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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10조 카드'…오재균 CFO 다음 선택은

③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연내 매각 계획…자금 전략 가늠자

김지효 기자  2026-08-13 08:29:59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지난해 삼성SDI CFO로 부임한 오재균 부사장이 그리는 자금 조달 전략의 한 축은 자산 매각이다. 그가 꺼내 든 카드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다. 오 부사장 취임 이후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 지분의 가치는 10조원에 이른다.

오 부사장에게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은 단순한 자산 처분이 아니다. 매각이 성사되면 삼성SDI에는 대규모 현금이 유입된다. 이를 차입금 상환에 우선 투입할지, 추가 성장투자의 재원으로 활용할지에 따라 삼성SDI의 향후 자금전략도 달라진다.

◇지분법이익·배당 포기…회계상 손익보다 '현금 실탄'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은 삼성SDI에 상당한 장부가치를 가진 자산이다. 삼성SDI 재무제표에 기록된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장부금액은 11조9255억원이다. 취득원가는 4조8371억원이지만 연결기준으로는 지분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익을 내면 장부가도 함께 올라간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10조원에 이를 매각한다면 별도재무제표에서는 5조원이 넘는 처분이익이 발생한다. 실제 현금 유입 규모는 세금과 거래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매각이 성사되면 삼성SDI에는 약 8조원대 현금이 들어올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를 매각하면 잃는 것도 있다. 지난해 삼성SDI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조7224억원이었지만 당기순손실은 5849억원에 그쳤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인식한 8176억원의 지분법이익이 순손실 규모를 낮추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매각하면 이같은 지분법이익 효과는 사라진다.

배당을 받을 기회 또한 잃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4년 6조6504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삼성SDI는 이 가운데 1조124억원을 받았다. 나머지는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에 돌아갔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의 배당이 매년 이어진 것은 아니다. 당시 배당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출범한 2012년 이후 첫 배당이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5조3787억원을 내고도 배당하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당시 배당이 처음으로 이례적인 사례"라며 "대주주가 배당을 요청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이 삼성SDI의 재무제표상에 손실을 메워주는 효과는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현금을 만들어내는 자산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현금 곳간이 마른 삼성SDI에는 회계상 손익보다 들어오는 현금이 먼저다. 지분을 팔면 장기간 묶여 있던 관계기업 투자자산이 한꺼번에 현금으로 바뀐다. 투자와 차입을 동시에 확대해온 삼성SDI에는 재무구조를 다시 짤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연내 매각 목표…상환이냐 투자냐, 오재균 CFO의 선택

오 부사장이 꺼내 든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카드가 새로운 선택지는 아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1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도 지분 매각 가능성을 검토 대상으로 언급했다. 당시 김종성 전 CFO는 주주총회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자산 활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했다. 다만 실행에 옮긴 것은 유상증자였다.

기류가 크게 바뀐 것은 오 부사장 부임 이후다. 삼성SDI는 2월 19일 이사회에 매각 검토를 보고하며 절차를 본격화했다. 매각 목적은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7월 말 진행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별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매각절차는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 부사장은 삼성SDI에서 CFO를 맡는 동시에 삼성디스플레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매각 대상 회사와 매각 주체 양쪽에 발을 걸친 셈이다. 삼성SDI의 재무책임자로서는 매각가격과 시기뿐 아니라 거래가 끝난 뒤 유입될 현금을 어디에 배분할지 계산해야 한다.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집중하면 재무건전성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 반면 투자에 투입하면 추가 차입을 줄이면서 성장투자를 이어갈 수 있지만 기존 차입 부담을 낮추는 속도는 늦어진다. 결국 매각이 성사된 이후의 자금 배분이 투자와 차입으로 키워온 현재의 재무구조를 오 부사장이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라며 "연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나 활용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자금 활용 방향에 대해서도 "전략적인 부분이라 무엇이 우선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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