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올해 말 첫 임기를 마친다. 취임 후 2년간 실적과 조직 안정 양면에서 성과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첫해 리딩뱅크 지위를 되찾았고 올해도 이익 규모를 키우고 있다.
재임 기간 대형 금융사고 등 감점 요인도 없었다. 여기에 차기 KB금융 회장 압축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만큼 그룹 내 입지도 공고하다. 업권에서는 이 행장이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절차를 밟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주 재무·비은행 거쳐 복귀…첫해 리딩뱅크 탈환 이환주 행장의 임기는 12월 31일 만료된다. 2024년 11월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지난해 1월 제9대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만 2년이 되는 시점이다.
이 행장은 KB금융 비은행 계열사 대표를 지낸 인물 중에서 처음 국민은행장직에 올랐다. 국민은행 출신으로 오랜 기간 은행원으로 재직하다 계열사 대표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은행으로 돌아온 케이스다.
1964년생인 그는 1991년 입행해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지냈고 2021년 지주로 이동해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맡았다. 그룹 안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는 2022년 임무를 부여받고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법인 출범을 이끄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이를 통해 이 행장은 지주 재무, 은행, 비은행까지 두루 거친 경력을 완성했다.
행장 취임 이후에도 주목할 성과를 냈다. 국민은행 순이익은 2024년 3조2518억원에서 지난해 3조8620억원으로 18.8% 증가했다. 4년 만에 이익 기준 시중은행 1위를 되찾았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7.3% 늘어난 1조10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취임 이후 가장 큰 미션이었던 내부통제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 행장 취임 직전이던 2024년 국민은행은 크고 작은 금융사고와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내부통제,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후 이 행장은 조직개편에서 준법감시인 산하에 책무관리 전담조직을 두고 인사평가에 내부통제 지표를 신설하는 등 장치를 먼저 깔았다. 여전히 서류 조작으로 인한 대출 사기, 해외 법인의 직원 통제 이슈 등은 상존하지만 이 행장 재임 기간 대형 금융사고나 사법 리스크는 불거지지 않았다.
◇신사업 확장에 리더십 연속성 힘 실려 올해 이 행장은 실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미래 먹거리 설계까지 보폭을 넓혔다. 취임사에서는 신뢰와 동행을 앞세우며 조직 다지기에 집중했다면 올해 신년사에서 확장과 전환을 화두로 던졌다.
리테일 중심 구조를 넘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로 영업의 축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AI 활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지주 차원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자산 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이런 주문에 맞춰 국민은행은 지난 연말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인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했다. 이달에는 인공지능(AI)이 금융 서비스 기획부터 검증까지 참여하는 KB AI Dev 센터를 출범시켰다.
업권에서는 경영 안정성을 이유로 이 행장의 연임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이 첫 임기이기 때문에 관행대로라면 1년의 임기를 더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 성적표는 좋았고 AI, 디지털자산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해 리더십이 이어지는 게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진행 과정에서 이 행장의 사내 평판과 위상도 확인됐다. 차기 회장 1차 숏리스트 6인에 이 행장이 포함됐다. 지주 CFO와 비은행·은행 CEO를 두루 거친 이력과 최근의 실적 호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회장 선임 레이스를 끝마칠지는 미지수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연임이 거론되는 만큼 이 행장은 본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 사례도 있다. 전임자인 이재근 전 국민은행장은 2023년 회장 인선 과정에서 은행 경영에 전념하겠다며 1차 후보군 포함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행장 연임에 성공해 1년의 임기를 추가로 받았다.
이 행장의 연임을 점치는 의견이 압도적이지만 세대교체 기류가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이 행장은 1964년생으로 전임자인 이재근 전 행장보다도 연장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