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인수에 참전한 신세계가 SSG닷컴 지분 매입과 점포 투자 등 굵직한 자금 집행을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만 7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호실적에 힘입어 현금창출력은 개선됐지만 차입금 상당 부분을 회사채 차환에 기대는 구조로 재무 부담 관리가 과제로 꼽힌다.
◇SSG닷컴 지분에 4436억 투입, 하반기 자금 소요 7000억 안팎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중앙일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다우키움·CJ 컨소시엄에 CJ 측을 통해 합류한다. CJ 측에 자금을 투입해 지분만 확보하는 구조다. 이번 참여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 지분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지만 시장에서는 신세계의 몫으로 20% 안팎이 거론된다.
다우키움·CJ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액은 5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약 20%의 지분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신세계가 부담할 금액은 약 100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물론 최종 지분율과 인수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신세계의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558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3230억원보다 2359억원 늘었다. 하지만 중앙일보 인수 대금을 포함해 하반기 들어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상당 부분이 소진될 전망이다.
가장 큰 지출은 SSG닷컴 지분 매입이다. 신세계는 지난 6월 이사회에서 재무적투자자(FI)인 올림푸스제일차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 가운데 45만9456주에 대한 매도청구권 행사를 결정했다. 취득 금액은 4436억원으로, 이마트와 지분율에 비례해 나눠 사들이는 구조다. 지분 취득일은 8월 26일이었다. 상반기 말 현금성자산의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거래가 끝나면 신세계의 SSG닷컴 지분율은 24.4%에서 34.9%로 높아진다.
점포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별도 기준으로 신규점과 기존점 보완에 238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상반기 유형자산 취득액은 844억원으로, 계획대로라면 하반기에 1500억원가량이 추가로 집행된다. 송도 출점을 준비하는 공동기업 인천신세계에도 상반기 300억원을 출자했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올해 투자 계획은 5852억원이다.
◇현금흐름은 개선, 차입 구조는 부담 이익 창출력은 뚜렷하게 개선됐다. 신세계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1조1185억원, 영업이익은 15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6.2%, 52.4% 늘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650억원으로 75.7% 증가했고 반기순이익은 2523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강남점 등 주력 점포의 매출 호조와 면세 부문 흑자 전환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현금흐름도 개선됐다. 별도 기준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1083억원의 세 배 수준이다. 종속회사 배당 등으로 들어온 배당금 1049억원이 힘을 보탰다. 같은 기간 감가상각비를 더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803억원이다.
다만 차입 구조는 부담 요인이다. 상반기 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2조835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 늘었다. 이가운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성 차입금이 1조1640억원으로 전체의 41%다. 상반기에만 사채 4600억원을 상환하고 5585억원을 새로 발행하는 등 차환 의존도도 높다. 상반기 이자비용은 518억원으로 영업이익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외부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서 신세계는 SSG닷컴 지분 매입 재원 마련을 위한 회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했다가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은 표면적으로 개선됐다.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102.4%로 지난해 말 118.0%보다 15.6%p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보유 중인 네이버 지분 등 상장주식의 평가이익이 자본에 반영된 영향이 크다. 상반기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평가이익은 세후 7983억원에 달한다. 이를 제외하면 부채비율은 120%대로 사실상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산 유동화 여력은 남아 있다. 연결 종속회사 신세계센트럴은 서울 강남구 일대 토지를 205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1102억원을 받았다. 잔금은 연말 거래 종결과 함께 들어온다. 1조8000억원대에 이르는 상장주식 역시 잠재적 유동성으로 꼽히지만, 전략적 제휴 목적의 지분이어서 우선매수권 등 약정이 걸려 있어 즉시 현금화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SSG닷컴 지분매입과 기존 자본적 지출 등 하반기 수천억원 규모 자금 유출이 예정된 상태"라며 "현금 창출력은 개선됐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재무 지표 관리 필요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