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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보다 현금…삼성SDI CFO의 진짜 시험대

①CAPEX·운전자본 부담에 현금 지속 감소…차입금은 12조원 돌파

김지효 기자  2026-08-10 07:04:32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삼성SDI가 7분기 만에 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보면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현금은 줄고 차입금은 늘었으며 순차입금은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 손익은 개선됐지만 현금흐름은 아직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투자형 흑자'다.

지난해 말 부임한 오재균 CFO(부사장)에게 이번 실적은 축하할 결과라기보다, 성장 투자와 재무건전성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조율할지를 시험하는 첫 관문에 가깝다.

◇현금은 줄고 차입은 늘고…투자 택한 삼성SDI

삼성SDI는 올해 2분기 매출 3조7688억원, 영업이익 2038억원을 기록하며 2024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도 482억원으로 흑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1조804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7377억원, 2분기 1조5055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흑자와 현금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이 괴리를 푸는 열쇠는 영업현금흐름과 투자 지출의 격차에 있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52억원에 그쳤다. 2분기 수치는 별도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 설비투자(CAPEX)는 1분기 5894억원, 2분기 5034억원으로 상반기에만 1조928억원에 달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투자 지출의 극히 일부만 감당한 셈이다. 이 부족분은 보유 현금을 헐어 메울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 부족한 부분은 외부 차입으로 채워졌다.


이번 흑자는 현금을 버는 흑자가 아니다. 회계상 손익은 개선됐지만 현금창출력은 아직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금성자산 감소와 짝을 이루는 것이 차입금 증가다. 삼성SDI의 총차입금은 2023년 말 5조7178억원에서 2024년 말 11조5779억원으로 1년 새 2배 넘게 불어났다. 2025년 5월 1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하며 그해 말 10조8839억원까지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1분기 11조6537억원, 2분기 12조110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현금이 줄고 차입이 느는 방향이 겹치면서 순차입금은 2분기 10조5054억원으로 처음 10조원대에 진입했다. 2023년 말(3조6433억원)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결국 지난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삼성SDI는 영업현금창출력이 아니라 유상증자와 외부 차입이라는 두 축으로 대규모 투자 사이클을 지탱해 온 셈이다. 이는 실적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해서 재무 리스크가 자동으로 해소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운전자본 부담까지 얹혔다. 2분기 말 재고자산은 3조675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754억원 늘었고,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도 3조7428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회복이 재고와 매출채권 증가를 동반하면서, 늘어난 손익이 그대로 현금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운전자본에 갇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실적 회복을 현금흐름으로…재무라인 역할 커져

수익성 자체의 개선 신호는 뚜렷하다. 2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02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 개선된 이익이 현금흐름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느냐다. 삼성SDI는 미국 ESS 생산 라인 확대, 헝가리 공장 증설,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 대규모 CAPEX를 이어갈 계획이어서, 현재의 현금·차입 구조가 단기간에 반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올해 전체 투자 규모는 지난해(3조3000억원)보다는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결국 삼성SDI의 재무 스토리는 '흑자전환'이라는 손익계산서상의 이벤트보다, 그 흑자가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에서 어떻게 소화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국면에 들어섰다. 이익의 회복 속도보다 레버리지 확대 속도가 앞서는 현재 국면에서, 실적 개선이 실제 재무구조 정상화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 몇 분기간 현금흐름과 순차입금 추이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이 지점에서 오재균 부사장(CFO)의 역할이 커진다. 오 부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 지원팀장과 시스템LSI 지원팀장을 거치며 반도체 불황기 리스크 통제와 대규모 투자 지원을 총괄해온 인물로, 무차입 기조를 고수하기보다 업황 사이클에 맞춰 차입과 자산 효율화를 유연하게 병행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가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기타비상무이사도 겸직하고 있어, 그룹 내 자산 재배치 흐름에도 관여하는 위치에 있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결국 이 개선된 수익성을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필수적인 투자는 이어가되 전체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줄인다는 기존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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