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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 순현금 쌓은 HD한국조선, 미국 조선소 투자 '실탄'

4년 연속 무차입 경영…CAPEX·배당에도 곳간 '두둑'

이승재 기자  2026-08-28 10:17:07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곳간에 현금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본업에서 창출하는 현금이 급증한 데다 올해 교환사채(EB)를 통해 대규모 자금까지 선제적으로 확보해둔 덕분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을 제외하고도 11조원 이상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현금의 사용처다. 최근 미국 현지 조선소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대규모 현금이 인수합병(M&A)의 실탄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현금성자산 13조, 반년 만에 66% 증가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지난 6월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13조5928억원이다. 지난해 말(8조1766억원) 기준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약 66% 증가했다. 차입금을 감안해도 현금 여력은 압도적이다. 올해 상반기 말 총차입금은 2조4983억원이다. 현금성자산에서 총차입금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1조945억원이다. 현재 순현금을 11조원 이상을 보유하며 무차입 경영이 지속되고 있다.

순현금 규모의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022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195억원으로 사실상 현금과 차입금이 비슷했으나 △2023년 -6001억원 △2024년 -3조7401억원 △작년 -6조6786억원으로 현금 증가 폭이 확대됐다. 글로벌 신조 수요 증가로 4년여 만에 탄탄한 재무구조를 구축했다. 2022년 말 3조9817억원이던 총차입금도 작년 말 1조4980억원까지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조4983억원으로 다시 늘었지만 현금성자산의 증가폭이 훨씬 크다. 차입금의존도는 올해 6월 말 5.3%에 그쳤다. 2022년 13.3%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현금 축적의 핵심 동력은 조선 본업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상반기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4조379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한 규모다. 올 상반기 자본적지출(CAPEX) 4034억원과 배당금 지급 등을 반영한 잉여현금흐름(FCF)도 3조1931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8% 늘어난 수치다. 연간 흐름으로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FCF는 2022년 -2480억원에서 2023년 1조196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후 2024년 3조3396억원 작년 2조7031억원 등으로 플러스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7조679억원, 영업이익은 약 3조원 수준이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이 1조6451억원으로 전년보다 72.5% 늘었다.
(출처=챗GPT로 생성한 AI 이미지)
◇2조원대 EB 확보…마스가 등에 활용

올해 초 대규모 자금조달까지 더해지면서 투자 여력은 한층 확대됐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외화표시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최대 20억달러 규모로 추진했고, 최종적으로 약 2조3000억원대를 조달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EB 발행 당시 조달 자금을 친환경 선박 사업 확대, 해외 야드 생산설비 확충, 소형모듈원자로(SMR)·수소연료전지·해상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등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사용처는 미국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미국 조선소 인수와 지분투자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 대상이나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 직접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방안이 공식적인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 5월 36억6500만원을 들여 미국에 100% 자회사 HD현대USA(HD Hyundai USA)도 설립했다.

해외 조선소 확보 전략의 무게중심도 이동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인도 코친조선소와 추진해온 블록 제작공장 합작법인 설립 검토를 중단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조선소 인수·지분투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현지 기반도 차근차근 마련하고 있다. 올해 미국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 조선소 현대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텍사스에서는 키위트 오프쇼어 서비스와 미국 내 선박 건조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프레이저 조선소에는 설계·건설부터 생산·운영시스템, 데이터 관리까지 한국식 조선소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거점 확보는 미국 상선과 함정·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향후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또는 지분투자가 구체화될 경우 그동안 축적해온 현금이 본격적인 글로벌 생산거점 확장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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