거래로 VLCC 10척을 처분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한앤컴퍼니는 산하 포트폴리오에 두고 있던 또 다른 해운사인 에이치라인해운과 SK해운 간 선박 맞교환까지 단행했다. 이를 통해 SK해운은 탱커선 12척을 정리하고 LNG선 16척을 선단에 추가하게 됐다. 해운 및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가스선 위주의 선박 포트폴리오 단일화를 두고 차후 매각 협상 등에서의 이점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면 업황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M&A 단계에서 밟을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며 "LNG 등 가스 중심으로 선박을 특화하면 ESG 측면에서도 어필할 이점이 있기 때문에 SK해운의 성장 전망이나 멀티플 책정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후 SK해운 엑시트에서 한앤컴퍼니가 부담할 변수도 있다. 과거 대비 개선된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확대된 차입금 규모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이 대표적이다. 선박 투자를 위해 조달을 지속하면서 SK해운의 연결기준 차입금은 지난해 말 6조3875억원으로 불었다. 이에 금융비용이 연간 4000억원 이상 발생해 상당한 규모 이익을 깎아먹고 있다.
최근 거론되는 글로벌 LNG선 공급 과잉 문제도 잠재적인 리스크다. 글로벌 해운 분석기관인 드류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엔 LNG선이 76척 인도됐고 올해에는 100척 이상이 추가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의 LNG 공급량보다 큰 선대 규모는 LNG선 운임료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는 차후 SK해운의 실적, 밸류에이션 측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