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가운데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센트로이드PE)를 파트너로 선정했다. 센트로이드PE를 인수 주체로 내세우고 한화생명은 전략적 투자자(SI)이자 핵심 출자자(LP)로서 딜에 참여한 뒤 추후 센트로이드PE 보유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컨소시엄 구축은 올 초 한화생명이 센트로이드PE의 2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첫 행보다. 주주관계를 맺으면서 장기적인 파트너십 방향을 논의해 온 가운데 실질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정진혁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 대표(왼쪽),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오른쪽)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센트로이드PE와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지난주 매도 측인 EQT파트너스로부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구체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설계 중인 모습이다.
인수가는 시장에 알려진 1조원보다 작은 8000억원대 후반 수준으로 파악된다. 센트로이드PE가 1000억~2000억원대 자금을 외부 펀딩을 통해 모으고, 나머지는 한화생명 출자 및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형태가 유력한 자금 조달 방안으로 거론된다. 아직 센트로이드PE와 한화생명이 투입할 금액, 인수금융 활용 유무 및 규모는 정해지지 않은 단계다.
인수 주체는 센트로이드PE다.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을 인수할 예정으로 한화생명은 SI로서 후순위 LP로 대규모 자금을 대는 형태다. PE 산하에서 PMI와 밸류업을 거친 뒤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한화생명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센트로이드PE 보유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한화생명이 자체 인수 여력이 충분함에도 센트로이드PE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대규모 자금을 M&A에 투입할 경우 요구자본이 증가하면서 자본건전성 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급여력(K-ICS) 비율이 대표적이다. K-ICS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보험금 지급 능력을 따지는 재무건전성 지표를 말한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올 1분기 162.1%로 금융당국 최저 기준치(100%) 보다 높지만 권고치 150%와 비교하면 여유가 많진 않다. 자본의 질을 나타내는 기본자본 K-ICS 비율도 올 1분기 58.8%를 기록해 내년 적용하는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50%에 근접했다.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의 경우 인수금액도 큰 데다 영위하는 업종을 고려했을 때 K-ICS 비율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이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등 인수로 K-ICS 비율이 소폭 하락한 바 있다.
자본건전성 측면이 아니더라도 한화생명 입장에서는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의 노조 반발 리스크 최소화, 사업구조 파악, 레버리지를 활용한 수익성 극대화 등을 위한 차원에서 센트로이드PE를 주체로 내세우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금융사가 타 금융사 인수 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FI를 활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우리금융그룹은 2017년 우리금융캐피탈(옛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때 웰투시인베베스트먼트를 주체로 내세운 바 있다. 웰투시가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인수했고, 우리은행은 LP로 참여한 뒤 2020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MG새마을금고-ST리더스PE도 과거 MG캐피탈(옛 M캐피탈) 경영권을 사들일 때 이와 같은 구조를 짰다.
이로써 한화생명과 센트로이드PE는 주주 관계에서 나아가 전략적 파트너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센트로이드PE 창업자이자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 정진혁 대표로부터 지분 15%를 사들이며 2대주주로 등극했다. 현행법상 보험사가 타사 지분율을 15% 넘기면 자회사로 편입돼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화생명은 센트로이드와의 파트너십만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지분율을 15% 밑으로 취득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홍콩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 허브에 거점을 마련하고 공동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센트로이드는 골프용품 제조업체 테일러메이드, 골프클럽 플랫폼 폰서트골프 등 해외 기업 바이아웃 및 마이너리티 투자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한화생명 역시 인도네이사 리포손해보험·노부은행 지분 확보, 미국 벨로시티클리어링 지분 인수 등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단행해 왔다. 글로벌 투자 전략 등에서 뜻이 맞아 손을 맞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이 생명보험 시장의 성장률 둔화에 대응해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법인 고객을 유치하려는 차원에서 PEF 운용사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해 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PEF 운용사의 기업 포트폴리오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는 구상 아래 다양한 PEF 운용사들을 접촉해 온 것으로 안다"며 "이 와중에 글로벌 M&A에 활발하면서도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이 시급한 센트로이드PE를 낙점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한화생명에서 기업 M&A와 소수 지분 인수 등 투자를 총괄하는 인물은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유창민 투자부문장(전무)다. 미국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화투자증권 글로벌 디지털 프로덕트실장을 거쳤다. 2021년 한화생명에 합류해 전략투자본부를 이끌며 국내외 주요 투자를 집행해 왔고 2023년 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올 1분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다만 노부은행과 벨로시티, 애큐온캐피탈까지 대규모 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M&A 건에 대해서는 한화그룹 오너 3세이자 최고글로벌책임자(CGO)인 김동원 사장의 입김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유창민 CIO를 핵심 측근으로 두고 전략투자 의사결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등판한 배경에도 김 사장의 확고한 M&A 의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센트로이드PE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은 단연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정진혁 대표다. 정진혁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국내파이고, 김동원 사장은 미운 세인트폴고등학교, 예일대를 졸업했다는 점에서 학연으로 이어진 인연은 아니다. 센트로이드PE 지분 투자의 경우 김동원 사장, 유창민 CIO 등 윗선에서 직접 움직이기보다는 전략투자본부 실무진들이 딜소싱해 바텀업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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