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3년 만에 리더십을 교체한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재근 지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현직 프리미엄을 안은 회장들의 연임이 이어지며 '연임 대세론'이 굳어진 상황에서 나온 반전 선택이다. 회추위가 세대교체를 택한 배경을 살펴보고 이재근 체제 KB금융의 경영 방향 및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SME 부문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되면서 지주 부문장 체제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 부문장이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현재 맡고 있는 부문장 자리는 공석이 된다. 이에 연말 정기인사와 맞물려 부문장 라인업 전반이 재편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부문장제는 부회장제를 폐지한 이후 차기 경영진을 육성하는 사실상의 승계 통로다. 이재근 부문장 역시 이 자리를 거쳐 회장 후보에 오른 만큼 부문장 인사는 단순한 보직 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임 회장이 기존 부문장 체제를 유지할지 라인업을 재편하며 승계 구도까지 손질할지 주목된다.
◇부회장제 명맥 잇는 부문장제
부문장제의 출발점은 2023년 말 조직 개편이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취임 당시 부회장 직제를 없앴고 이듬해인 2024년 말 지주에 부문장 직제를 신설했다. 당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가 각각 글로벌사업부문장과 디지털·IT부문장으로 지주에 배치되며 그룹 핵심 사업을 직접 챙기는 역할을 맡았다.
2025년 말 조직개편에서는 부문장 체제가 한층 확대됐다. 지주에 WM·SME부문과 CIB마켓부문이 신설됐고 김성현 KB증권 IB부문 대표가 CIB마켓부문장으로 지주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이재근·이창권·김성현 3인 부문장 체제가 갖춰지면서 주요 사업을 분야별로 나눠 지주 차원에서 총괄하는 틀이 만들어졌다.
형식상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사라졌지만 부문장에게 그룹 핵심 사업을 맡긴다는 점에서 부문장직은 사실상 부회장제의 역할을 대신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계열사 대표급 인사가 지주로 자리를 옮겨 그룹 단위 주요 사업과 전략을 두루 경험하는 만큼 차기 경영진 육성을 위한 승계 코스로 여겨진다.
이재근 부문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은행장 임기를 마친 뒤 지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맡았고 이후 WM·SME까지 담당 범위를 넓혔다. 단일 계열사 경영에서 벗어나 지주 차원의 주요 사업을 경험한 뒤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연말 인사 맞물려 손질 가능성 거론
이 부문장이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취임하면 부문장 자리는 공석이 된다. 글로벌 사업과 WM·SME를 함께 맡아온 자리인 만큼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업무를 그대로 맡길지 부문을 나눠 조정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기존 부문장들의 거취 문제도 있어 이 부문장의 후임 한 자리만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부문장 라인업 전반에 관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과 김성현 CIB마켓부문장의 임기는 올해 말 만료된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들의 연임 및 교체가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들의 용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하며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주문한 데다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도 함께 거론되며 승계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인사들인 만큼 거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부문장 직위가 당분간 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회장 후보군을 검증하고 육성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리더십이 교체된 시점에 제도를 유지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경영승계 방식이 폐쇄적이라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정부당국의 기조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이 부문장이 비은행 계열사를 직접 경영해 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기존 체제의 연속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취임 초기 그룹 핵심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기보다는 여신·CIB 등 비은행 사업에 정통한 경영진들을 중용해 전문성을 활용하고 경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문장 역시 지주회장에게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 부문장은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된 직후 이뤄진 첫 도어스테핑에서 "회장에 힘이 집중되기보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지향하고 싶다"며 "분권화된 조직, 지속 가능한 조직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